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리딩 도전기] 불지옥과 물 천국-책을 느리게 읽는 여섯 번째 방법
"오늘은 대구로 갑니다. 거리 백이십 킬로미터, 중간에 가지산을 넘어야 됩니다. 가지산 가파릅니다. 지금까지 넘은 고갯길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밝으세요. 한번 내리면 다시 오르기 힘듭니다. 여러분의 인내력이 얼마나 강한지 오늘 알 수 있을 겁니다."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23p 中-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을 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해 드렸던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1.'제목에 유의하라'
2. '경쟁하는 목소리에 유의하라'
3. '이정표를 찾아라!'
4.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
5. '작가의 문체를 감지하라!'
다섯 가지에 이어서 이번에는 여섯 번째 방법으로 이 책을 함께 느리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5장의 소제목은'불지옥과 물 천국'입니다.
규칙1을 적용해 볼까요? '제목에 유의하라!' 왜 불지옥과 물 천국일까?
이제부터 이 여행의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요.
이 작품에는 최대 고비가 되는 오르막 길 두 코스가 나옵니다.
1. 가지산을 오르는 코스
2. 미시령을 오르는 코스
산을 자전거로 오른다? 가지산의 높이가 1240m네요. 경상도에 있는 산이라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높은 산을 넘는 도로를 자전거로 오른다는 것,
이 작품의 배경이 8월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불지옥이겠어요.
그럼 물 천국도 나오겠죠?
먼저 불지옥을 버티려면 강한 인내가 필요할 겁니다.
책을 느리게 읽는 것도 인내가 필요한 순간이 왔습니다.
이때, 책을 느리게 읽는 여섯 번째 방법이 가장 필요하게 됩니다.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6. 인내심을 가져라!
가장 중요한 이 방법, '노오오력'! 이라는 사회비판 유행어만큼이나 식상하신가요?
그래서 가장 처음 하고 싶었지만, 중요하기에 지금 소개해 드립니다.
인내심을 가지면 책을 느리고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인내심을 가져라!
삼권분립을 주장한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는「법의 정신」이는 책을 완성하기 위해
무려 이십 년을 세월을 소비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책을 두고 스위스의 비평가인 장 스타로뱅스키는
"「법의 정신」은 몽테스키외의 붉은 보르도다." 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책을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 44-45p-
책을 한 권 쓰는 데에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김남중 작가님께서는 농담으로 이 책의 여행이 2주이듯, 2주동안 여행하는 기분으로 썼다고 하셨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떤 책은 2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하지요. 그래서 책을 오래된 포도주에 비유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포도주를 원샷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30년 된 포도주를 원샷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다독' 과 '속독' 입니다.
예를 들면 초등학생에게 책 100권 읽기 같은 것 말이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1년에 책 100권 읽으시는 선생님 있으신가요? 제가 워낙 느리게 읽는 사람이라, 군 생활 2년 4개월 하는 동안 80권 정도 읽었던 것이 최대 기록이었습니다;;)
'취라우 아포리즘'에서 카프카는 다음과 같이 썼다.
다른 모든 죄악을 파생시키는 인간의 대죄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조급함과 경솔함이다. 조급함 때문에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으며, 경솔함 때문에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니면, 오로지 한 가지 대죄가 있을지도 모른다. 조급함. 인간은 조급함 때문에 추방당했으며, 조급함 때문에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느리게 읽기, David Mikics 76p-
인내심을 가지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단지 책을 다 읽었다는 성취감을 갖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포도주를 마시듯이 천천히, 작지만 의미 있는 것들을 음미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빨리 읽고 줄거리만 알게 되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한 줄이면 끝나게 되지요.
'두 어린 남녀가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고 양가의 반대로 꾀를 내어 보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으며 로미오의 노래도 자세히 읽어보고, 두 가문에 대해서도 알아보며 천천히 읽으면 이야기가 달라지게 되겠지요.
