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걸③ 천천히 깊게 읽기(온작품읽기) 수업 이야기
책과 교육연극의 만남,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오늘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4학년 학생들과 천천히 깊게 읽었던《헌터걸③ 》(김혜정 글, 윤정주 그림)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헌터걸》시리즈는 피리부는 사나이와 잘못된 행동을 하는 어른들로부터 어린이들을 구하는 헌터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중에서 《헌터걸③ 》은 네 가지 다른 유형의 헌터들이 헌터캠프에 참가에 한 조가 되어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고 있습니다. 헌터캠프에 참가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헌터걸①》이나 《헌터걸②》를 읽지 않아도 바로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또 학생들은 책을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다른 책에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에 함께 읽는 독서경험이 개인적 독서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었던 까닭은 《헌터걸③ 》에 다양한 모습과 성격을 지닌 어린이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마침 국어공부모임에서 발도르프 교육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었고 슈타이너의 기질론과 《헌터걸③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정말 놀랍도록 닿아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과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자기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존중하는 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헌터걸③ 》의 수업주제로 연결되었습니다. 책수업을 시작할 때 수업의 주제를 정하는 일은 가장 중요합니다. 수업의 주제를 정하면 나누고 싶은 이야기의 방향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수업주제
하나,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이해하는 시간 갖기
둘,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친구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셋, 잘못된 행동을 하는 어른들을 구별하는 경험을 통해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 되기
읽기 전 활동 - 피리부는 사나이와 헌터걸
《헌터걸》시리즈는 독일 민담인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에 등장하는 피리부는 사나이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헌터들의 존재이유에 대한 이해를 위해 교육연극을 연결한 읽기 전 활동을 진행하고 학생들의 삶과 작품을 연결하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를 활용한 읽기 전 활동은 아래 링크에 따로 정리해두었습니다.]
https://www.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RhyuSaeyoung&wr_id=170
수업계획서
수업주제에 맞게 수업계획서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상황으로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책을 깊게 읽기 위한 활동과 즐겁게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활동을 골고루 넣었습니다. 수업의 주제를 정해두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수업주제와 연결된 중심활동 위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수업계획서 파일은 아래 링크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freecliff/222065267836
샛길 새기 하나, 헌터걸의 세계관 알아보기
헌터걸과 헌터보이는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수, 중수, 고수는 무엇이 다른지 헌터캠프에서 뱃지를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며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정보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샛길 새기 둘, 캠프의 목적 알아보기
헌터걸 시리즈의 주인공 강지는 그물형 헌터 교준, 표창형 헌터 인아, 매형 헌터 사강과 함께 D조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D조는 모의숲 테스트에서 각자 행동하느라 늑대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모래알 같은 팀워크 덕분에 낮은 성적은 계속되고 조원들 또한 다투게 됩니다. 힘든 상황에 놓여있던 강지에게 담당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게 됩니다.
"강지야, 캠프의 목적을 알면 늑대를 제압할 수 있을 거야."
학생들과 캠프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각자 활동해도 되는 헌터들이 왜 캠프에 와서 함께 훈련을 해야 할까? 학생들은 책을 읽으며 그 답을 찾았습니다. 친구들의 마음속에 담긴 진짜 이야기를 듣게 된 강지처럼 서로 이해하는 경험을 통해 마음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 캠프의 목적이 아닐까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현실세계의 친구들에게까지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학생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샛길 새기 셋, 작품 속 인물들처럼 교차훈련하기(활과 표창)
작품 속 인물들처럼 색종이로 표창을 접어 목표물을 맞추어보고 활도 쏘았습니다. 학생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작품 속에 푹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개인 활동으로 진행되어서 거리두기도 가능했습니다.
셋길새기 넷, 낱말 자세히 찾고 연구하기
4학년 1학기 국어 7단원과 연계하여 헌터걸에 등장하는 낱말을 자세히 찾아보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새로옮긴 학교의 국어사전이 오래되어 새로운 국어사전을 학생들 수만큼 구입했고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낱말로 찾아 뜻을 알고 문장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양질의 국어사전은 학생들에게 놀라운 언어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학생들이 국어사전에 푹 빠져서 한 시간 동안 낱말탐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샛길새기 다섯, 매형 헌터/그물형 헌터 교차훈련하기
여러 유형의 인물들을 탐구해보는 것이 이 책 수업의 중심이기 때문에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과 교감을 나누는 매형 헌터와 머리가 똑똑하지만 동시에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그물형 헌터를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교차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직접 매를 날려볼 수도 없고 그물로 함정을 설치하기는 어렵지만 매 대신에 바람을 느끼며 연을 날리고 머리를 사용해 오목을 두는 경험은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체험형 활동은 독서활동에 흥미를 불어넣어주는 동시에 문자언어보다 경험을 통해서 얻는 이해가 더 친숙한 학생들을 작품속으로 더욱 깊게 안내할 수 있었습니다.
