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21. 연극하며 시쓰자! - 교육연극으로 함께 시쓰기
책과 교육연극의 만남,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오늘은 책과 교육연극을 함께 나눕니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시가 무엇이냐고 묻는 우체부에게 시인 네루다는 "시는 메타포(metaphor)지." 라는 말을 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시를 나누면서도 '시는 무엇일까?' 라는 물음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시에 관한 강연을 듣고 책을 읽었습니다. 시인에게 시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선생님에게 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만큼 시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시에 대해 얻은 결론은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유새영' 이라는 사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파마를 한 짧은 머리에 눈썹이 진하고 키가 크지 않은 남자 교사이다. 이렇게 겉모습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에 제시한 문장이 '유새영'이라는 사람의 본질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지구상에 저런 겉모습을 가진 사람이 저 하나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로 표현하면 조금은 더 본질에 가깝게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도구가 네루다 시인이 말한 메타포(은유)일수도 있고 운율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작품 속 주인공의 마음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연극을 통해 인물의 마음을 깊게 이해하고 편지를 통해 즉흥시를 써보는 수업을 게획했습니다.
이야기 하나, 책 함께 읽기
4학년 아이들과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최은옥 글, 서현 그림)」을 함께 읽었습니다. 이 책은 박씨 성을 갖고 있어 세박자라고 불리는 민수, 동훈, 기웅이가 칠판에 손이 붙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칠판에 붙어 있는 아들 동훈이를 걱정하던 엄마가 돌연 방송사 직원들을 데려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을 읽었습니다. '동훈이 엄마'가 아닌 '방송사 리포터'가 되어 아들을 모른척 하며 사건을 취재하는 모습을 통해 동훈이가 느끼고 있는 '소통의 단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동훈이만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아빠의 강요에 의해 씨름을 하고 있는 민수와 부모님의 갈등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기웅이의 처지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 아이들은 아직 서로의 마음을 모릅니다. 그저 다른 부모에게서 보이는 겉모습을 부러워 할 뿐이죠.
이야기 둘, 교육연극으로 인물 깊게 이해하기
책을 읽고 인물의 마음을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건넸습니다.
"저녁 8시, 세박자(기웅, 동훈, 민수)아이들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작품을 읽으며 알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세 아이들 중에 한 명을 정합니다. 그리고 모둠별로 선택한 인물의 저녁 8시 상황을 정지동작으로 표현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아이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다시 읽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냥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대사나 상황설명을 바탕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동훈이를 선택한 모둠은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며 엄마를 기다리는 동훈이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동훈이 엄마의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기웅이를 선택한 모둠은 부모님이 싸우고 있는 모습, 민수를 선택한 모둠은 아빠와 함께 씨름연습을 하고 있는 민수의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이야기 셋,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인물의 입장에서 편지쓰기
교육연극 활동을 마치고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인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세박자 아이들일수도 있고 세박자의 부모님, 선생님 같은 주변인물도 괜찮습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편지를 쓴다면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인물을 선택하고 그 인물이 편지를 쓴다면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들이 엄마에게 쓸 수도 있고 엄마가 아들에게 쓸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 넷, 편지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 찾기
편지를 다 쓰고 난 뒤에는 각자 선택했던 인물(편지를 쓰는 화자)별로 모여 앉았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편지를 돌아가며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아 편지가 다시 자기에게 오면 친구들이 골라준 문장들 가운데에서 한 문장을 선택해 큰 종이에 옮겨 적었습니다.
이야기 다섯, 문장 눈치게임으로 읽기
모둠에서 모인 문장을 순서를 정하지 않고 눈치게임처럼 읽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순서를 정하지 않고 읽는 동안 각자의 생각이 담긴 문장들이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여섯, 함께 시쓰기
눈치게임으로 문장을 읽고 난 뒤에는 인물별 모둠에서 만든 문장들을 다시 배열해 시를 쓸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제목도 붙이고 필요하다면 문장을 다듬어도 좋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각 인물들의 마음이 담긴 시가 교실에 나타납니다.
이야기 일곱, 시 발표하기
모둠(인물별)에서 만든 시를 발표했습니다. 동훈, 기웅, 민수, 동훈이 엄마의 입장을 나타내주는 시들이 탄생한 것입니다. 한 명이 낭독해도 좋고 모둠원들이 서로가 쓴 문장에 해당하는 부분을 나누어서 낭독해도 좋습니다.
아이들의 발표 장면을 남깁니다.
인물의 마음 깊게 들여다보기
아이들이 교육연극을 통해 쓴 시가 형식이나 문장의 완결성에 비추어 볼 때 완벽한 시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처음에 언급한 시의 정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은 인물의 마음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작품 속 인물들의 마음을 시를 통해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의 시를 '완벽한 시'가 아니라 '멋진 시'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깊게 들여다보며 살면 좋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멋진 시를 쓰며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06. 수업 시작 전, 책을 먼저 읽은 아이가 있다면?
07. 생각과 배려를 키우는 연극놀이
08.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09.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
10. 이야기지도를 건너 감정그래프 그리기
11. 유쌤, 교육부 장관이 되다._책으로 연극적 상황 만들기
12. 미술작품을 통해 생각 나누기
13. 낭독극으로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다!
14. 학교에서 수박이 먹고 싶으면
15.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9)
16. 모나미로 말해요!(읽기 전 활동)
17. 페르소나 - 모둠친구들과 함께 가상의 인물 만들기
18. 다르게 바라보기 -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19. 주변 인물에 초점 맞추기 - "선생님, 바퀴벌레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20. 여덟 단어 - 여덟 단어로 책 한 권 요약하기
21. 연극하며 시쓰자! - 교육연극으로 함께 시쓰기
한 학기 한 권 읽기과 교육연극을 연결지점을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를 원격연수에 담았습니다.
아이들과의 실제 수업장면이 15차시 이상이라 저와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큰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책과 교육연극 수업의 연결지점을 고민하고 계신 선생님들께 추천드립니다.
아이스크림연수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teacher.i-scream.co.kr/course/crs/creditView.do?crsCode=1128&ss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