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체력 05. 아이들은 왜 교사의 말을 따라주지 않을까?(Ⅱ)
워크숍에서 마음 열기 시간에 4가지 질문에 대해
포스트잇으로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중 첫 번째 질문,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행복한, 소통하는, 사랑받는 등 여러 가지가 나왔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답은,
카리스마 넘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과연 지난 1년이 그 선생님께는 어떤 시간이었을까.
후배가 물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친절한데, 어떻게 혼낼지 궁금하다고.
그 학급과 우리 반 아이들의 갈등 상황 해소를 위해 대화를 함께 했던 그 날 이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알았다며 학생들에게 배워서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정작 나는 요즘 단호함이 너무 자주 나와서 걱정인데 말이다.
당신의 교사 리더십은 어떤 유형입니까?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선택하고 돌아보며 자신을 반성하고,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교사의 기대감과는 달리
오히려 선생님을 싫어하고 뒷말하거나 교실에서 반항 행동을 하면서
잘못된 소속감을 느끼는 모습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이를 PDC에서도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좌절되어
그릇된 신념으로 어긋난 행동을 함으로써
소속감과 자존감을 채우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의 다툼이 발생했을 때,
눈앞의 갈등을 당장 종결하는 데 집중하게 되면
어느새 그 집단 또는 교사의 획일적인 틀에 맞춰져
형식적인 사과를 하거나 단순한 처벌을 받는 등 그저 통제에 그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학생들의 행동과 더불어
바닷속의 빙산과 같은 결핍된 욕구나 깊어진 감정의 골에 대한
소통과 만남 없는 훈육으로
해결되지 못한 필요나 감정이 남게 되고 이는 곧 왜곡된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게 반복된다면, 학생 개개인의 자율적인 질서와 생활 방식 등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받지 못해서 자존감과 소속감이 계속 결핍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는, 교사와 다른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에도 결국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참조할 모델은 무엇인가?
회복적 문화를 만드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
간단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던 3가지의 서클 모임을 소개한다.
1. 첫 만남
① 둥글게 원형으로 둘러앉는다.(의자 또는 바닥)
② 여러 색의 포스트잇에 자신의 새 학기 희망, 기대감을 몇 개의 낱말로 쓴다.
종이는 둘러앉은 원의 안쪽에 둔 책상 위에 붙이거나 바닥에 자유롭게 늘어놓는다.
③ “이렇게 6학년 2반으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가워요. 6학년 2반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이렇게 ‘서클’ 모임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 이 모임이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④ 기본 규칙 4가지를 A4에 출력하여 보여주며 설명한다.
⑤ 첫 만남 서클 질문을 A4에 출력하여 보여주며 설명한다.(저/고학년 질문 예시)
⑥ 토킹스틱을 지원자 또는 선생님 옆 친구에게 전달하고 시작한다.
2. 약속 만들기
새 학기 초반에 함께 PDC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모두의 동의를 구했다.
그 기반 위에 한 달 정도 함께 생활한 후,
공존을 위한 가치를 배우고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중요한
‘존중’의 약속을 통해 개개인의 삶과 행복을 서로 보호하고 인정하며
갈등을 회복하기 위해 공동체가 합의하는 과정이다.
① “우리가 한 달 정도 함께 생활했습니다. 서로의 생활 방식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이 있는 안전한 교실을 함께 만들기 위해 약속 만들기 서클 모임을 합시다. 함께 했던 존중과 관련된 경험을 대화를 통해 공유해 봅시다.”
② 신뢰 서클 질문을 A4에 출력하여 보여주며 설명한다.
③ 교사와 학생이 각자의 존중의 약속을 작성표에 적는다.(포스트잇 또는 직접 쓰기)
④ 개인이 만든 존중의 약속을 모둠별로 모여 큰 사이즈의 종이에 정리하고 발표한다.
⑤ 모둠별로 통합하여 발표한 내용은 교실 벽면에 1~2주 정도 부착한다. 이때, 공통으로 나온 내용은 모두가 원하는 존중의 방식이라고 표시하여 알린다. 통합된 내용 중 개인적인 성향이 짙은 내용이 있더라도 제외 없이 기록하며 개인의 내용을 수용한 뒤 이후 합의의 과정에서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
⑥ 2주 후, 다시 서클 모임을 열고 학급 전체 존중의 약속으로 정한다.
