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겨진 기분] - 프롤로그
"젠장... "
또 재수 없는 그 꿈이다.
가끔씩 난 그런 꿈을 꾼다.
유년 시절 유난히 작았던 나를 더 작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곳에는 작은 공간을 빠져나오지 못했던 작은 내가 있다.
모두가 잠이 든 이 새벽,
난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의 무게를 억지로 버텨본다
눈부심을 참고 한쪽 눈을 떠 핸드폰을 잠금해제한다.
의식적으로 내가 올린 SNS의 좋아요와 댓글 수를 확인한다.
어느새 피곤함이 달아나고 외로운이 밀려온다.
'나한테 왜그러는 거지?'
'내가 싫은 걸까?'
'난 여전히 외톨이 인가?'
한번도 내가 인싸라고 생각해보지 못한 나는
또 다시 극한 외로움에 파묻혀 버린다.
그 시절 억울함은 속으로 달래야만 했고
때론 매를 피해 구석진 공간에 숨어야 했다.
내 도움의 눈빛을 피하는 아이들의 싸늘함마저도
내가 감당할 몫이었다.
나는 친구란 존재에게 스스로 담을 쌓아버렸고
내게 선생님은 의지 할 수 없는 지푸라기였다.
가족에게만이라도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그 작은 공간안에 나를 감춰뒀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
위협적이거나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내 몸 하나 건사할 수 있는 체격이 생겼고
그들처럼 담배의 썩은 내 나는 가래를 뱉지않아도
당당하고 자신있는 눈빛을 가지게 되었고
입에 쌍욕을 물거나 날카로운 말로 남을 헐뜯지 않아도
센스있는 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다.
이건 잘 이겨낸 사람들만이 할수 있는 으름장이다.
지나고 나도 별일은 별일이다
진한 아픔에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게
스스로 기억을 왜곡시키고 덮어갈 뿐이다
지금 나는 그들에 대한 어떠한 원망도 없다.
내 행동에 대한 후회도 남아 있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흐려진 기억을 더 잊어갈 뿐이다.
나만이 겪었을 것만 같은 아픈 공간에
홀로 남아있을 필요도 애써 벗어날 필요도 없다.
그 시절 나는
깊은 곳이 있다면 더 깊은 곳으로
어두운 곳이 있다면 더 어두운 곳으로 파고 들었다.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사치였다.
그것들이 지나고 난 자리에는
누구나 느낄만한 감정,
많은 사람들 속에 쌓여있지만 더 외로운 감정,
바로 아웃사이더의 감정이 남아있었다.
나는 학창시절 크고 작은 사건들로 스스로 아싸가 되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지금은 멋진 인생을 살고 있을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저렇 살고 있을 뿐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나를 아싸로 만들었던 곳으로 돌아가 선생님이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된 지금은
나와 같은 아이들이 아픔이
제발, 단 한번이라도 더 내 눈에 한번이라도 보여져
내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제와 다행인 건
난, 그 깊고 어두운 곳의 작은 틈새를 발견했고
그 틈새 넘어로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순간을 어떻게 버텨왔고 기억을 어떻게 지워갔는 지
이제 다시 아픈 상처를 다시금 긁어 모으며
우리 아이들은 나와 같은 아픔을 입지 않도록
내 이야기가 아이의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되길 바래본다.
성처를 꺼낸다는 게 두려웠다. 혹시 몰랐던 사건에 놀랐을 가족들에게 특히 죄송하다.
내 글로 인해 원치 않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불필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에피소드는 70%의 경험에 30%의 허구의 매력을 넣었다고 말하고 싶다.
깊숙한 상처를 꺼내면 오히려 더 덧이날까 두려웠다. 여태 그랬듯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놓는 게 맞나 싶었다.
기억을 꺼내며 흔들리는 마음을 몇번이고 다시 잡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이왕시작한 거 확실하게 들춰보려고
졸업앨범까지 꺼내보기도 하고, 그 곳으로 직접 가보기도 하였다.
감춰놓은 기억은 잊은 듯 했지만 왜곡되고 오염되었다. 치우기 귀찮아 감춰놓은 처치곤란 쓰레기같았다.
곰팡이가 끼고 썩은내가 진동했다. 내 마음 깊은 곳은 그렇게 어둡고 습했나보다.
나름 몽땅 꺼냈다고 생각했지만 끝도 없이 악취가 풍겼다.
난 그럼에도 마음 속에 움크리고 있던 나를 들여다 보았다. 혹시나 그 안에 보물이 있을까 작게나마 기대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마구 들쑤셔 혼탁해진 마음은 어느정도 가라앉았다. 맑아진 마음 위로 내 얼굴이 비쳐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로 웃고 있던 내 얼굴이 물결에 사라졌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선생님이 되고
아빠가 된 지금도
아직도 그런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