인내심을 가지라는 것이 단순히 참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가 왜 이런 표현을 사용했는지, 이 부분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치열하게 책과 씨름하는 그 순간을 즐기라는 것입니다.
왜 인내심에 대한 이야기를 이 순간에 하게 되었냐고 물어보시면 이 명장면 때문입니다.
다들 싸우고 있었다. 나도 싸우는 중이다. 처음에는 싸움 상대가 가지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높이 오를수록 알 수 있었다. 산은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다.
나와 싸우는 거다. 내 속에 있는 나, 포기하고 싶은 나와 싸우는 거다. 몸이 편하려면 집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집을 떠났고, 온 힘을 다해 산을 오르고 있다. 이 산을 넘으면 대구가 나온다. 어떤 곳인지,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산을 넘으면 알 수 있다.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130p 中
이 명장면을 앞두고 아이들과 오르막길을 출발하는 모습을 간단하게 읽어보았습니다.
"자전거 파이팅!" _한 학생이 선창!
"파이팅!"_ 다 같이 후창!
"가지산 덤벼라!"
"덤벼라!"
"우리는 달린다!"
"달린다!"
한 아이가 선창하면 학급 아이들 모두가 따라서 후창을 하며 즐겁게 글을 읽었습니다.
슬로 리딩, 1년 동안 한 권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하다보면 항상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순간도 분명 옵니다. 재미있는 활동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책을 연구해보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습지 모음 파일이름도 연구노트이지요!
[슬로리딩 수업을 준비 중인 우리 반 OOO의 책상]
인내심을 가지고 책을 느리게 읽으며 책의 반짝이는 순간을 즐기고 누리는 것!
책을 느리게 읽는 여섯 번째 방법이었습니다.
P.S. 아! 물 천국 보여드려야죠!_샛길새기 활동과 연계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샛길새기 활동>
1. 엄마와의 전화통화에서 도망심리를 느끼고 동해바다를 가고 싶어하는 호진이의 모습
_두 가지 질문을 준비 했습니다.
"너희들은 언제 도망가 버리고 싶었는지?"
"동해바다를 생각하고 기분이 좋아진 호진이처럼너희가 스트레스를 푸는방법은 무엇인지?(게임 제외)"
이 샛길새기를 중간고사 때 시험을 빙자해서 했습니다ㅎ
2. 가족간의 호칭 알아보기
_어려운 단어를 찾는 시간에 '도련님' 이라는 말을 조선시대에만 사용하는 언어로 알고 있어 역할놀이를 하며 호칭을 익혔습니다.
3. 책 삽화에 그려진 인물의 이름 맞추기
_책에 그려진 인물의 이름 알아맞추기 활동을 하였습니다. 인물의 특징에 따라 유추해보고, 그 결과는 작가님과의 만남을 통해 확인하였습니다.(작가님과 삽화가님이 다르셔서 작가님도 헷갈려 하셨다는 것은 비밀!^^)
4. 국어 성취기준과 관련하여 책 전체에서 관용표현 찾기
_책에서 관용표현을 모두 찾아보라고 하였습니다.소설 책 한 권에도 다양한 관용표현이 있었습니다.
"불똥이 튀었다." 라는 표현은 소설에서는 정말 캠프파이어를 하며 불똥이 튀는 장면이었지만,
아이들이 관용표현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함께 적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것도 관용표현인가요? 아니면 비유인가요?" 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더 똑똑합니다.
"비유적인 표현 중에서누구나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라서 다른 사람 한번 듣고도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으면 관용표현이지 않을까?"
"관용이라는 의미가 많이 쓰인다는 의미이니까, 이건 관용표현이고 저건 관용표현이 아니라고 딱 나눌 수 없을 것 같은데?"
아이들과 이 표현은 관용표현인지 아닌지, 저 표현은 관용표현인지 토론하다가 한 시간 수업이 다 끝났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