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맞이하는(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5)
교사의 방학기간에 대해서 말이 많다.
뭐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나머지는 섭섭한 내용도 있다.
화장실 보수공사로 인하여 조금 더 긴 방학을 보내면서
교사로써 방학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여름방학은 축구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 휴식기간이다.
내가 생각했지만 아주 딱 들어맞는 꿀비유인거 같다.(찡긋)
경기전 준비했던 작전과 선수에 대한 신뢰로 전반전이 이뤄진다.
경기중에는 선수교체는 가능하겠지만
작전변경이나 선수개별에 대한 지시는 아주 어렵다.
감독석에서 목청껏 소리를 질러보지만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선수에게 들릴리가 없다.
더욱이 신중하게 준비했던 작전에 상대팀에게 간파가 되었거나
상대팀의 전술이 예상에서 벗어나는 경기라면 도리가 없다.
그러기에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후반전을 준비한다.
감독은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새로운 작전을 짜거나 지시하고
선수들의 개별적인 코멘트를 주거나
강한 동기부여나 때로는 아무말없이 휴식을 취한다.
이 짧은 시간이지만 감독은 그 시간에 앉아 우아하게 아이스아메리카노로
목을 축이고 있지는 않다.
휴식시간이 후반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마찮가지이다.
방학이란 기간에 우아하게 아메리카노 향기에 취해 있으면 안된다.(너무 꼰대같나...)
적어도 남들 보기에는 더 그래서는 안된다.
짧은 휴식을 취하며 머리를 식힐 시간도 중요하지만
전반전(1학기)를 돌아보며 후반전(2학기)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최소한 전반전에 했던 실수를 후반전에는 하면 안되지 않겠는가
선수들이 음료를 먹고 라커룸에서 더위를 시키며 컨디션을 올리듯이
학생들이 스마트폰과 게임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동안
우리는 치밀하게 작전을 짜놔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역전을 시킬 수 있다.
교사들에게 방학이 필요없다는 것은 곧
전반전끝나고 바로 후반전으로 돌입하라는 것이다.
이건 감독이나 선수 둘 모두에게 좋지 않다.
요즘 아시아게임 남자축구팀의 성적과 관해 이야기가 많다.
교실과 참 비슷한 점이 많다.
손흥민선수처럼 밑도 끝도 없이 넘나고마운 학생이 있는 반면,
그 학생이 다른학생에게 치여 빛을 못바래는 경우도 있다.
이승우 황희찬 선수처럼 톡톡 튀는 개성으로 희비를 교차하게 만드는 학생도 있고
조현우 선수처럼 한동안 그 매력을 모르고 있었던 학생도 있다.
기대도 안했는 데 혜성처럼 나타나기도 하고
기대 잔득했는데 기대에 못미쳐 실망하는 학생도 있고
참으로 좋은 조합인 줄 알았는데 그 조합이 똥을 만들기도 하고
환상적인 포메이션이라 자신했는데 그저 환상이 뿐이었던 경우도 있다.
차이점이라면 축구 감독은 코칭스탭이 있지만
교실 감독(오... 멋진 표현이다)은 코칭스탭이 없다.
대신 우리에게는 동료 감독들이 많다.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며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는 동료 교실 감독들과 함께,
때로는 혼자만의 사색이나 연구, 다양한 연수를 통해서
작전타임을 알차게 보낸다면
질때는 실컷 욕먹었다가도 결국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마무리 되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처럼
힘잘키(힘들었지만 잘 키웠다)로 마무리 되는 우리 교실이 되지 않을까?
행여 후반전도 망하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우리는 2월이라는 연장전이 있다. 한번 더 기회가 있다.
연장전 마져 기대 이하가 되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괜찮다. 곧, 다음 기회가 있다.
님 졌잘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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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나니... 방학하고 올렸어야 했군요 ㅋㅋㅋ 한템포 느린 업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