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읽기 전 활동①).
지난 시간에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선생님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고르셨다면 이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소개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 첫 순간을 선생님들께서는 어떻게 맞이하시나요?
저는 보통 책 표지를 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상상해보고 책 날개에 있는 작가 정보와 맨 뒷장에 있는 판권장에 있는 '초판 2쇄' 같은 것들의 의미도 알려주며 책 구석구석을 여행했습니다.
이번에는 하야시 기린의 '그 소문 들었어?' 라는 작품을 가지고 좀 더 특별한 방법으로 첫 순간을 맞이해 보았습니다.
1. 표지 보고 떠오르는 낱말 이야기 하기
아이들과 표지를 보고 떠오르는 낱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반지와 금색 갈기를 보고 '부자' 를 떠올린 아이도 있었고, 와인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 같아서 '유혹'이라는 낱말을 떠올린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 활동만으로도 아이들은 이미 책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사실 하야시 기린의 '그 소문 들었어?' 라는 작품은 아이들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인 '뒷담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소문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지, 그리고 우리는 근거없는 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2. 책 조각 읽고 첫 느낌 적어보기
'책 조각'이란 작품에 있는 문장들을 한 문장씩 조각낸 것입니다. 작품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문장들은 조금 아껴두고 우리반 아이들 27명에게 한 조각씩 나누어 줄 수 있도록 책 전체에서 골고루 문장들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주어진 한 사람 분량의 '책 조각'을 읽었습니다. 그 후에 문장에 대한 자신의 첫 느낌을 적었습니다. "뭘까?" 라는 한 마디도 좋구요. "사자 이야기인가?" 이런 것도 좋습니다.
3. 다른 모둠 친구 3명에게 자기 문장을 들려주고 다른 친구의 문장 듣고 모둠으로 돌아오기
자신의 책 조각을 가지고 교실을 돌아다니며 3명의 친구에게 자신이 쓴 문장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리고 3명의 친구가 가진 책 조각을 듣고 다시 모둠으로 돌아왔습니다(모둠으로 돌아온 뒤에는 자신의 정보와 다른 친구들에게 들은 정보를 짧게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4. 모둠 친구들과 함께 어떤 이야기일지 함께 이야기 나누기
모둠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자신들의 책 조각을 연결하고 또 다른 모둠친구들에게서 들은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이제 7개 모둠에서 7개의 이야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제한된 몇개의 정보를 가지고 아이들은 상상속에서 신나게 뛰어놀게 됩니다.
이 때 작품 속 이야기의 단서가 될 만한 책 조각을 모둠별로 하나씩 더 나누어 주었습니다. '보너스 책 조각'입니다.
5. 상상한 이야기 정리해보기
모둠에서 예상했던 이야기들을 인물, 사건, 결말 정도로 나누어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예상하고 대표가 발표하게 했었는데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너무 자세히 정리하지는 않고 간단한 메모 정도로만 정리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6. 책조각으로 예상한 이야기 나누기
모둠에서 예상한 이야기를 전체 친구들과 나누었습니다. 똑같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소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탄핵 관련 이야기, 백성들의 신망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책을 읽고 뒷 이야기를 상상하는 활동보다 책을 읽기 전에 상상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영상으로 하나하나 담아두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다시 돌려보면 책을 다양하게 변주하여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책조각'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소문'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이야기들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쉬웠던 점, 보완할 점
활발한 토론을 하는 모둠들이 있는가 하면 7개 모둠 중에서 2개 모둠은 이 활동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단서를 조금 더 주세요.", "우리는 단서가 부족해요." 라는 말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원인을 생각해 보니 2개의 모둠은 이야기를 '상상' 하고 '예상'해 보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정답보다는 '상상의 재미'에 초점을 두어 달라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활동은 책을 읽기 전에 우리가 책의 내용을 한번 예상해보고 즐겁게 상상해보는 과정이야! 정답을 찾는 것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한번 생각해보고 이야기해보자!"
-책 조각 활동을 얻을 수 있는 것들
①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다.
② 아이들이 책의 주제나 소재에 관해 가지고 있는 생각(출발점, 선입견)들을 알 수 있다.
'책 조각'을 통한 작품과의 첫 만남 이후 아이들은 책의 진짜 내용에 대해 엄청난 호기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나눌 때 꼭 필요한 '작품에 애정갖기'에 성공한 것입니다. 또 아이들이 뒷소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출발점)들을 알 수 있어 다음 활동들을 계획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과 만나는 첫 만남 활동 '책조각' 활동 소개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P.S. 아이들과 직접 실천해 본 활동만을 앞으로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