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책과 교육연극을 넘나드는 Book+극, 북극이야기! 오늘은 '극'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책과 교육연극을 연계한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년 전이었습니다. 교과서 대신에 동화책 한 권으로 국어수업을 하는동안 '쓰고 그리는 활동'을 주로 구성하여 운영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좀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며 작품의 주제에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에 교육연극, 그중에서도 과정드라마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과 해야 할 약속들과 그 약속들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놀큐(Q)를 키우는 활동들을 안내해드리려 합니다.
자, 이제 아이들과 연극을 해 볼 시간입니다. 아이들에게 상황을 던져주고 역할을 정합니다. 이때 어떤 것들이 먼저 준비되어야 할까요? 『생각이 터지는 교실 드라마, 연극과 인간, 2016』 에서 김주연 교수님은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번 수업에 선생님과 여러분은 드라마를 할 거예요. 드라마를 하려면 몇 가지 약속을 해야 해요. 가장 중요한 약속은 믿어주기예요. 선생님과 여러분이 다른 사람 역할을 할 때, 그런 것처럼 믿어주셔야 해요. 또한 드라마 시작에서 끝까지 이 약속을 잘 지켜주신다면 우리는 아주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어요.
또한 드라마를 하려면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최대한 밖으로 드러내야 해요. 그러니까 이번 수업시간에는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거리낌없이 몸짓과 소리와 표정으로 밖으로 드러내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표현할 때 놀리지 마세요. 웃기다거나 이상하다고 손가락질하지 마세요. 그렇게 되면 표현하려는 친구들이 창피해져서 더 이상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집니다.
한 가지 더, 두 사람 이상이 함께 활동하거나 이야기 나눌 때, 상대방이 말할 때 주의 깊게 듣고, 내가 말할 때에도 생각하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듣고 있는데서 아무 말이나 하지 않기로 해요. 두 명 이상 모둠으로 활동할 때는 서로서로 돕도록 노력하세요."
-생각이 터지는 교실 드라마, 연극과 인간, 2016 12p중-
그런데 위와 같은 약속을 교사가 잔소리처럼 말로만 이야기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서로 믿어주고 도와주며 연극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연극놀이'가 필요합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죠.
같은 책에서 김주연 교수님은 '교육놀이'를 '학급 구성원의 자율성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종이' 라고 하셨습니다. 놀이를 하다보면 학급구성원들이 '약속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규칙에 따라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마음가짐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 교사연수에서 재밌게 배웠던 놀이를 우리반 아이들에게 적용해 보면 반칙하는 아이, 싸우는 아이, 짜증내는 아이들이 놀이를 방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교사의 일방적인 통제에만 익숙해져 있던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와 함께 책과 교육연극을 연구하고 있는 교육연극 연구자 양승복 선생님께서는 놀큐(Q)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며 몇 가지 활동을 알려주셨습니다.
"잘 노는 것도 능력이다. 같은 놀이를 하더라도 어떤 관점과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아이들이 상대방을 배려하며 놀이의 재미를 알 수 있도록 놀큐(Q)를 키워줘야 한다._양승복, Book극곰 3월 모임 발제 중에서"
양승복 선생님의 조언을 얻어 놀큐(Q)를 키우기 위해 아이들과 딱 두 가지 놀이를 나누었습니다. 본격적인 연극 활동들에 들어가기 앞서 협력놀이들을 통해 놀큐(Q)를 키워주는 것이 이번 시간의 목표입니다..
하나, 계단 박수치기
박수를 층수에 맞추어 하나씩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활동입니다. 2층 박수이면 짝(1층), 짝짝(2층), 짝(1층) 이렇게 박수를 치면 됩니다. 3층 박수이면 박수를 짝(1번) 짝짝(2번) 짝짝짝(3번), 2번(짝짝), 1번(짝) 이런 식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간단한 놀이예요.
3층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성공하면 5층, 또 성공하면 7층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박수쳐서 내려옵니다. 우리반 27명의 학생들이 마지막 박수를 치는 순간 느껴지는 묘한 뿌듯함은 함께 노력해 성공했다는 기쁨의 모습입니다.
이 활동의 목표는 작은 것이라도 함께 노력해 성공하고 같이 기뻐하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둘, 손목풀기(고리풀기)
만나는 아이들마다 학년 초에 꼭 했던 활동입니다. 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왼손 위에 오른손을 교차시켜 X자를 만들고 손을 잡은 후 손을 풀면 됩니다.
이 전에는 '공동 문제해결력'나 배려'같은 말들을 갖다 붙였지만 이번 시간에는 놀큐(Q)를 키우고 작은 성공의 경험을 함께 느껴 보는 것에 목표가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선생님과 놀이활동을 진행해볼거예요. 올해 우리 아주 많이 놀아볼 건데 잘 놀려면 놀큐(Q)라는게 필요해요. IQ라는 말 들어봤아요? 놀큐(Q)는 잘 놀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이에요. 우리반 놀큐(Q)가 높으면 더 재미있고 깊이있는 놀이들을 선생님과 나눌 수 있어요. 오늘 그 놀큐(Q)가 얼마나 되나 살펴봅시다!"
2명씩 손을 풀고 창의적인 방법을 발표하고 4명씩 또 문제를 해결해 보았습니다.
함께 해결하고 좋아서 방방 뛰는 아이들! 함께 무언가를 해결하고 본능적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번엔 27명 전체가 함께 해결해 봅니다. 아이들을 만난지 2개월 만에 이렇게 모두가 크게 환호한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 목표한 것은 '작은 성공의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손 아프다고 손을 빼는 아이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그러나 차츰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구성원 전체가 성공의 경험을 맛 볼 수 없음을 깨닫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층 없이 3층을 짓지 못합니다. 깊이있고 의미있는 활동은 작은 활동의 성공적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아이들은 이제 땅을 굳게 다졌습니다.
아이들의 환호소리에 하루의 고단함이 모든 보상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P.S. 아이들과 직접 실천해 본 활동만을 앞으로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계단박수, 손목풀기(고리풀기) 방법은 양승복 선생님에게 배웠습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