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슬로리딩클럽] 21. 변신돼지, 첫 시간의 목표는 오직 하나!
박주혜 작가님의 '변신돼지'와 함께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우리반 아이들만 데리고 천천히 깊게 읽기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동학년 선생님들께서도 하고 싶어하셨지만 제가 새 학교에 적응하느라, 연구부장 일에 치여 사느라 동학년까지 함께 하지는 못했습니다.
1년의 마지막에 동학년 선생님께서 아쉽다는 말씀을 전해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올해는 나주중앙초등학교 2학년 1반부터 4반까지 동학년이 함께 천천히 깊게 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 2학년이 함께 읽어 볼 책으로 선정한 책은 아래 4권이었습니다.
①책먹는 여우와 이야기도둑
②짜장면 로켓 발사
③엄마사용법
④쿵푸 말고 똥푸
교육지원청에서 학급수에 맞추어서 사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급별로 책을 선정해서 읽고 분기별로 돌려가며 읽으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책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초등교사 어린이 책 읽기 운동 - 책가방' 의 5월의 책으로 변신돼지를 선정하게 되었고 박주혜 작가님을 인터뷰 할 기회가 생기면서 아이들과 변신돼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업계획서 작성하기
수업계획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쪽수를 나누고 활동을 구상하였습니다. 그리고 연계할 교과의 단원과 성취기준을 살펴보았습니다.
제 수업을 지켜보신 분은 알겠지만 계획을 세울 때는 항상 '하고 싶은 것 먼저! 근거는 나중에 작성합니다.'
[2학년 천천히 깊게 읽기 수업전개 여행계획서]
첫 시간 이야기
오늘은 그 첫 시간입니다.
"오늘부터 선생님하고 이 책을 천천히 그리고 깊게 읽어 볼 거예요.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겁게 먹는 것처럼 맛있는 책 수업이라고 부르면 좋겠어요."
아이들과 책 표지를 살피고 판권장에 1판1쇄 1판3쇄 의미도 설명해줍니다. 책갈피를 하나씩 선물로 나누어 줍니다. 책갈피를 선물하면 다음시간에 "몇쪽 펴세요." 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꺄악!"
천장을 뚫는 듯한 엄마의 비명 소리에 단잠에 빠져 있던 찬이의 눈이 번쩍 떠졌다.
<중략>
"엄마 뭐가 돼라는 거야?"
찬이는 답답한 마음에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한 발짝, 두 발짝 아빠와 엄마 곁으로 다가갔다.
"꿀꿀, 꿀꿀!"
그곳엔 돼지가 있었다.
『변신돼지, 박주혜 7-9p』
어느날 새벽, 찬이네 집에서 키우던 토끼 달콤이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돼지가 한마리 나타납니다. 찬이 엄마는 세상에서 돼지가 제일 싫습니다. 어릴 때 별명이 돼지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맛있는 책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읽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읽기로 이해하는 어휘보다 듣기로 이해하는 어휘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작품에 몰입하기까지 교사가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읽고 등장인물을 하나하나 정리합니다. 그리고 사건들을 정리합니다.
교사의 생각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을 많이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시간에도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샛길새기 - 더 깊게 읽기
① 돼지가 달콤이(토끼)인 증거 찾기
우리 집이 15층인데 어떻게 돼지가 집에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발가락으로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대?
아니면 쟤가 모기야?
날아서 방충망을 뚫고 들어왔겠어?
지금 엄마가 말하는 게 더 이상한 것 같거든?
『박주혜, 변신돼지, 18p』
찬이 엄마는 달콤이가 돼지로 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작품 곳곳에는 달콤이가 돼지로 변했다는 단서들이 등장합니다. 그 단서들을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주어진 작품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하는 것이 천천히 깊게 읽기의 핵심!
아이들이 책을 들여다 보며 증거를 찾기 시작합니다.
▶달콤이가 돼지로 변했다는 증거
1. 돼지가 달콤이처럼 샐러리와 신선초등 채소를 먹는다. 식성이 비슷하다.
2. 돼지 무늬가 토끼 무늬이다.
3. 크기도 달콤이만 하다.
4. 달콤이처럼 귀가 쫑긋 서있다.
5. 달콤이 처럼 코를 씰룩거린다.
6. 돼지 눈빛이 굉장히 낯익다.
아이들은 아빠의 대사와 찬이의 대사에서 증거를 찾습니다.
② 토끼와 돼지의 먹이 알아보기
제가 진행하는 천천히 읽기 수업에서는 모르는 낱말을 찾고 문장을 만들어보는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첫날부터 무리하게 접근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첫 시간의 목표는 오직 하나, '책과 주인공에 대해 애정을 갖게 만드는 것' 이기 때문입니다.
책에 나와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토끼의 먹이를 찾고 채소의 사진을 하나씩 보며 먹어본 적이 있는지 맛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돼지의 먹이에서는 '잡식'이라는 용어에 주목했습니다. 작품에 나오는 '잡식'의 뜻을 찾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첫 수업이 끝났습니다. 연구노트를 정리하며 한 학생이 말합니다.
"너무 재밌어요. 선생님 내일 또 책 수업 하면 좋겠어요. "
그 어떤 보상보다 행복한 한 마디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도 곧 들려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