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슬로리딩클럽] 10. 슬로리딩, 책은 언제 어떻게 읽나요?
아이들과 책 한권을 천천히 느리게 읽는 슬로리딩 수업, 많은 학교와 교실에서 시작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의 슬로리딩 수업을 보는 경험까지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 많았습니다. 흔히 슬로리딩 수업을 교과연계 및 독후활동을 하는 주제중심 통합의 도구로만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도구로 사용하게 되면 자칫 아이들이 책과 더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교과서로 인식하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중심은 '읽기'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더 즐겁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1학기 슬로리딩 수업을 마치며 '읽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책을 잘 읽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까?"
"과연 이 아이들은 책을 잘 읽었을까? 나는 독후활동만 열심히 한 것은 아닐까?"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러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답은 하나였습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것", "읽었던 책을 스스로 다시 한번 보게 하는 것"
오늘은 그래서 슬로리딩 강의를 하게 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인 "수업시간에 함께 책 읽는 법"에 대해 제 경험에 비추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01. 12색 크레파스와 거짓말 하는 어른 (프롤로그)
02. 어떤 책을 함께 읽을까? 슬로리딩 책 선정의 기준 다섯 가지
03. Pick me Up! - 책 정보는 어디에서 얻을까? (학년/학급도서 신청목록 만들기)
04. 슬로리딩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쉽게 시작하자!
05. 2016년 슬로리딩 첫 수업 이야기(첫 수업 Tip)
06. 맛있는 책 만들기 프로젝트
07. 여기, 지금 슬로리딩 수업 생중계
08. 몽털씨처럼 막연한 꿈이 아닌 흥미와 재능 찾기
09.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40일의 여행이야기(차시별 활동안내)
10. 슬로리딩, 책은 언제 어떻게 읽나요?
1. 수업시간에 함께 읽는다 - 슬로리딩 수업은 독후활동을 하는 수업이 아니다. -
슬로리딩 수업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바로 수업시간입니다. 미리 읽어오지 않습니다. 궁금해서 미리 읽어오더라도 교실에 와서 수업시간에 함께 같은 부분을 읽습니다. '읽었다 치고' 독후활동이나 교과연계 활동을 하는 것은 '읽기'수업이 아니죠. 아이들과 함께 읽는 책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한낱 동기유발 자료로 전락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수업시간에 읽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소리내어 책 읽는 소리, 생각하며 책 읽는 정적,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한 순간입니다.
[2015년 11월, 작가님과 함께 책을 살펴보던 순간이 슬로리딩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부분을 다 읽나요?"
라는 질문이 나오게 됩니다. 그 대답이 2번째 방법입니다.
2. 정말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읽는다. - 절대 욕심부리지 않는다.-
일본에서 슬로리딩 수업을 하셨던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께서는 한 줄의 문장을 가지고 2주일동안 수업을 하신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 한 문장을 읽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느끼기 위한 노력의 수업이었던 것입니다. 슬로리딩이라고 해놓고서 한 차시에 5~6페이지를 읽습니다. 제가 처음 했던 실수입니다. 수업을 해보시면 알게 됩니다. 조급해하시면 아이들은 함께하지 못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장면 단위(영어로는 #scene이 되겠죠.)로 수업차시를 나눕니다. 절대로 4페이지 이상 넘어가지 않습니다. 대부분 2페이지 정도를 다룹니다. 5분에서 10분정도면 함께 읽기에 충분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여유를 주세요. 한 장면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선생님 저 이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생쥐가 범인이구요. 나중에 사서가 되요."
"아 그래? 선생님은 끝까지 읽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어. 대신에 우리 이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자세히 해보자. 글감을 잃어버린 여우아저씨의 마음이 어땠을까?"
책의 결말을 중요시 하던 아이들이 천천히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말을 다 알고 있더라도 장면에 집중해서 책 이야기를 즐겁게 하게 됩니다. 왜 슬로리딩을 내가 시작하게 되었는지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들과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읽겠다고 시작했던 수업에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읽으면 됩니다.
3.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방법 총 정리
"그럼 수업시간에 소리내어 읽나요? 눈으로 읽나요?"
"한꺼번에 동시에 읽나요? 돌아가며 읽나요?"
슬로리딩 수업을 처음 시작하면서는 전체가 소리를 내어 읽었습니다. 소리내어 읽는 음독의 가치와 '소리내어 읽기'를 어려워하는 난독학생들을 위해서 그렇게 시작하였죠. 그런데 제 수업을 보신 한 선생님께서 "너무 산만하지 않아? 아이들이 작품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겠는걸?" 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읽기 방법을 적용해 보았습니다.
