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리딩 도전기] 밤 열한시, 마지막 기차 Part-1
"학원 다녀왔습니다."
집 안에 메아리가 쳤다 팔월인데도 온몸에 으스스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나는 텅 빈 거실에 불을 켰다. 안방과 내 방에도 불을 켰다.
다용도실과 베란에까지, 전등을 있는 대로 다 켰다. 텔레비전 리모컨을 눌러 가장 시끄러운 방송을 찾았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7p-
"애들아 책 읽어라"
"어떻게 읽어요?"
아이들이 이렇게 질문할 때 어떻게 답해보셨나요?
"조용히 앉아서 그냥 열심히 읽어"
이렇게 답하시지는 않으셨나요?
오늘부터는 책을 천천히 읽는 몇가지 방법들을 알려 드리고,
불량한 자전거 여행에 적용하여 설명하려 합니다.
또, 이와 관련하여 진행했던 슬로리딩 수업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책을 천천히 읽는 첫 번째 방법
1. 제목에 유의하라
불량한 자전거 여행,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떠난다. 왜 떠나야 했을까? 첫 장의 소제목은 밤 열한시, 마지막 기차,
이 글의 주인공인 호진이는 왜 밤 열한시, 마지막 기차를 타고 떠나야 했을까?
제목을 보고 이러한 의문을 품고 글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첫 장에서는 호진이가 여행을 가야하는 이유가 나옵니다. 즉, 갈등상황에 대해 나와있지요.
호진이가 여행을 떠날 수 밖에 없는 갈등상황에 대한 이해! 이것이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의 핵심입니다.
제목을 유의해서 보면 핵심질문이 떠오르게 되고, 내가 무엇에 집중해서 읽으면 흥미로울지 방향을 알 수 있게 되거든요!
갈등상황은 크게 두가지 입니다.
1. 엄마와 아빠 사이의 갈등 -> 이혼할지도 모른다.
2. 엄마 아빠의 가치관과 호진이와의 갈등 -> 나 때문에 희생한다고 하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다.
*샛길을 새어 봅시다.
단편 소설 vs. 장편 소설
단편- 정지된 사진. 단편 소설은 우리의 시간을 멈추려 한다. 우리는 거리를 조금 두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안경을 통해 소설 속 인물을 응시한다. 그들은 한가지 태도, 한 순간, 한 몸짓에 멈춰 있는 경우가 많다.
장편-인물에게 감정이입. 주인공의 내면을 알게 되고 새롭고 환상적인 인간에 완전히 흡수되어 그의 정체성으로 스며든다.
E.M. 포스터 "한 소설을 평가하는 최종 시험대는 그 작품에 대한 우리의 애정일 것이다."
데이비드 미킥스, 느리게 읽기 269p 참고
첫 장인 밤 열한시 기차는 이러한 갈등상황 속에 놓여진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계속적으로 보여줍니다.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이것이 슬로리딩 성공의 핵심 열쇠입니다!
작품에 대한 아이들의 애정을 만드는 일!
그리고 이러한 것은 단편소설이나 교과서의 짧은 지문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장편으로 된 한 권의 책이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길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밝히고 밝혀 길바닥에 까맣게 눌어붙은 껌자국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나는 고장난 신호등이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가 가운데 있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 아빠 사이에 몇 달 동안 한 말보다 더 많은 말이 오갔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17p
가정불화에서 오는 부정적 생각들을 나타내는 여러 표현들과 장치들을 통해 작가는 감정이입을 하라고 유혹합니다.
결국 이러한 장치들은 작품의 인물과 독자인 나를 동일시하게 하고 책 속에 더 빠져들수 있게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슬로리딩 샛길새기 활동 하나,
*샛길새기 활동이란?
-작품에 나오는 여러 단어, 표현 등을 자세히 찾아보고, 연구하고 때로는 체험을 해보는 슬로 리딩의 핵심활동, 책을 읽다가 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 마음에 들거나 의미 있는 내용이 있으면 직접 해보거나, 자세히 조사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헤.어.지.자.'
한국말인데 한동안 뜻이 생각나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한다?
이혼은 드라마에만 나오는 것인 줄 알았다. 남의 집이야기로만 알았다. 눈 앞이 캄캄했다.
나는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았다. 물통에 검은 물감이 한방울 떨어진 것처럼 우울한 생각이 머릿속에 자꾸 퍼져 나갔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19p
이 활동은 함께 이 책으로 슬로 리딩 수업을 하고 있는손불초등학교 양승복 선생님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서양에서 우울하다는 표현은 Blue라는 표현을 쓰는데 작가는 왜 검은 물감이라고 표현했을까?
색에도 어떤 느낌이나 감정이 있을까? 한번 알아보자, 그리고 물 속에 검은 물감을 한방울 떨어트려 보자!
아이들과 함께 했던 슬로리딩 샛길새기 활동 둘,
나는 재빨리 가방에 옷과 양말을 넣었다. 팬티, 만능 칼, 수첩, 손전등도 넣었다. 게임기를 가져갈까 말까 하다가 내려놓았다.
다음은 돈이다. 돼지 저금통을 소리 안 나게 침대 위에 쏟았다. 몇 달 전에 한 번 뜯은 적이 있어서 돈이 많지는 않았다.
<중략>
가방을 챙기는데 오분이 걸렸다. 나는 공책을 찢어 편지를 썼다.
여행가요. 찾지 마요. 나중에 전화할게요.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24쪽
미술교과와 연계한 수업, 우리도 호진이처럼 여행가방을 싸볼까? 여행을 간다면 어느나라로 가볼래? 어떤 짐들을 챙겨볼래?
이런 것을 꼴라쥬라고 해!
자신의 여행가방을 소개하는 시간,
어떤 아이는 먹을 것을 잔뜩 붙여 놓았고, 한 아이는 부모님을 데려가고 싶다고 부모님을 그려 넣었습니다.
아이들의 특징과 개성을 알 수 있었던 활동, 주인공처럼 가방을 챙겨보며 이 작품에 아이들은 더 빠져들게 됩니다.
자, 그럼 호진이가 떠나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죠. 떠나긴 떠나는데 어디로 가느냐?
책을 천천히 읽는 두 번째 방법을 알면 첫 장에서 바로 알게 됩니다.
다음편에 두번째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