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리딩 도전기] 밤 열한시, 마지막 기차 Part-2, 느리게 읽는 두 번째 방법
"우리 역을 열 한시 십분에 출발하는 광주, 광주행 무궁화호 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타는 곳 팔번 홈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열한시 이분이었다.
나는 재빨리 표를 파는 곳으로 달려갔다.
"광주요."
"열한시 십분 출발 광주행 무궁화호, 어린이 한 장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방을 열어 돈을 꺼냈다.
"기차가 곧 출발하니까 빨리 가세요."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26p 中-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을 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 첫 방법은
'제목에 유의하라' 였습니다.
제목을 통해서 주인공이 왜 집을 떠나 밤 열한시에 마지막 기차를 떠나야 했는지
그 이유를 호진이의 상황과 감정에 대해 살펴보며 알아보았습니다.
그럼 한 가지 의문이 따라오게 됩니다.
"호진이는 어디가?"
책을 느리게 읽는 두 번째 방법에 있습니다.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2. 경쟁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게 뭔가요?
한 작품에는 여러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삶의 가치관 혹은 메세지일 수도 있지요.
한 가지의 가치관이나 생각만을 소설속에서 계속 주장한다면
그것은 이야기가 아닌 연설문에 불과할 것입니다.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만큼
다양한 삶의 목소리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그 목소리들로 읽는이에게 다가옵니다.
그것은 작가가 자신이 말하고 싶은 하나의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해 만든 장치일수도 있으며
여러가지의 목소리를 놓고 독자에게 어떤 판단을 내리게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인물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비교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책을 느리게 읽으며 재미를 느끼고 즐길 수 있습니다.
아빠?
아빠는 회사좀비다.
회사말고는 보이는 게 없다.
"나라고 이렇게 사고 싶은 줄 알아? 나도 꿈이 있었단 말이다."
아빠는 술을 마시면 나를 붙잡고 하소연을 한다.
당장 회사를 그만둘 것처럼 큰 소리를 치기도 한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술 냄새를 풍기며
아침도 못먹고 허겁지겁 회사로 달려가는 아빠.
아빠한테 집은 잠을 자는 곳이다.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9p 中
학원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알아?
엄마가 왜 밤늦게까지 고생하고 돌아다니는데?"
나도 궁금했다.
엄마는 나를 학원에 보내기 위해 일을 하는 걸까,
일을 하기 위해 나를 학원에 보내는 걸까?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4p 中-
호진이가 13살이 될때까지 경험한 목소리는 아빠와 엄마의 목소리였습니다.
'세상은 하고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다.'
'꿈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살아야 한다.'
그럼 가출을 결심한 호진이가 어디로 가려고 할까요?
그 반대 목소리로 가려고 하겠죠. 작품은 그 목소리를 엄마와 아빠를 통해서 은근슬쩍 보여줍니다.
"요새 무슨일 하냐?"
"재밌는 일"
"얼마나 버냐?"
"계속 그렇게 살래?"
"형도 계속 그렇게 살래?"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21p 中
아빠는 동생인 삼촌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엄마는 불량한 사회부적응자라며 호진이에게 공부안하면 삼촌처럼 될거라며 위협합니다.
결국 호진이가 선택한 목소리는 삼촌이었습니다.
이유가 명백합니다. 아빠와 엄마가 전해주는 메세지, 목소리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삼촌이 있는 광주로 무작정 출발하게 됩니다.
"삼촌"
"응?"
"일년에 자전거 순례 몇번이나 해?"
"봄에 두 번, 여름에 두 번, 가을에 두 번."
"겨울엔 놀아?"
"겨울엔 하는 일이 있어."
<중략>
"삼촌 이런거 하면 돈 많이 벌어?"
"아니."
"그럼 왜 해?"
"하고 싶어서."
"사람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잖아."
엄마가 나한테 하던 말이다.
축구교실에 보내 달라고 했을 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을 때,
학원 여름방학 특강 대신 춘천 외갓집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누가 그래?"
"엄마가."
삼촌이 뭐라고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삼촌 대신 대답하겠다는 듯 전화기가 울렸다.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17-118p 中-
경쟁하는 목소리가 가장 돋보이던 순간입니다.
이 순간 호진이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되어 삼촌의 가치관과 충돌합니다.
경쟁하는 목소리가 부딪치며 호진이는 성장합니다.
13년간 엄마, 아빠의 목소리 속에 살던 주인공이었기에
이 단락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경쟁하는 목소리를 파악하면
책을 더 맛있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주에는 책을 느리게 읽는 세 번째 방법을
광주에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호진이를 통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장을 끝내며 아이들과 했던 슬로리딩 샛길새기 활동입니다.
*샛길새기 활동1) 호진이가 탔던 무궁화호는 어떤 기차일까?
-코레일 홈페이지 들어가서 나주역에서 용산역까지 가는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 가격, 시간, 운임 비교하기
기차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호진이가 왜 무궁화호를 탔을지를 상상하며
기차의 종류, 가격, 걸리는 시간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샛길새기활동2) 기차를 직접 타보자!
-수학여행을 계획하며 아이들에게 기차를 타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나주에서 대전까지 갈때는 KTX, 올 때는 무궁화호를 타며호진이가 기차를 탔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