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리딩 도전기] 아이들의 글에도 문체가 있다. 성격이 보인다.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을 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해 드렸던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1.'제목에 유의하라'
2. '경쟁하는 목소리에 유의하라'
3. '이정표를 찾아라!'
4.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
5. '작가의 문체를 감지하라!'
다섯 가지를 소개해드렸고, 지난 시간에는 작가의 문체에 집중해서 글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글에도 문체가 있다고 말씀 드렸지요.
아이들의 문체라고 하면 거창한 것 같지만, 글이라는 것,
그 사람의 내면과 성격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이어서 글을 보고 아이의 성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직접 쓴 글을 읽고
친구들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볼 수 있는 글쓰기 합평수업을 오늘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5-적용편_글쓰기 합평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문체를 살펴보자
책 한 권을 가지고 1년동안 수업을 하다 보면, 문학 책으로 달성하기 힘든 성취기준이 나옵니다.
이런 경우에는 테마주간을 운영하고 테마에 맞는 활동을 통해 성취기준을 달성하도록 운영을 했습니다.
주장하는 글쓰기를 예로 들면,
1학기 지구사랑주간을 통해 '지구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논설문을 함께 쓰고 합평수업을 계획하였습니다.
올해 시작한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는 형식뿐인 나이스 주간학습안내를 놔두고,
실제적인 수업안내를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이면 아이들에게 주간학습안내를 페이지스로 작업해서 나누어주었습니다.
3월 첫주는 공동체 주간, 4월 첫주는 지구사랑주간, 5월 첫주는 가족사랑주간, 이렇게 매주 테마로 운영했어요.
(2학기에는 사실 바빠서 밑에 있는 시간표만 작업해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저의 수업 계획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영화 'Earth'시청하기
2. 국어 7단원 주장과 근거 238~241 쪽을 읽으며 논설문의 형식에 대해 이해하기
3. 지구사랑 글쓰기하여 클래스팅에 올리기
4. 합평하여 자신이 쓴 글 다듬기 - 친구 글의 특징 알아보기
5. 다듬은 글 클래스팅에 올리기
마침 국어 7단원에 '자연 보호는 우리가 꼭 해야 할 일' 이라는 글이 있어
이 글을 가지고 논설문의 형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구사랑글쓰기를 클래스팅에 올리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모든 글을 다 출력해 묶어서 개인별로 나누어 주고 합평을 시작했습니다.
*샛길새기-합평이란?
[명사]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비평함.
사전적 의미로는 모여서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어과 교육과정과 지도서에도 합평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습니다.작가들이나 평론가들이 모여서 글에 대해 비평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그것을 토대로 첨삭을 진행하는 세미나의 일종이라고 해야할까요?이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해보고 싶었습니다. 6학년 정도면 합평수업이 가능할 것 같았거든요!
합평 수업의 진행 순서
1. 음독(함께 소리내어 글을 읽습니다.)
2. 1분간 이 글의 장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찾는다.
3. 돌아가며 이야기하고 아직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으면 '패스'라고 말하고 마지막에 말한다.
4. 패스를 하고 자기 차레가 되었을 경우에는 앞에서 다른 친구들이 말한 내용이라도 반드시 말하도록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교사도 1/n의 몫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 친목회에서 제일 안되는 항목이죠?^^)
그래서 돌아가며 이야기를 할 때 저는 아이들의 글에서 느껴지는 성격이나 특징들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습니다. 교사가 다 고쳐주려면 첨삭이지, 합평이 아닙니다. 개입을 최소화 해야 합니다.
의외로 진지하게 자신의 글에 대해, 친구의 글에 대해 분석을 하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오탈자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을 하지 않도록 하고, 새로운 표현이나 글의 구성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도록 하였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아이들의 문체, 즉 글에서 느껴지는 특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애들아 OO은 글 마지막에 '이런 방법으로 지구를 살리기 바래요! ^_^' 라고 써 주었어.
글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니? 글만 보아도 OO인지 당장에 맞출 수 있겠다!
교사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좋은 글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빨간 볼펜 들고 교사가 첨삭해 주지 않아도 친구들에게 듣는 조언은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아이들은 좋은 글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치지 않았죠. 왜? 귀찮으니까요.
하지만 친구들이 조언해주고, 글의 좋은 부분과 함께 말해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고쳐야지요. 친구들이 관심을 가져주니까요.
마지막 글의 순서가 오자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믿겨지시나요? 무려 6학년 1학기에 진행했던 합평결과입니다.
합평을 마치고 친구들의 조언을 토대로 글을 다시 다듬어서 올릴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제 놀라운 Before & After를 감상하시죠!
-수업 전(A학생)
지구를 살리는 글쓰기
지금부터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방법1.물을 아끼고 더럽히지 않아야합니다.
비누칠을 할 때는 수도꼭지를 잠그고,또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하기보다 간단한 샤워를 합니다.
방법2.숲을 보호합니다.
종이를 아껴 쓰고,연필을 나무로 만든 는데 재료가 되는 나무가 멸종되지 않고 숲이 훼손되지 않도록,아무데나 내버려 두지 말고,새것을 살지 말고 최대한 아껴 씁니다.
방법3.에너지를 아껴 씁시다.
석유와 가스를 에너지로 만들 때 환경이 많이 오염됩니다.
여름철 에어컨이나 겨울철 난방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여 에너지를 아껴야 해요.