-교사가 읽어주기
-함께 소리내어 읽기(제창)
-대표학생 한 명이 소리내어 읽고 나머지는 눈으로 읽기(독창)
-부분을 나누어 돌아가며 소리내어 읽기(윤독)
-역할을 나누어 읽기
우리가 평상시에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읽는 방법은 위에 제시한 방법정도가 있을겁니다. 한 가지 정답은 없습니다. 저 위에 있는 방법들을 각 장면에 맞추어서 적절하게 읽어야 합니다. 다음은 제가 실천했던 정말 주관적인 읽기 방법과 순서입니다. (단 여기에서 전제하는 것은 1인 1책이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책이 있어야 좋습니다.)
(1)처음에는 읽어주자
장편 동화를 처음 아이들에게 소개해주는 첫 시간은 아주 중요한 순간입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선생님이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책의 앞 뒤를 살펴보고, 주인공이 누구인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인지를 교사가 생생하게 소개해주는 것입니다.
특히 중학교 이전의 아이들은 책을 보는 속도보다 듣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이 말은 처음 작품의 주인공과 이야기에 대한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되기 전까지는 선생님이 읽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주인공의 이름도 다 알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기 전까지는 읽어주십시오. 저의 경우에는 처음 2차시 정도는 제가 실감나게 읽어줍니다.
[실물화상기에 책을 띄워놓고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손으로 수동 Zoom In/Out을 하며 읽어주던 순간입니다.]
(2) 교사에서 학생으로 주도권을 넘기다. - 함께 소리내어 읽는 기쁨을 알려주자 -
선생님이 읽어주던 이야기를 아이들이 읽도록 합니다. 이때 함께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같은 책을 함께 읽는 다는 경험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소리내어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그 반대로 '소리내어 읽기'를 어려워 하는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 목소리에 묻혀 숨을 공간을 만들어 주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글자의 소리를 자존감이 상하지 않게 스스로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함께 소리내어 읽고 눈으로 읽을 시간을 다시 줍니다.
소리내어 읽기 좋은 부분, 2페이지 이하의 짧은 부분을 읽을 때 이렇게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3) 부분을 나누어 돌아가며 읽기
어느정도 슬로리딩 수업이 정착이 되면 부분을 나누어 돌아가며 읽습니다. 소인수 학급에서는 모두가 다 읽을 수 있지만 다인수(24명 이상) 학급에서는 '읽기천사'를 6명 정도 정해서 미리 읽을 부분을 알려줍니다. 이렇게 미리 알려주는 이유는 '소리내어 읽기'에 자신감이 없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는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는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부분을 나누어 돌아가며 소리내어 읽고 다른 학생들은 귀로 듣고 눈으로 읽습니다.
(4) 부분을 나누어 돌아가며 읽고 인물의 대사는 역할을 나누어 읽기
제가 하는 가장 일반적인 슬로리딩 읽기의 형태입니다. 주인공과 등장인물에 대한 캐릭터정리가 끝나면 비로소 역할을 나누어 읽습니다. 아이들이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술하는 지문은 '읽기 천사'가 된 아이들이 돌아가며 읽고 따옴표가 들어간 대사만 역할을 나누어 읽습니다.
개인적으로 역할놀이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읽기' 수업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에 대한 애정을 갖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작품 읽기'를 또 하나의 해야할 과제나 활동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역할을 나누고 돌아가며 함께 읽는 이 순간이 사실 가장 즐거운 순간입니다.
4. 읽다[익따] 어떻게 제대로 아이들이 제대로 책을 읽었다고 알 수 있을까?
나주중앙초등학교 2학년 1반 아이들과 광주봉주초등학교 2학년 4반은 같은 책으로 '온작품 읽기(슬로리딩)'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수업 방식은 조금 달랐지만 같은 책을 읽은 것이지요.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광주봉주초등학교 2학년 4반 아이들이 먼저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책을 읽은 소감을 손편지로 보내주었고 우리 아이들은 답장을 썼습니다.
사실 저는 봉주초등학교 학생들이 책 이야기를 쓴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답장을 쉬는시간이나 숙제로 써오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손편지 활동은 책수업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책을 읽고 재미있었던 부분, 감동했던 부분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편지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편지로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광경이 21세기 2학년 1반 교실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광경을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을 만드는 일',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꺼내어 보게 만드는 것'
이것이 제 슬로리딩 수업의 목표입니다. 독해력 향상이나 어휘력 향상이 이 목표보다 더 중요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지극히 제 개인적인 방법들을 안내해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