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리딩 도전기]슬로리딩 그 첫 시작, 하시모토 다케시
"새영아 슬로리딩 수업 하면 좋아?"
얼마전 거꾸로교실 오프모임에서 만난 친구가 물었던 질문입니다.
정말 추상적이지만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질문이었죠.
"교과서가 너무 많아서 다 가르치지도 못하겠고, 다 가르치지 못하니 죄책감 들고 그래"
이번에 5-6학년까지 교과서 개편이 모두 이루어지면서 2009개정교육과정 교과서 라인업이 완성되었죠.
(내년엔 또 교육과정이 바뀐다고 합니다. 소곤)
6-1-가. 국어
6-1-가. 국어활동
6-1-나. 국어
6-1-나. 국어활동
6-2-가. 국어
6-2-가. 국어활동
6-2-나. 국어
6-2-나. 국어활동
6학년 1년동안에만 8권의 국어교과를 배우게 됩니다.
3-6학년 4년동안 4*8=32권의 국어교과서를 읽고 배우며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책 한 권이라도 맛있게 즐기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교과서 8권을 꼼꼼하게 모두 가르칠 자신이 없었어요.
그렇게 2015년 1월, 유럽가는 비행기에 문제의 책 한 권을 들고 타게 됩니다.
Part_1) 하시모토 타케시 선생님의 '슬로 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까지 교육관련 서적을 읽었다고 하면
너무 낭만이 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가 지루한 비행을 달래보고자 손에 들었고
짐이 많아져 유럽 호스텔 구석 책장에 놔두고 올까 하다가, 그 머나먼 이국땅에서 누가 이 책을 읽을까 하며 집까지 다시 가져온 그 책
책이 나올때까지만 해도 살아계셨는데 검색해보니 2013년에 돌아가셨네요.
교토 나다중고등학교에서 50년동안 국어를 가르친 선생님, 100세가 되어도 끊임없이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말하던 선생님
이 책은 그 선생님의 나다중고등학교에서의 50년 교직일기이자, 그 이후의 문화센터 강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선생'으로서 살아온 우리 선배교사의 이야기 였습니다.
"정답을 찾지 말고 생각하는 것을 즐기자"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그가 슬로리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일본전쟁의 패망이었습니다.
모든 교과서가 불타고 필요없어진 그 순간, 그는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 때 읽게 된 책이 나카 간스케의 '은수저'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기쁨을 알려주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은수저 연구노트'를 만들어 아이들과 책을 천천히, 깊게 읽어 나갔다고 합니다.
<1950-1980년 까지 사용한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의 은수저 연구노트, 컴퓨터도 복사기도 없었지만 선생님은 밤새 이 연구노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은수저 노트> 공부법
그는 '은수저'라는 소설을 가지고 3년을 가르쳤는데 이를 다시 학습장으로 만들어 학습하게 했는데 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통독
정해진 페이지를 읽고 모르는 한자를 조사해 둔다.
2. 주제찾기
각 장의 주제를 정리한다.
3. 내용정리
내용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정리한다. 장별로, 인과관계, 시간관계
4. 단어의 의미파악
암기한다.
5. 주의할 문구
미리 교사가 준비한 문구의 뜻이나 쓰임을 알아보고 토론해본다.
6. 단문 연습
주의할 문구에서 찾아 놓은 단어를 이용해 단문을 몇개 만들고 그 중 하나를 적어둔다.
7. 감상
문장의 표현방식이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옮겨 적는다.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는지 생각해본다.
(줄거리, 내용, 좋았던 부분, 책의 사고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8. 참고
연구노트에 이미 적혀 있는 내용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잘 읽고 필요한 부분은 외워둔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선생님은 밤을 새서 연구노트를 만들고 수업준비를 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슬로리딩 수업의 기술보다는 교직에 임하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멋있어 보였습니다. 나도 저렇게 멋진 수업을 준비하고 즐거워하며 살고 싶었습니다.
하시모토 선생님의 입장에서 쓰여진 슬로리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다면 <슬로 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_하시모토 다케시>를 읽어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유쌤의 서평 -http://freecliff.blog.me/220258903512
하시모토 선생님께 수업을 받았던 제자들의 인터뷰와 기자의 취재 이야기를 가볍게 듣고 싶으시다면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_이토 우치다카'를 읽어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유쌤의 서평 -http://freecliff.blog.me/220432290584
Part_2. 유쌤의 슬로리딩 시작 이야기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아이들과 슬로리딩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고 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 이라는 책을 선정했습니다.
책 선정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주인공이 우리반 아이들과 같은 6학년이다.
2. 가정불화를 이기지 못하고 집을 탈출해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해방감에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3. 전국을 돌며 자전거를 타기에 6학년 1학기 사회교과와 연계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4. 어휘 수준이 아이들의 수준에 알맞다.
5. 재밌다.(매우 중요)
5번에서 끝이 났습니다. 슬로리딩을 하게 된 계기가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1차 목표였거든요!
학급문고로 우리 반 학생수만큼 책을 주문하고 책이 오기까지 한달이 걸리더군요.
그 사이 책을 100쪽 가까이 타이핑하여 수업 때마다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게 됩니다.
의도치 않은 필사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처음 제가 시도한 슬로리딩의 형태는 일명 '찌라시 수업'이었던 셈이죠.
1. 모아찍기를 했을 때 한 장에 들어오도록 만든다.
2. 뒷면에 간단한 문항을 만들어 활동한다.
당시 만들었던 찌라시 연구노트 뒷면입니다.
이렇게 수업을 하다보니 기존의 독후활동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책이 도착했습니다. 더이상 찌라시 연구노트는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저의 뒤를 이어 함께 슬로 리딩 연구를 하게 된 선배 선생님과 함께 본격적인 샛길새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좀 더 샛길로 새어보면 어떨까? 책에 있는 내용을 가지고 좀 더 놀아보는 거야"
"연구노트 양식 만든 것 있어? 함께 만들어 볼까?"
혼자하다가 함께 하니 어지럽던 생각이 정리되고, 다듬어지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불량한 자전거 여행 연구노트1.0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시간부터 슬로 리딩의 핵심활동인 세마나 형태의 '연구활동', '샛길 새기' 활동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부디 책이 자기개발의 도구로만 전락하지 않고, 인간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문화가 되면 좋겠습니다. 다음주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