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체력 04. 아이들은 왜 교사의 말을 따라주지 않을까?(Ⅰ)
지금은 자유의 몸이 된 한 아나운서의 이야기입니다.
"회사 다닐 때 팀장님이 등산을 가자고 했었어요.
굳이 주말까지 팀장님과 등산을 가야 한다니 좀 싫잖아요.
50명 중 저 포함 5명 참석했더니,
오기 싫은 사람은 안 와도 좋다던 팀장님께서-"
몹시 크게 화를 내시며 참석자에게 포상 5만 원씩을 주셨단다. 소문을 내라며......
단합이라는 명목하에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하며 개인이 없는 집단중심의 사회,
한국 직장인의 웃픈 현실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기업, 구글은 어떨까.
개인의 개성을 어떻게 하면 최대치로 발현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여,
업무환경이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라고 한다.
개인은 자신을 위해 일할 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문득, 우리 교실은 공부하는 학생들이 천국이라 느끼고 있을까- 궁금했다.
외국 여행에서 느꼈던 개인의 생각, 취향에 대한 존중과 자유로움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춘다.
하와이에서는 이런(?) 몸으로 비키니를 입고 아무리 돌아다녀도 누구 하나 불편한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우리나라였다면? 평상복조차 자신의 가치관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선을 넘나들며 간섭하기 일쑤다.
대체 왜 이렇게 내게 관심이 많은 거야? 하고 푸념하며
정 맞지 않게 '내' 개성과 생각을 접어야 하나 고민해왔는데- 원인을 찾았다.
규범의 강도가 엄격한 정도에 대해 세계문화를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33개국)
엄격한 사회 그룹에 이슬람 국가, 한국, 일본, 중국이 있었다.
즉, 우리나라는 규범과 관련하여 남에게 관심이 너무나 많다고 한다.
집단 중심적 사고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획일화되어
개성이 있거나 튀는 개인에 대해 비난과 시기를 하고,
프라이버시 침해를 하며 집단을 강조하는 개인의 없는 사회문화가 문제라는 것이다.
반면 느슨한 사회 그룹에는 유럽국가, 브라질, 호주 등이 있다. 이러한 국가의 가치관은
자기 생각, 취향, 사상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하는 자기 표현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다양한 재능과 관심에 대한 존중.
즉, 각자 제가 잘난 맛에 살고 서로 그걸 존중해주는 개인주의 문화가 발달했다.
머리를 쾅, 세게 맞은 것 같았다.
'와! 내가 바다던 바야!' 라는 생각과 동시에
학생들을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을 위해-
행복체력을 키워준다는 명목하에,
교사인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살도록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강제해왔던 것은 아닌가?
아무리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지만
결국 내 마음속에 정한 답이 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기업문화와 직장인, 학급문화와 학생-
그렇다면,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대체 어떻게 해야 된다는 말인가?
21세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메가트렌드는 '개인화'다. -오 울리히 백(독일 사회학자)
흔히 세대 차이를 얘기할 때, 윗세대가 아랫세대에 '너무 개인주의적이다'라고 하는데
10명 중 3명이 싱글턴(혼자 사는 모든 1인 가구)인 시대에 당연한 이야기다.
'너무 개인주의적이다'는 사실 '너무 이기적이다'라고 말하는 것인데,
진정한 '개인'은 무엇인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또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진정한 의미의 '개인'이 있어야 한다.
-이진우(포항공대 석좌교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체성'과
타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엄격한 '존중'이 확립되는 것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개인주의라는 것이다.
숲에 있는 나무들이 자기 멋대로 자라면서도 숲을 이룰 때,
서로의 햇빛을 빼앗지 않기 위한 배려가 포인트가 아니라
각자 자유롭게 성장하는 것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고
이를 통해 숲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사회 역시, 자신이 튀지 않기 위해 배려하며 개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각자 넘치는 자유 속에 최대한 개성을 발휘할 수 있을 때
혁신과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직장에서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가?
우리 아이들도 교실에서 마음껏 각자의 자유를 펼치게 하면 되는 것인가?
아니다. 그런데도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하며,
내가 가끔 양보도 해야 하고
최소한 그들을 참아주며 내 자유를 자제하고
타인들과 타협하여 연대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대체 왜?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자유, 생각, 취향, 관심, 재능 등 이 모든 다양성이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관건인데-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존중하며 최소한의 공존의 지혜를 발휘하여
각자의 행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개인주의를 확립.
합리성이란 행복을 위해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함을 깨닫고
자칫 이기주의로 발전할 수 있는 개인주의를 보완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개인이 모여 서로를 존중하며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집단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문유석(개인주의자 선언, 판사)
요즘 한 개인이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참으로 힘든 시대이다.
인간의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 하던데,
그러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최대한 다양하고 소소하게 즐거움을 느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행복체력을 아이들과 함께 키워야겠다.
학급에서 존중과 신뢰, 타인에 대한 이해와 다양성의 연결을 통해
갈등을 함께 해결하며 개개인이 있는 공동체 생활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났다.
# 행복체력 05. 아이들은 왜 교사의 말을 따라주지 않을까?(Ⅱ)
에서 이어갈게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참아주느라 매일 열일하시니-
얼마나 힘이 드십니까.
행복한 일 자주 만들며 함께 힘내요, 우리.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