방법4.가까운 거리를 차를 타지 않고 걷거나,자전거를 이용합니다.
요즘엔 차가 편리해서 가까운 거리도 걷지 않고 차를 타는데 차를 타지 않고 걸으면 운동도 되고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차를 타면 기름이 낭비가 되고,살이 더 많이 찌기 때문에 차를 타지 않고,걸어야 됩니다.
이런 방법으로 지구를 살리기 바래요!! ^~^
-수업 후(A학생)
지구를 살리는 글쓰기
우리 모두가 사는 지구는 우리가 함부로 대해서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만약 우리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지구는 병원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우리가 의사가 되어 지구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 보아야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첫째,물을 아껴 써야 합니다.
비누칠을 할 때는 수도꼭지를 꼭 잠그고,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하기보단 간단한 샤워를 하여야 합니다.
둘째,숲을 보호해야 합니다.
종이를 아껴 쓰고,댐이나 건물을 세우는 것을 줄여 파괴되지 않도록 하고,숲에 쓰게기를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에너지를 아껴 써야 합니다.
석유와 가스를 에너지로 만들 때 환경이 많이 오염 됩니다.
여름철 에어컨이나 겨울철 난방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여 에너지를 아껴야 합니다.
넷째,가까운 거리를 차를 타지 않고,걷거나 자전거 이용을 합니다.
요즘엔 차가 편리하여 가까운 거리도 걷지 않고 차를 타는데 차를 타지 않고 걸으면운동도 되고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차를 타면 기름이 낭비가 되고,살이 더 찌기 때문에 차를 타지 않고 걸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의사가 되어 이 방법으로 지구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 봅시다.
글에 힘이 붙었습니다.
저는 첨삭지도를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멋진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A학생의 수업 전과 후의 글은 글을 쓰는 자세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게 합니다.
B학생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수업 전(B학생)
지구를 살리기 위한 실천
지구는 우리에게 오염이 되고 있습니다.그렇기에 지구는 우리가 살려야 합니다.또한,우리는 지구를 사랑해야 하고,지구를 존중해야 합니다.지구가 죽는다면 우리도 죽는 것입니다.지구를 많이 사랑하여야 합니다.그래서 지구에 대한 저의 주장을 내볼까 합니다.
첫째,쓰레기를 줄여야 합니다.
근거를 들자면 쓰레기를 태우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에게 해로운 병을 줍니다.지구의 오존층이 있지만 그것이 없어진다면 지구가 죽을 가능성은 클것입니다.
둘째,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녀야 합니다.
근거를 들자면 가까운 거리인데도 차를 타고 가면 매연에 의해 지구에게 해로운 병을 줍니다.우리가 걸어다니는 것은 지구를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습니다.
셋째,음식을 남기지 않아야 합니다.
근거를 들자면 버린 음식물을 땅에 매립하기 때문에 지구에게 해로운 병을 줍니다.그래서 음식은 먹을만큼만 덜어서 먹습니다.남기지 않아야 지구를 조금이라도 살리고,우리가 지구의 작은 은인이 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를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우리가 할 노력은 이3가지를 지켜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이 지구를 우리 함꼐 살려봅시다.
-수업 후(B학생)
병든 지구에게 약을 줄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병든 지구에게 약을 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지구는 우리 때문에 오염이 되고 있다.그렇기에 우리는 지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지구에게 약을 주어야 한다.
첫번째 약,쓰레기를 줄여야 한다.
쓰레기를 태우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에게 해로운 병을 준다.지구를 보호하는 오존층(5개의 층)이 있지만 그것이 없어진다면 지구가 병들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하지만,쓰레기가 많은 장소에 가면 최대한 쓰레기의 부피를 줄여 버리는 방법도 있다.
두번째 약,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거나,자전거를 이용하여야 한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차를 타고 가면 매연에 의해 지구에게 병을 준다.우리가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지구에게 아주 많은 약을 줄 수 있다.하지만,거리가 멀다면 대중교통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세번째 약,음식은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어야 한다.
버린 음식물은 땅에 매립하기 때문이다.게다가 매립한 땅이 지구의 어딘가에 있는 땅이다.하지만,음식물이 남았을 때 매립을 하면 지구가 병이 들기 때문에 잘 먹는 개를 한 마리정도는 분양하는 방법도 있다.
병든 지구에게 매일매일 세 가지약만 주어도 지구는 빨리 회복할 수 있다.그래서 지구에게 약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지금이라도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일은 늦지 않았기 때문에,세 가지약을 매일매일 잘 주어야한다.
B학생은 수업 전과 비교해서 테마가 생겼습니다. 병과 약이라는 테마로
일관되게 전달해야 할 것을 간결하고 집중력 있게 표현했습니다.
이 활동은 2학기에도 양성평등주간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 더 진행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합니다.
말 많은 교사인 저는 오늘도 깨닫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교육이라는 것, 수업설계라는 것은 아이들의 이러한 능력을 믿고, 아이들 스스로 끌어낼 수 있게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오늘 다시 반성하며 내일 수업을 준비합니다.
샛길새기
6학급, 면단위 소인수 학급에서도 이런 합평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인수 학급을 나중에 맡게 된다면, 아이들을 6명 단위로 묶어서 진행하고, 글을 섞어서 아이들의 문체만으로 글쓴이를 알아맞추는 활동들을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