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영화를 만나다] Rudderless, 깊이와 감동을 함께 전하는 음악영화
러덜리스(Rudderless)
: Rudder가 배의 키, 방향을 나타내니 Rudderless는 방향을 잃은 정도의 뜻
1. 비긴어게인으로 유혹한 영화
-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된 것은 비긴어게인의 감동을 이어간다던 배급사의 알량한 광고 덕분이었다.여름에 개봉했던 이 영화의 국내 홍보용 포스터는 다음과 같았다.
그러나 미국 오리지널 버전의 포스터가 말해주는 이 영화의 B side를 함께 살펴보자
이 영화의 A-side는 밝다. 눈과 귀가 즐겁다. 그러나 B-side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사유를 만든다.
2. 잘나가던 광고기획자, 총기사건 가해자의 부모가 되다.
-아우디 컨버터블(이 절대 부러웠다는게 아니다.)을 타고 새로운 광고 계약건을 따내 대낮에 맥주를 들이키던 그에게 온 소식, 그가 다니던 학교에서 총기사망사고가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샘의 인생은 바뀌게 된다.
사실 샘의 아들이 가해자라는 사실이 반전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알고 봐도 무방하고, 나는 이미 알고 보았다. 알고 보면 두 번 보게 될 영화이고, 모르고 보면 세 번 보게 될 영화다. 샘은 러덜리스 상태가 된다.
3. 정박해 있는 요트 위의 삶, 러덜리스
하루하루 페인트칠 일용직을 해가며 호수위 요트에서 살아가던 그에게 아들의 악보와 CD가 전달된다. 죽은 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 아들의 녹음된 노래들을 들으며 샘은 아들과 소통하게 되고. 아들이 만들고 녹음한 노래들을 부르며 아들을 생각한다.
4. 뜻하지 않게 찾아온 손님, 아들과 음악
영화 비긴어게인의 첫 장면처럼 샘은 한 클럽에서 자신의 아들의 음악을 연주하게 된다. 그 음악을 듣고 뮤지션 지망생이던 쿠엔틴은 매일 그에게 찾아가 함게 밴드를 하자고 제안하고 마침내 '러덜리스'라는 밴드가 탄생한다.
이 남자, 수염이 덥수룩 해도 멋지다. 남자가 봐도 멋진 남자, 주인공을 보는 재미로도 이 영화의 매력을 다 알 수 있을 듯 하다.
밴드는 점점 유명해지고, 정식 데뷔를 할 수 있는 대회출전 기회까지 가지게 된다.
그 절정의 순간이 바로 이 순간, 초등학교 여교사들에게 동요로 어필하는 장면,
여기가 이 영화의 A-side이다. 귀와 눈이 즐거운 음악영화, 가사는 고등학생이 쓴 것 처럼 유치하지만, 음악이 흥겹다.
여름 내내 OST를 달고 살았을 정도로 좋았다. 음악을 배경으로 한 요트위의 삶, 러덜리스 상태이던 샘이 음악이라는 계기로 삶의 활기를 찾고 세상을 향해 전진해나가던 순간은 눈부시기까지 하다.
5. 가해자의 부모는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샘의 아들은 6명의 학생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 가해자의 부모인 샘은 가해자일까? 아니면 피해자일까? 영화의 첫부분에 샘의 아들과 친구들의 대화 장면을 보면, 샘의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은 샘의 아들도 도움을 받지 못한 피해자는 아니었을까?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던 아들의 아픔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 아버지가 아들의 노래로 밴드를 하게 된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이혼한 아내가 찾아와서 샘에게 이야기 한다.
아내 - "피해자의 부모들이 우리를 용서해 주었어. 이제 죄책감 같은거 가지지 않아도 돼"
샘 - "내가 왜 그 사람들에게 용서를 받아야 하는데? 나는 죄책감 같은거 가진 적이 없어."
6. 영화의 B-side_등 돌린 사람들
데뷔를 앞둔 러덜리스 밴드 앞에 나타난 그녀, 샘의 아들의 여자친구, 러덜리스의 모든 노래가 샘의 아들, 즉 총기사건의 가해자가 만든 노래임을 폭로한다. 등을 돌린 밴드 멤버들 뒤로 러덜리스의 음악은 끝이난다.
그렇게 러덜리스의 음악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더이상 러덜리스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다.
창작자와 창작물은 분리 할 수 없는 것일까? 한 순간에 등을 돌린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일제시대 친일파 작가들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친일파 동요작곡가들의 노래가 교과서에 실린 것이 논란이 되었던 것처럼, 생산자와 작품사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라는 물음이 들었다.
이 전에는 나도 친일파 작가나 작곡가의 창작물은 무조건 거부했었다. '그런 사람의 사상에서 나온 것이라면 거부하겠다' 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동성애자였던 시인 랭보나 정신병자라고 불리었던 여러 작가가 그린 그림 역시 마찬가지의 잣대로 바라보면 생각할 여지가 많다.
가해자의 부모는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창작자와 창작물은 분리 될 수 있는 것일까?
이 두 개의 물음을 던지는 부분, 이 영화의 B-side이다.
7. 그래도 My son, 내 아들, "내 아들은 6명의 사람을 쏘아 죽였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자신의 아들이 총기사고의 가해자임을 밝히고 그래도 아들을 위해 노래하겠다며 다시 무대에 선 샘의 노래로 끝이 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악몽의 주인공이지만, 자신에게는 그래도 My son이라는 것, 다른 이들의 평가와 관계 없이 자신에게는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 어느 악인에게도 품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이것을 받아들이느냐 의문으로 생각하느냐는 순전히 관객의 몫이다.
8. Hold on. 언젠가 당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거예요.
이 영화의 A-side와B-side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A-side를 즐기고 B-side를 보며 영화가 던져주는 질문에 자신의 사유를 던져보기 바란다. 열심히 용돈을 모아 샀던 추억의 카세프 테잎처럼 앞 뒤면을 번갈아 즐기며 가을을 지낼 수 있기를.
마지막 영상은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며 나온, 출연진들의 보너스 영상, 감독님이 유명한 배우이신데 이 영화로 감독데뷔를 하셨다. 뒤에서 건반을 치신다.
"Hold on! and suddenly you find your way." 노래 가사처럼 당신을 품어 줄 이 영화를 에듀콜라 페이지를 빌어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