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11. 유쌤, 교육부장관이 되다.
책과 교육연극을 넘나드는 Book+극, 북극이야기! 11번째 시간! 오늘은 '극'이야기입니다. 그동안 교육연극과 친숙해지기 위한 연극놀이들을 주로 소개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교육연극을 어떻게 책과 연결지었는지 안내하겠습니다.
봄과 여름에 걸쳐 4학년 아이들과 임지형 작가의 『방과 후 초능력 클럽』 이라는 책을 나누었습니다. 이 책에는 방과 후에 친구들과 클럽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마침 혁신학교인 그 곳에서 아이들은 방과 후 클럽활동 계획서를 그럴듯하게 작성합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에게 공식적인 인정까지 받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실제로 클럽활동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작품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들이 연구자금도 모아서 자율적으로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클럽활동을 아이들과 실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방과 후 안전사고에 대한 고민
둘째, 책을 읽고 나누는 것보다 클럽활동이 더 학급운영의 중심이 되는 것에 대한 고민
셋째, 학급내 친교집단끼리만 클럽활동을 하여 무리문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고민
넷째, 클럽활동에 교사의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비되어 다른 다양한 활동을 나누기 어렵다는 고민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던 시기에, 올해 연구년을 보내시면서 함께 수업을 고민하고 있는 양승복 선생님께서 연극적 상황을 하나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육부 장관' 담화입니다.
1. 너희들은 3시 반에 무엇을 하고 있니? (아이들의 현재 삶의 모습을 정지동작으로 표현)
아이들을 책과 연극적 상황에 끌어오게 하려면 먼저 아이들의 삶을 교실공간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방과 후에 무엇을 하는지 정지동작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너희들은 3시 반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니?"
학원에 있는 모습, 무용학원에 있는 모습, 집에서 자고 있는 모습 등을 아이들은 나타내었습니다. 한 모둠은 "너무 힘들어서 쓰러져 있어요." 라는 표현까지 전해주었습니다.
이때 바로 연극적 상황이 부여됩니다.
2. 교육부 장관 등장(교사가 역할입기)
담임교사가 밖으로 나가 자켓을 입고 옵니다. 자켓을 입고 들어온 담임교사는 더이상 교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교육부장관이 됩니다. 유쌤이 교육부 장관이 된 것입니다.
상황: 교육부 장관이 나와서 전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방과 후 수업으로 힘들어하는 초등학생들을 위해서 전국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는 3시부터 4시 반까지 의무적으로 학생클럽활동을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새 정부의 교육부장관 유새영입니다. 이렇게 방과 후에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초등학생들을 위해서 우리 정부는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에 3시부터 4시반까지 의무적으로 방과후 클럽활동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각 학교는 적극 지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교사가 밖으로 나가서 자켓을 벗고 다시 들어온다.)
자켓을 벗고 돌아온 교사는 다시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이 됩니다.
유쌤: "애들아, 교육부장관님 말씀 잘 들었지? 우리학교도 방과 후 클럽을 운영하게 되었어. 어서 만들어 보자!"
아이들: "진짜요? 우와!"
유쌤: "음..연극이야(소곤)"
3. 방과 후 클럽 계획서 만들기(상황 안에서 역할 수행하기)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오히려 연극적 상황이기에 아이들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끼리 클럽을 결성하고 활동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방과 후 초능력 클럽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클럽 목적, 요일별 계획, 연구자금계획 등으로 항목을 나누어 자세하게 활동계획서를 작성하였습니다.
4. 방과 후 클럽 계획서 발표하기(상황 안에서 역할 발표하기)
요리를 연구하는 배·초·요(배고픈초등학생요리사),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달려라 자전거 등 다양한 클럽이 결성되었습니다. 계획도 자세합니다. 달려라 자전거 클럽의 목표는 근처에 있는 혁신도시까지 왕복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5. 책 수업 시간마다 클럽단위로 활동하기(연극적 상황 이어가기)
연극적 상황은 이번 차시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책을 함께 읽는 순간마다 아이들이 만든 클럽단위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보드게임을 만들면 클럽아이들끼리 보드게임을 만들고, 작품 속 주인공들이 보자기를 이용해 단복을 만들면 비옷을 이용해 클럽단복을 만들었습니다.
저와 함께 책을 읽는 '책 수업' 시간만큼은 연극적 상황이 계속 되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함께 책을 읽고 활동을 하는 순간을 하나의 연극처럼 받아들이고 즐기게 되었습니다.
책을 텍스트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을 가져와 연극적 상황을 부여하면 책 수업이 하나의 연극작품이 됩니다. 아이들은 상상의 폭이 큽니다. 꼭 실제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던진 물음 하나가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놀게 합니다.
책과 교육연극과의 만남, 어떠세요? 책과 교육연극 이야기를 전하는 Book극이야기, 계속 들려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P.S. 아이들과 직접 실천해 본 활동만을 앞으로도 소개하겠습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06. 수업 시작 전, 책을 먼저 읽은 아이가 있다면?
07. 생각과 배려를 키우는 연극놀이
08.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09.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
10. 이야기지도를 건너 감정그래프 그리기
11. 유쌤, 교육부 장관이 되다._책으로 연극적 상황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