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슬로리딩클럽] 13.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는 것, 2학기 슬로 리딩 수업 시작
연재 목차
01. 12색 크레파스와 거짓말하는 어른 (프롤로그)
02. 어떤 책을 함께 읽을까? 슬로 리딩 책 선정의 기준 다섯 가지
03. Pick me Up! - 책 정보는 어디에서 얻을까? (학년/학급 도서 신청 목록 만들기)
04. 슬로 리딩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쉽게 시작하자!
05. 2016년 슬로 리딩 첫 수업 이야기(첫 수업 Tip)
06. 맛있는 책 만들기 프로젝트
07. 여기, 지금 슬로 리딩 수업 생중계
08. 몽털 씨처럼 막연한 꿈이 아닌 흥미와 재능 찾기
09.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40일의 여행이야기(차시별 활동 안내)
10. 슬로 리딩, 책은 언제 어떻게 읽나요?
11. 함께 살아가야 할 이 세상 모든 악당들에게(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①)
12. 몬스터 콜스, 아직도 동화에서 교훈만 찾는 당신에게
13.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는 것, 2학기 슬로 리딩 수업 시작
여행 준비
2학년 28명의 아이들과 봄바람과 함께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이라는 책으로 1학기 슬로 리딩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은 작가인 여우아저씨처럼 버려진 물건을 보며 글감을 생각하고,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재능이 없었던 몽털씨를 기억하며 진로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두 계절이 지나 가을이 되었습니다.
다시 여행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책을 읽고 삶을 나누는 '맛있는 책 수업' 여행준비입니다. 먼저 책 선정을 했습니다. 이번에 아이들과 함게 여행할 책은 한윤섭 작가님의 '짜장면 로켓 발사'입니다. 중편 동화(저학년 기준) 2편이 연작으로 실려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아이들과 책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아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함께 읽고 나눈다는 즐거운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아홉살 인생에서 누리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책을 선정하고 교육과정을 개발했습니다. 쪽 수를 나누고 아이들과 할 수 있는 활동을 생각해 본 후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연결해 볼 수 있는 것들을 골라 연결하였습니다. 학급동아리 시간과 창체시간, 국어교육과정에 '한 책 깊이 읽기'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미리 배정해 놓았기에 꼭 필요한 성취기준 이외에 다른 활동은 억지로 연결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께 편지를 씁니다. 편지를 쓰는 이유는 교과서와 조금 다르게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아이들이 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입니다. 물론 구입이 어려운 부모님들을 위해 학급문고로 4권을 준비해 두었고,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가져와도 좋다고 알려드렸습니다. 다음은 부모님들께 제가 보낸 편지 원문입니다.
"오늘 부터 다시 맛있는 책 수업을 시작할 거예요. 책은 미리 읽어와도 좋지만, 선생님, 친구들과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다시 읽다보면 생각도 마음도 커지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눌 수 있을거예요."
아이들은 '짜장면 로켓 발사' 책의 연구자가 되어 연구노트 표지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었습니다. 저의 슬로리딩 수업의 특징은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읽는 것입니다. 욕심부리지 않는 것입니다. 평생 슬로리딩 수업을 실천하셨던 일본의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은 슬로리딩 수업을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는 수업' 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어의 뜻을 다시 찾아보고 나누는 일만으로도 수업은 즐겁습니다. 솔직히 저는 모든 과목을 잘 가르친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모든 수업을 다 구조화하여 아이들에게 안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책을 가지고 나누는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합니다. 단어 하나에 꼬리를 물고, 샛길로 새어 더 찾아보고 알아보는 것,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는 것' 여기서부터 제 수업은 시작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 아버지가 주인공 성호에게 남겨 준 설계도
다락방을 탐험하던 주인공 성호는 할아버지가 남겨둔 설계도를 발견합니다. 함께 읽고 할아버지의 유언 부분은 역할을 나누어 읽었습니다. 아이들은 함께 알아보고 싶은 낱말로 '다락방', '연구', '설계도', '귀퉁이' 를 꼽았습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다락방이라는 것은 신비한 존재였습니다. '지붕과 천장 사이에 있는 방'이라고 뜻을 쓰고 그림도 그려봅니다. 찾은 낱말로 짧은 글쓰기를 하며 새로 알게 된 낱말을 익혔습니다.
샛길새기
"할아버지가 성호를 위해 풍선로켓발사대 설계도를 남겨 둔 것처럼 여러분에게도 누군가가 여러분을 위해 남겨둔 것이 있을거예요. 잘 생각해 보고 일기에 적어오세요."
다음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저는 제 장난감과 자전거를 동생에게 물려주었어요."
"저는 제가 사용하는 학용품을 남겨두었다가 나중에 제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저는 아빠의 야구글러브와 방망이를 물려받았어요."
아홉살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것 보다는 자기가 누군가에게 물건을 물려 준 이야기를 주로 하었습니다.자신의 물건을 동생에게 물려주었던 경험과 또 미래의 자기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나를 위해 누군가 남겨놓은 것'을 찾는 것이 목표였지만, 아이들은 반대로 내가 물려주거나 남겨주고 싶은 것을 나누었습니다.
심지어 물려받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물건을 적극적으로 누군가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꼭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남겨놓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며 첫 이야기를 마무리하였습니다.
2학년 슬로리딩 '짜장면 로켓 발사' 첫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다음주에는 두 번째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