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16. 모나미로 말해요!(읽기 전 활동)
책과 교육연극을 넘나드는 Book+극, 북극이야기! 16번째 시간! 오늘은 'Book'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책을 읽기 전에 아이들과 작품의 표지그림, 주요 장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나미로 말해요!' 활동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신규발령을 막 받았을 때, 한 장학사님으로부터 수업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장학사님은 제 수업을 1시간 동안 지켜보시고는 교과서에 나온 삽화를 보며 아이들과 대화하는 법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림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바다에 떠 있는 배의 모양은 우리나라의 전통 배의 모습과 비슷한지, 비슷하지 않다면 누구와 싸우고 있는 것 같은지 등 그림 하나를 가지고 아이들과 역사적 사건을 추론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리델 신부가 그린 병인양요 기록화.]
표지 보고 떠오르는 낱말 이야기 하기, 그림이나 사진 보고 떠오르는 생각 이야기 나누기 등은 우리가 수업시간에 흔히 하는 활동입니다. 그런데 실제수업장면에서 이 활동을 해보면 그림에 제시된 물건이나 느낌들을 짧게 이야기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품을 읽기 전에 아이들이 표지나 작품 속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도록 세 가지 관점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모나미입니다.
모나미는 세 가지 관점을 제가 줄인 말입니다. 작품의 표지나 주요장면을 보고 세 가지의 낱말을 떠올려보는 것입니다.
파란색 포스트잇 모: 모두가 생각했을 것 같은 낱말
노란색 포스트잇 나: 나만 생각했을 것 같은 낱말
빨간색 포스트잇 미: 재미있는 낱말
「연필의 고향」, (샘터) 으로 모나미 활동하기
4학년 아이들과 학부모 수업공개로 김규아 작가의 「연필의 고향」을 함께 읽었습니다. 읽기 전에 표지와 주요장면을 위와 같이 보여주고 포스트잇에 세 가지 낱말을 적을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각자 적고, 모둠친구들과 색깔별로 모아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내가 떠올린 모두가 생각했을 것 같은 낱말은 나무야! 표지를 보면 연필이 나무모양처럼 되어 있어서 이 낱말이 떠올랐어."
"내가 떠올린 나만 생각했을 것 같은 낱말은 질투야! 샤프통이 묶여있는 것을 보니 뭔가 연필이 샤프심을 질투한 것처럼 보여서 이 낱말을 선택했어."
"나만 생각했을 것 같은 낱말은 표정이야! 지우개들의 표정이 무표정처럼 보여서야!"
세 가지 관점으로 그림을 바라보기만 해도 작품의 힌트들이 쏟아집니다. 연필의 고향에는 샤프를 사용해서 질투를 느낀 연필들이 샤프심을 납치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아이들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실마리를 찾아냈습니다.
모둠친구들끼리 이야기가 끝나고 모둠에서 각 분야별 낱말을 뽑아 전체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아이들의 낱말들을 모아 붙였습니다. 이렇게 분야별로 모으기도 하고 아래 그림처럼 비슷한 낱말끼리 분류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낱말을 모아보면 선생님은 아이들이 어떤 낱말들을 알고 있는지 출발점 행동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또 아이들은 친구들이 생각한 낱말들을 살펴보며 새로운 낱말지식(어휘)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미리 상상하고 이야기를 읽게 되면 작품을 이해하는 길이 좀 더 쉽게 열립니다.
쉽게 잃어버리는 것들
모나미 활동 후에 아이들과 연필의 고향을 함께 읽고 '쉽게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연필, 핸드폰, 지우개, 교실에 있는 물건들, 부엌에 있는 물건들, 주변 사람들까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름표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잃어버린 연필과 지우개를 모아두는 바구니가 책 한 권을 통해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 된 것입니다. 이제 아이들은 교실 뒤 선반에 놓인 바구니를 볼 때마다 작품 속의 연필과 지우개를 떠올릴 것입니다.
모나미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것
표지나 그림을 보고 그냥 이야기를 나누면 개인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나누기 쉽습니다. 그러나 모나미활동처럼 관점을 여러가지로 안내해주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를 갖게 됩니다. 또 다양한 생각을 친구들과 나누며 이야기의 내용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이 아닌 장편동화책을 읽기 전에 이 활동을 했다면 작품을 다 읽고 기억에 남은 낱말을 세 가지 뽑아 읽기 전에 생각했던 낱말들과 비교해보는 활동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낱말을 알게 되었는지 확인해 보고 작품의 주제는 무엇인지 추론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준비가 쉽고 아이들이 책에 보이는 호기심과 기대가 큰 활동이기에 제가 아이들과 가장 자주 나누는 활동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나눌 수 있는 모나미 활동! 소개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P.S. 아이들과 직접 실천해 본 활동만을 앞으로도 소개하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실까봐 아이들과 간단하게 나누었던 활동지를 첨부합니다(게시물 상단 제목 밑에 다운로드링크가 있어요). 연필의 고향 이름표는 그 부분만 잘라서 포스트잇풀로 게시판에 붙여서 아이들과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06. 수업 시작 전, 책을 먼저 읽은 아이가 있다면?
07. 생각과 배려를 키우는 연극놀이
08.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09.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
10. 이야기지도를 건너 감정그래프 그리기
11. 유쌤, 교육부 장관이 되다._책으로 연극적 상황 만들기
12. 미술작품을 통해 생각 나누기
13. 낭독극으로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다!
14. 학교에서 수박이 먹고 싶으면
15.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9)
16. 모나미로 말해요!(읽기 전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