유배일지 - 유배가 결정나기 까지 1 (파견교사 서류전형)
*특정 지역의 특정 기간의 내용입니다. 보편화 되지 않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공문을 확인 했으니 이제 서류를 내고 면접을 봐야할 시간이 찾아왔다.
우선 서류는 간단했다. 나의 경력과 자기소개서이다. (40% 비율)
스팩으로 따지면 어디서 절대로 꿀리지 않는 나다. 문서상으로나 경험상으로나 일꾼으로써의 경험치는 언제나 만렙에 가까웠다. 13년부터 진행해온 스마트교육 연구 및 강사 경험, 디지털 콘텐즈 제작으로 쌓아올린 경험과 명성, 그 밖에 교육청의 소소한 협력업무 실적으로 받은 인정, 무엇보다 학교에서의 다양한 교육활동 추진이 내 인사기록카드에 빼곡했다.-언젠가는 이렇게 쌓아올린 계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파견지는 교육연수원이다. 특히 내가 지원하는 곳의 주업무는 영어캠프담당교사다. 내 스팩으로 따질거면 정보원이나 과학연구원에 가깝고, 내 전공(상담교육)을 살릴려면 에듀힐링센터가 어울린다. 업무를 더 배우고 지원하고자 하면 교육청 파견이 더 빠른 길일 텐데,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하필 내 경험과 거의 상관없는 교육연수원 - 가서 내가 연수하는 거면 자신 있는 데... -이다. 영어? 초등학교에서 남교사가 영어수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교과전담-담임교사가 아닌 특정교과만 담당하는 교사, 초등학교는 중고등학교와 다르다.-에 대한 경쟁률이 높을 뿐더러, 남교사는 체육을 시키지 영어를 시키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영어관련 연수나 행사를 진행할 기회나 이유조차 없다. 관심이 있다고 해도 바쁜 와중에 업무와 관련 없는 연구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서류 심사에서 보는 영어교육관련된 가산점은 0이었다. 심지어 10년 이내에 영어교육연수를 받은 적도 없다. 부끄러웠다.
이제 남은 건 자기소개서이다. 평소에 글을 좀 썼다고 자부하기에 자기소개서 쓰는 건 어렵지 않았다. 허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어쩌다 보니 1시간 이내에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자기소개서 뿐 아니라 제출해야하는 각종 증빙서류까지 마감을 해야했다. 더욱이 나는 목발생활 중이기에 스캔하고 교감선생님한테 원본대조필 받고 교장선생님 직인 받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일들은 일단 미뤄두고 가장 오래걸릴 것 같은 자기소개서 부터 작성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솔직히 쓰면서도 그런 고민을 했다. 보기나 할까 싶었다. 2명 뽑는 상황에 자기소개서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고민되었다. 면접이 있고, 서류 점수가 있는 데 굳이 읽어보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포장을 하고 문장을 고쳐써도 거기서 거기 일테고 적당히 분량만 맞추면 티 안나게 제출한 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내가 내는 인사기록카드에 왠만한 자기소개 증빙자료가 다 있을 테고, 경쟁자가 많지 않다면 이 좁은 교직환경에서 알음알음 뒷조사를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회의감 속에서도 자기소개서 작성이 면접에 큰 도움이 되었다.
주된 내용이, 자기소개, 운영계획, 교육비젼이었는 데 이게 곧 내 생각 정리이자 면접문제였다. 다른 사람의 것을 베끼거나 무의미하게 써내려갔다면 당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소개는 나의 장점을 다시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되었고, 운영계획은 그 곳에서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한 파악을 할 수 있었으며, 교육비젼은 그들이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나를 선발해야 할 명쾌한 이유가 되어 주었다.
*자기 소개 내용은 면접 내용과 유사하여 다음 화에 쓰도록 하겠다.
서류를 작성하는 데 동료교사와 관리자의 도움이 컸다. 아무리 스펙이 좋고 자기소개서를 잘 써봐야, 제출기한을 넘기면 아무 소용 없는 일 아닌가. 덕분에 문제 없이 제출할 수 있었다. 이제 면접을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사실 면접이 60%라 비중이 더 높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