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기구를 버렸습니다”
저는 허리가 안 좋습니다. 자세가 안좋아서 허리가 자주 아픈건 지 허리가 아파서 자세가 좋지 않은 건 지 모른 채 꾀나 오래 살았습니다.
유튜브나 책에서 좋다는 운동도 따라해보고 필요에 따라 운동기구도 사서 해보곤 했습니다.
예상되겠지만 결론적으로 딱히 나아진 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집에는 오랫동안 아파서 하려고 사뒀지만 아파서 하지 않는 운동기구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수년째 쓰이지 않아도 먼지조차 뒤덮히지 않게 고이 모셔져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쓰지 않는 운동기구를 버렸습니다”
제 몸이 제 마음 같지 않습니다. 이런 걸 늙었다 라고 하나봅니다. 어디 하나 고장이 나면 더 서글퍼집니다.
기계처럼 부품교환이 안되는 우리 몸이기에 더 아껴써야 하고 관심가졌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한 벌을 받나봅니다.
이런 운동기구들은 내 몸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자 핑계거리일 뿐입니다.
오랜만에 사용해보려고 하니 온 몸이 다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이 기구가 방치된 시간 만큼 제 몸도 방치되었던 것입니다.
허리 스트레칭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해보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고 버리기도 아까운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물건에게 이제 더이상 운동기구로써 기대를 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조금 더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가진 것들이 많아지니 책임감도 깊어집니다.
제 몸에 소홀하면서도 조바심에 욕심만 늘어갑니다. 사실 알고 있습니다. 말로는 건강하고 싶다면서 그에 합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어려운 걸 쉽고 편하게 하자는 알량함의 낯빛입니다.
더이상 운동기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제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시간을 내어 잘 활용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었다면 제가 이런 고민과 결심을 하진 않았을 겁니다.
저와 맞지 않는 운동기구였나봅니다. 언젠가는 하겠지 바라만 보다 오히려 제게 스트레스만 뿜는 고철 화분이 되었습니다.
운동기구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저 운동기구의 사용법을 공부하기 전에 저는 제 몸의 사용법부터 공부했어야합니다.
운동기구가 없어서 운동을 못한 적은 없습니다. 단번에 무엇인가를 얻으려하기보다 조금씩 채워가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건강을 탐내기보다 내 몸을 조금 더 사랑해야겠습니다.
이제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산뜻하게 산책부터 시작해보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