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리딩 도전기] 섬진강을 따라가며 지리산을 보다-책을 느리게 읽는 네 번째 방법
"호진이냐?”
“응.”
“너 지금 어디야?어서 말해!”
아빠가 당장이라도 달려올 것처럼 다급하게 말했다.
“여행 중이야.”
“빨리 집으로 안 들어와?”
아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서울에 있는 아빠 사무실 사람들이야 깜짝 놀라겠지만 지리산 밑에 있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빠가 그러니까 안 들어가는 거야.끊어요.”
“끊지 마!”
“엄마한테는 전화 왔다고 말하지 마.”
“호진아!호진아!”
아빠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아빠 고함 소리가 개미를 손가락으로 눌러 죽일 때처럼 찍소리도 못 하고 사라졌다.
속이 후련했다.
엄마 아빠는 내가 전화했다는 걸 서로 말할까,안 할까?
-김남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 77p 中-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을 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해 드렸던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1.'제목에 유의하라'
2. '경쟁하는 목소리에 유의하라'
3. '이정표를 찾아라!'
세 가지에 이어서 이번에는 네 번째 방법으로 이 책을 함께 느리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3장의 소제목은'섬진강을 따라가며 지리산을 보다'입니다.
자, 이제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주인공 호진이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백업보조를 하는 삼촌차량에 타서 섬진강을 바라보며, 구례와 하동을 지나게 됩니다.
술을 끊기위해 자전거 여행에 도전한 목영우 아저씨,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자전거 여행을 하는 희정이누나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까지 소개되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때, 책을 느리게 읽는 네 번째 방법이 가장 필요하게 됩니다.
책을 느리게 읽는 방법 4.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
이건 무슨 말인가요?
말 그대로 입니다.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샛길새기'라는 활동으로 다양한 주변활동을 하는 것이 슬로리딩의 장점이라고 전해드렸습니다.
하지만!!
작품의본질적인 질문은 꼭 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핵심적인 질문과 추상적인 질문을 구별하는 단 하나의 기준은 이것입니다.
'어떤 문학 작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나서 정치나 역사의 영역으로 넘어가기보다는
손에 쥔 책을 다시 보게 된다면, 핵심적인 질문을 잘 던졌다는 증거이다.'
_느리게 읽기, David Mikics 93p
교과서를 읽고 우리는 몇 가지 질문들을 하게 됩니다.
1. 내용확인형 질문(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2. 주제파악형 질문(이 글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3. 성취기준 달성용 질문(이 글에서 재미있게 표현된 부분은 어느 곳인가요?)
4. 글쓰기용 질문(이 글에서 사자의 기분은 어떠했을지 짐작하여 써봅시다.)
하지만, 핵심적인 질문들은 쉽게 던지지 않아요.
작가가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
제목과 주제와는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처음부분의 주인공의 대사는 결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 장면에서 작가는 어떤 것을 의도했을지? 어떤 이미지와 연관되는지?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고 고민해 볼 수 있는 핵심적인 질문,
글을 읽고 혼자 상상하며 노는 것이 아닌, 작가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홍길동전을 읽고
'홍길동은 왜 집을 떠나야 했을까? '
라는 질문 대신에
'홍길동이 구름을 탔을 때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떠한 질문이 더 핵심적인 질문이라고 생각이 드시나요?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3장을 읽으며 아이들이 자전거 여행의 재미에 빠지는 것도 즐거웠지만,
저는 '호진이가 왜 집을 나와서 이 고생을 해야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다시 책을 집어들고 호진이가 겪고 있는 상황을 책을 근거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상상이 아닌 책의 내용을 근거로 아이들이 토론을 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77쪽에서 호진이는 집을 나온지 이틀만에 집에 전화를 걸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라는 부모님의 말을 무시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주인공,
그래서 토론 주제는
"호진이가 자전거 여행을 게속 해도 되는가?"
였습니다.
사전에 자신의 의견을 가치수직선에 1부터 10까지 표시하게 했고 이에 맞추어서 찬성과 반대를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토론이 끝난후에 조금이라도 바뀐 서로의 의견을 알아보자는 의미였죠.
(소인수 학급이라 판정인을 두기도 어려웠고, 학년초라서 제가 사회를 보았습니다.)
책에 보면 아직도 맞벌이인 집에서 호진이가 사랑받을 수 없다며 삼촌 곁에서 안전하게 여행을 하는 것이 호진이에게 더 낫기에 여행을 계속해도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쪽 아이들은
호진이는 아직 어리고 보호와 관심이 많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책을 다시보고 책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토론한다는 일이 상당히 의미있는 활동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수업을 1학기 교내수업공개로 진행하였습니다.
지금 보니 아이들이 많이 얼어있네요.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요.
슬로리딩 수업의 형태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그때 당시 초기의 수업영상을 링크로 올려봅니다.
샛길새기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흥미위주의 샛길새기 활동에만 열중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핵심적인 질문'을 계속 던져주어야 합니다.
이상 책을 느리게 읽는 네 번째 방법,'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라!'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샛길새기 활동>
1. '호진이가 자전거 여행을 계속해도 되는가?' 를 가지고 토론하기
2.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들처럼 PAPS측정하고 오이먹기
3. 섬진강과 각종 산맥 알아보기 사회과부도에 표시하기(6학년 1단원 지리와 연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