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리딩 도전기] 책을 느리게 읽는 아홉 번째 방법 - 샛길로 크게 들어가 보자!
나는 아버지가 무서웠다.
엄마는 엄마라고 불렀는데 아버지는 아빠가 아니었다.
-김남중, 속좁은 아빠 _작가의 말 中-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을 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해 드렸던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1.'제목에 유의하라'
2. '경쟁하는 목소리에 유의하라'
3. '이정표를 찾아라!'
4.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
5. '작가의 문체를 감지하라!'
6. '인내심을 가져라!'
7. '의심의 기술을 길러라!'
8. '작가의 기본생각을 발견하라!'
여덟 가지에 이어서 이번에는 아홉 번째 방법으로 이 책을 함께 느리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권의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작품에 나오는 것들은 다 해보는 샛길새기 활동모습들을 보여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샛길을 좀 더 크게 돌아볼까 합니다.
우리가 정말 마음에 드는 노래나 음악을 만나면 그 작곡가가 만든 다른 노래나 그 가수가 부른 다른 노래를 찾아듣게 됩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게 되지요.
진정한 샛길새기가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이때, 책을 느리게 읽는 아홉번째 방법이 가장 필요하게 됩니다.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9.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자!
많은 책들을 읽지 않았지만, 하나의 작품을 읽고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작품들을 쭉 읽는 편입니다.
대학 시절, 학군단 007가방 안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었습니다.
'노르웨이 숲'으로 입문했던 그의 작품은 '태엽감는 새', '해변의 카프카', '1Q84', 그리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라는 수필집까지 이어졌습니다.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읽지 않았다면, 태엽감는 새와 해변의 카프카를 만날 수 있었을까요?
또 이야기가 길어져 버렸구려. 용서하시오. 내가 정말로 오카다 씨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오. 나는 내 자신의 인생을 어느 순간엔가 잃어버리고 그 잃어버린 인생과 더불어 40년 이상 살아온 인간이오. 그리고 그와 같은 입장에 있는 인간으로서 생각할 때, 인생이라는 것은 그 와중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한정되어 있소. 인생이라는 행위 속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은 한정된 아주 짧은 기간이오, 어쩌면 수십 초일지도 모르오. 그것이 지나가 버리면, 또 거기에 나타난 계시를 잡는 데 실패해 버리면, 두 번째 기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소. 그후에 사람은 암울한 깊은 고독과 후회 속에서 인생을 보내야만 할지도 모르오. 그러한 황혼의 세계에서 사람은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소.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마땅히 존재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덧없는 잔해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무라카미 하루키, 태엽감는 새 4권 中-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지 않았다면, '더블'과 같은 좋은 소설집을 읽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탐색하는 것, 그것이 책을 느리게 읽으며 즐기는 아홉 번째 방법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자!
아이들과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중에, 정말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김남중 작가님의 '속 좁은 아빠'입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 자전거에 대해 쓴 책이라면, 속 좁은 아빠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미칠 듯한 반전과 특유의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함께 읽어보시죠.
1. 제목에 유의해보자. 왜? '속 좁은' 아빠인가?
-매일 술먹고 주정부리는 속 좁은 아빠, 골칫덩어리 아빠이다. 하지만 병에 걸리게 되고 수술을 해서 진짜 몸 속이 좁은 아빠가 되어 버렸다.
2. 작가의 문체에 유의해 보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머리가 통째로 들어가는 오토바이 헬멧을 하나 사서 아빠한테 거꾸로 씌워야겠다.
-김남중, 속 좁은 아빠 18p 中-
-작가 특유의 직유법과 발랄하고 통쾌한 묘사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아파트 앞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주정을 부리는 아빠를 집으로 들어오며 딸은 아빠머리에 헬멧을 씌우고 싶다고 이야기 합니다.
3. 작가의 기본생각을 파악하라
옛날에 너희 엄마를 만나기 전에 말이야. 여기로 혼자 여행을 온 적이 있었어. 되는 일도 없었고 희망도 보이지 않았어.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지. 그때도 비 온 다음 날이었을 거야. 혼자 여기 앉아 있는데 문득 저 소나무가 보였어.
<중략>살아 보겠다고 그동안 몸부림쳐서 뻗은 뿌리가 소나무를 잡았을거야. 소나무는 그만 살고 싶은데, 꽃잎처럼 뚝 떨어져 버리고 싶은데 뿌리가 소나무를 안 놔줬을 거야. 그래서 소나무는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 있을 거야. 여름에는 비 맞고, 겨울에는 눈 맞고, 가뭄에는 목말라 가면서도 계속 저렇게 살아갈거야. 저 뿌리 보이지?
너희가 내 뿌리야. 아빠는 그걸 깜빡 잊고 있었어. 이제는 절대 잊지 않을게. 고맙다. 애들아. 나도 너희의 든든한 뿌리가 되어 줄게.
-김남중, 속 좁은 아빠 159-160p 中-
가족은 서로에게 든든한 뿌리라는 것, 삶을 지탱하게 해준다는 작가의 생각이 잘 드러난 부분, 불량한 자전거 여행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4. 불량한 자전거 여행과는 또 다른 재미
불량한 자전거 여행과 달리 이 작품에는 큰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또한 러브라인도 있지요. 그래서 불량한 자전거 여행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비교해보며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는 것은 책을 맛있게 읽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 속 좁은 아빠를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시기를 더욱 추천합니다.
책을 느리게 읽는 아홉 번째 방법!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자! 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샛길새기 활동>
'속 좁은 아빠' 읽기
5쪽짜리 요약본을 소중한 분에게 받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각자 책을 돌려가며 읽었습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슬퍼요.' '책 빨리 읽어보고 싶어요.' 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책 읽어라!" 하지 않고 책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 책에 대한 애정을 만드는 것, 슬로리딩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