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슬로리딩클럽] 26. 그림책 안에 숨은 그림 찾기
유쌤의 슬로리딩 클럽! 스물 다섯번째 이야기!
지금부터 저와 함께 그림책 안에 숨은 그림을 함께 찾아보는 여행을 떠나실 겁니다. 세 가지 책을 준비했습니다.
그림책 작가들은 그림책 안에 숨은 그림을 통해 이정표를 알려줍니다. 작품의 주제와 연관된 것일 수도 있구요. 반전을 암시하는 힌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재치있는 유머코드로써 배치하기도 하지요. 그럼 한번 떠나볼까요?
돼지책_엔서니 브라운
첫번째 책은 너무 유명한 책이죠. 바로 엔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입니다. 오늘 저와 함께 보시면 전혀 다른 돼지책을 다시 한번 보게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유명한 첫 장면입니다. 피곳 씨와 두 아들, 멋진 집, 멋진 차고, 멋진 차가 나와있어요. 그런데 피곳 씨의 아내는 보이지 않아요. 그렇습니다. 집 안에 있거든요.
돼지책의 이야기는 이렇게 첫 장면부터 메세지를 던져줍니다. 그런데 제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이 책의 주제의식이 아닙니다. 그림책을 자세히 살펴보는 재미! 그림책 안에 숨어있는 작은 단서들을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밥을 먹고 집안에서 널브러져 있는 장면입니다. 탁상위에 높인 돼지가 앞으로의 일을 암시합니다.
여기서 문제 하나 나갑니다.
① 다음 장면에서 피곳 씨와 두 아들이 돼지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부분 두 곳을 찾아보세요.
살펴 보셨나요?
답
을
공
개
합
니
다.
먼저, 집으로 돌아온 아들의 브로치가 돼지모양으로 변했습니다. 아빠 가슴의 코르사주도 변했네요. 손잡이의 모양, 콘센트의 모양까지 돼지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피곳 씨와 아들은 어느 한 순간에 돼지로 변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게으름은 천천히 돼지의 모습으로 완성되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 작가는 말합니다.
"너희들은 돼지야."
글보다 그림이 주는 메세지는 더 큽니다. 아빠의 손이 돼지발로 바뀌었네요. 벽지의 그림도 돼지모양으로 바뀌었습니다.
알사탕_백희나
두 번째로 살펴 볼 책은 2017년 그림책 최대의 히트작,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입니다.
알사탕에서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은 바로 알사탕의 모양입니다.
알사탕의 무늬를 잘 보세요!
소파가 말을 합니다. 소파의 무늬와 아까 주인공 동동이가 먹은 알사탕의 무늬를 비교해 보면 앞으로의 일들이 이제 예상됩니다. 알사탕을 보고 누구의 목소리를 듣게 될지 상상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울퉁불퉁한 이 사탕을 먹으면 누구의 마음 속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아빠의 속마음이었군요. 아까 그 알사탕의 무늬는 아빠의 수염을 닮았습니다.
그럼 알사탕 표지에 있는 분홍색 알사탕은 누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작품 속에서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나와있는데 저는 분홍색과 할머니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고 정말 궁금해했습니다. 그런데 7월 백희나 작가님과의 만남에서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유쌤의 질문! : 알사탕에 보면 소파의 무늬가 있는 사탕을 먹으면 소파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빠의 수염이 있는 사탕을 먹으면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핑크색 알사탕을 먹으면 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을까?(내 질문)
백희나 작가님의 답변: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사랑이라는 것을 떠올렸을 때 핑크색이라는 색깔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할머니가 하고 다니시던 스카프나 가디건 정도를 연상할 수도 있겠고 작품에 나오는 알사탕의 색깔이 모두 5개인데 색깔의 발란스를 맞추려고 했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내 동생은 멍멍! _박혜림
박혜림 작가의 내 동생은 멍멍! 이라는 작품은 최근 출간된 정말 귀여운 작품입니다. 먼저 출판사에서 공개한 예고편을 함께 지켜보시겠습니다.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동생을 보게 된 민지는 동생 얼굴에 낙서를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잠시 거실에 다녀 온 사이 동생은 없고 동생 자리에 강아지만 남아있게 됩니다.
자 그럼 이 작품의 숨은그림을 찾아 볼까요? 다들 눈치 채셨나요?
민지 옆에 놓여 있는 그림책에 '옆집에 이사왔어요.' 라는 그림책이 놓여져 있습니다. 민지는 모르고 있지만 독자는 알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민지가 강아지로 변한 동생과 마주하는 장면입니다. 민지 옆에는 '동생이 변했어요!' 라는 그림책이 놓여져 있습니다. 문고리도 강아지 모양이에요. 선반 위에 놓인 인형들도 놀라서 강아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바닥의 인형들도 자세히 보면 강아지들을 쳐다보고 있어요.
난리법석이 된 거실에 구석에도 이러한 재치는 살아숨쉬고 있습니다.
마트료시카의 표정을 보세요!
저도 처음 그림책을 접했을 때는 유아기의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림책 작가는 그림책 안에 수많은 이정표와 재치들을 숨겨두고 독자들을 유혹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숨은 그림을 따라 그림책을 읽다보면 공동의 목표와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찾아내지 못한 단서와 재치들을 아이들이 더 잘 찾아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정말 열심히 읽었던 그림책 한 권이 생각나네요.
그림책 안에 숨어 있는 그림 찾기, 저와 함께 해보니 어떠셨나요?
제법 서늘해진 기온만큼이나 마음마저 싸늘해진 가을, 두꺼운 책들은 조금 미루어두고 지금 당장 책장에 꽂혀있는 그림책들을 다시 한번 펼쳐보시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