(③의 내용으로 바로 ⑥의 학급 전체 존중의 약속으로 게시하고 활용하는 약식도 가능하다.)
합의의 과정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만든 약속과 실천을 신뢰하며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려는
관계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변화가 핵심이다.
3. 문제 해결 서클
갈등이 발생한 학생 끼리의 피해 회복에 초점을 둔 선생님의 직접적인 문제 해결 방식으로
회복적 대화모임이 있고, 학급 공동의 문제로 접근하여 선생님 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해결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특징의 서클이 문제 해결 서클이다.
4가지 기본 규칙과 토킹스틱 등은 같고,
‘회복적 질문’을 통해 학급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
개인의 문제부터 학급의 문제까지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개인과 학급의 자발적 책임의 기회를 얻고
학급의 변화를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 간다.
지각, 수업 태도, 따돌림, 도난 사건, 학급 내 집단 간의 대립 등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① 자리를 배치할 때 랜덤으로 하는 듯이, 갈등의 중심에 있는 학생들의 발언 순서를 생각하여 적절하게 지정한다.
② “오늘 힘든 자리이지만 여기에 함께 해 줘서 고마워요.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은 누구를 비난하거나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함께 우리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이 자리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의미로 남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③ 여는 의식으로 희망이나 기대하는 마음을 말하거나 포스트잇에 써서 원 안의 책상에 붙인다.
④ 기본 규칙 4가지를 A4에 출력하여 보여주며 설명한다. 이때 (1)번 ‘규칙에 친구가 이야기할 때 욕하지 않기’, (4)번 규칙에 ‘다 끝나고 뒷담화하지 않기’ 등을 추가로 덧붙여 설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용기를 내어 문제를 더 솔직하게 드러내게 하기 위함이다.
⑤ 모두에게 4가지 공통의 질문으로 ‘회복적 질문’을 한다.
⑥ 토킹스틱을 넘기며 교사가 추가 질문을 하여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⑦ 이야기에서 나온 쟁점들을 정리하여 참가자 모두가 동의하는 대안과 대책을 마련한다.
(1)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번 일로 무엇을 느꼈어요?
(2) 이 일로 어떤 영향을 받았어요? 어떤 결과(피해)가 생겼나요?
(3)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 어떤 필요가 채워져야 할까요?
(4) 너희는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되길 바랍니까? 우리반이 어떻게 되길 바랍니까?
⑧ 책임과 회복의 조건에 합의하면, 이후 관계회복을 위한 서로의 노력에 대해 논의한다.
⑨ 서로에게 느끼고 배운 점들을 이야기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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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 귀염둥이, 토킹스틱을 소개합니다.
실제 문제 해결 서클을 인성부와 담임교사의 협력 체계아래에
한 학급 전체에 6회기 이상 실시하고,
갈등 중심의 학생들과 교사들과 함께 지속해서 면담을 이어갔었다.
이를 통해 그 학생들에게 주고 싶었던 메시지-
“소통과 만남을 통해 여러분의 감정 치유와 궁극적인 관계 회복
그리고 행복한 일상의 회복을 학교의 많은 선생님이
관심을 두고 지원하고 있다.
약속에 책임을 느끼며 함께 노력해보자.”
이런 것을 평화적 압력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사회적으로 학교 체벌금지를 바탕으로 민주적인 생활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비롯하여 아직 권위적이고 통제 중심인 학교 시스템과
권리 없는 책임 아래 혼란스럽고 힘든 교사가 우리의 현실이다.
거기에 늘 시간도 부족하고 교사의 노력에 대한 기대감과는 사뭇 다른
학생들의 수동적인 태도에 지치고 상처받기도 한다.
워크숍의 4가지 질문 중,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있어야 할 것과 없어야 할 것은?
소통, 민주적 문화, 존중, 배려 등이 팀별로 빠짐없이 등장했다.
이는 교사가 처한 교직 문화 역시 여전히 경직되어 있고
소통이 어려운 권위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교사들이 먼저 힘을 공정하게 나누고 합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문화가 정착되면
그 경험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며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