샛길새기 여섯, 등장인물 자세히 들여다 보기
어린이 독자들은 묘사보다 서사에 집중해 글을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헌터걸③는 캐릭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책을 함께 읽으며 등장인물들을 학급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Role on the Wall이라고 불리는 활동을 응용해 인물을 분석했습니다. 인물의 특징을 생각하며 사람의 형태를 간단하게 그리고 외부에는 겉으로 보이는 특징을 기록하고 내부에는 속마음이나 성격 등을 적었습니다. 정의감 있고 리더십이 있는 강지,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교준, 동물과 교감하며 한발짝 떨어져서 주변 사람들을 깊게 관찰하는 사강,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인아를 함께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샛길새기 일곱 - 등장인물에게서 나의 모습 발견하기
인물분석이 끝나고 각 인물유형에 대한 추가정보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슈타이너의 기질론은 절대적 도구는 아니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인물이름을 붙여 이강지형/김교준형/윤사강형/주인아형으로 제시했습니다. 발도르프 기질론에서는 인간은 보통은 가장 큰 기질이 하나 있고 이웃하는 두 기질을 함께 가지며 아주 약한 기질을 가진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모양의 포스트잇을 주고 가장 마음에 와닿는 인물에게는 별 모양을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에게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 인물에게는 사과모양의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발도르프의 기질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링크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https://freecliff.blog.me/222030077066]
학생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다양하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 다양한 모습의 작품 속 인물들과 학급친구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자신과는 다른 모습들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또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친구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비교하는 활동도 연결해 진행했습니다. 어린이들은 대부분 관심받기를 좋아하며 성향은 성장하면서 변화하는 것이라는 말을 전해주며 수업을 마쳤습니다.
샛길 새기 여덟 - 작가와의 만남: 나쁜 어른/이상한 어른/좋은 어른
헌터걸을 쓴 김혜정 작가님을 교실로 모셨습니다. 작가님은 글을 쓰기 위해 준비했던 생각들을 전해주시고 나쁜 어른/이상한 어른/좋은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학생들은 책을 깊게 읽으며 작가님과 편집자님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오타를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같은 인물의 성을 다르게 표기한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학생들은 작가님과 함께 헌터캠프에 참가한 것처럼 캠프장을 꾸미고 활터에서 활도 쏘아보았습니다. 창작자와 함께 몸과 마음으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
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마 역사책에도 기록될 순간일 것입니다. 코로나19가 끝이나더라도 우리가 경험할 세계는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학생들과 나누어야 할까요? 온라인 수업을 하다가 끝날 줄 알았던 1학기를 비교적 확진자가 많지 않았던 지역 덕분에 즐거운 수업을 나누며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읽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며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 끝까지 연결된 끈을 놓지 않는 것. 이것을 위해서 교실에서 책을 함께 읽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활동을 하지도 못했고 짧은 기간동안 진행한 수업이었지만 열 한 살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습니다. 맛있는 책 수업을 처음 경험한 학생들의 후기로 수업 소개를 마칩니다.
"제 인생에서 없었던 수업이였기 때문에 너무 재미있었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글밥책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2학기에도 하고 싶다. 동생들에게도 추천!"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06. 수업 시작 전, 책을 먼저 읽은 아이가 있다면?
07. 생각과 배려를 키우는 연극놀이
08.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09.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
10. 이야기지도를 건너 감정그래프 그리기
11. 유쌤, 교육부 장관이 되다._책으로 연극적 상황 만들기
12. 미술작품을 통해 생각 나누기
13. 낭독극으로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다!
14. 학교에서 수박이 먹고 싶으면
15.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9)
16. 모나미로 말해요!(읽기 전 활동)
17. 페르소나 - 모둠친구들과 함께 가상의 인물 만들기
18. 다르게 바라보기 -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19. 주변 인물에 초점 맞추기 - "선생님, 바퀴벌레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20. 여덟 단어 - 여덟 단어로 책 한 권 요약하기
21. 연극하며 시쓰자! - 교육연극으로 함께 시쓰기
22.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23. 내 소문 들었어?(읽기 전 활동)
24. 마법사와 함께한 시간
25. 내가 송몽규다! (단짝 친구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26. 교육연극으로 책 한 권 요약하기
27. 어린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20)
28. 4학년 2반 뽀뽀 사건
29. 헌터걸3 수업공개 - 헌터걸과 피리부는 사나이
30. 헌터걸3 천천히 깊게 읽기 수업 이야기(활동정리)
한 학기 한 권 읽기과 교육연극을 연결지점을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를 원격연수에 담았습니다.
아이들과의 실제 수업장면이 15차시 이상이라 저와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큰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책과 교육연극 수업의 연결지점을 고민하고 계신 선생님들께 추천드립니다.
http://teacher.i-scream.co.kr/course/crs/creditView.do?crsCode=1128&sso=ok
아이스크림연수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