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슬로리딩클럽] 27. 어느날 우리 반에 고양이가 왔다.
" 어느날 우리 반에 고양이가 한마리 왔습니다. 이름은 '포근이' 입니다.
이 고양이는 아주 바빴어요. 하루하루 쉴 틈이 없었습니다. "
아이들과 책을 통해 소통하며 학급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학급이 학습생활공동체를 넘어 독서공동체가 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어느날 우리 반에 고양이가 왔다.' 프로젝트입니다.
처음 이 활동을 계획하게 된 것은 한 권의 그림책 덕분이었습니다.
영국의 케이티 하네트 라는 작가의 첫번째 그림책
'어느날, 고양이가 왔다' 라는 작품입니다.
블로섬 거리에 고양이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거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저마다의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어떤 이들과는 그림을 그리고 또 다른 이들과는 산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고양이가 사라졌습니다.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요?
블로섬 거리처럼 우리반에도 고양이가 한마리 찾아왔습니다. 2명 이상이 모이면 마을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26명이 모인 우리반은 큰 마을이지요. 만원짜리 고양이 인형이지만 이 냥이는 우리반 마을을 구석구석 여행하게 될 것입니다.
활동방법! 1. 매일 한 명씩 고양이 인형(포근이)을 집으로 데려간다. 2. 자기가 부를 고양이의 이름을 지어준다. 3. 고양이 인형과 함께 집에서 한 일을 기록지에 기록하고 사진을 남긴다. 4. 다음날 다음번호의 친구에게 고양이 인형을 넘겨준다. 5. 선생님은 정리해서 그림책으로 제작한다. _고양이를 아이들에게 릴레이로 전달하기 전에 고양이 인형을 받으면 어떤 일을 할지 미리 계획서를 받아보는 활동도 추천합니다(어린이책읽는페이스북모임-책가방 박지숙 선생님 아이디어) |
먼저 선생님의 집을 여행했습니다. 선생님은 고양이를 포근이라고 불렀습니다. 포근이라고 불렀던 까닭은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포근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포근이와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포근이가 다른 책도 더 읽어달라고 해서 3권을 더 읽고 잠이 들었습니다.
첫째날, 선생님의 품을 떠난 고양이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냥냥이, 반짝이, 달달이, 초롱이 등 아이들은 고양이를 여러 이름으로 부르며 집에서의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고양이는 친구들과 쿠키를 만들고 그림책을 읽고 레고를 조립하고 축구를 했습니다.
OO는 고양이를 별이라고 불렀어요. 왜냐하면 눈빛이 별 같아서 별이라고 지었어요. OO는 별이와 편지를 썼어요. 군대간 오빠에게 보내기 위해 열심히 썼어요. 별이가 편지를 쓸 때 신나했답니다. 별이야 사랑해! 별이는 편지쓰기 좋아해요!
별이와 함께 한 일: 편지쓰기 |
OO이는 고양이를 겸댕이라고 불렀어요. 겸댕이라고 부른 이유는 조그맣고 아주아주 귀엽게 생겼기 때문이에요. 겸댕이는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세찬이는 겸둥이와 레고를 만들었어요. 겸둥이는 레고를 참 좋아했어요. 세찬이와 겸댕이는 레고를 다 만들고 함께 잠이 들었답니다.
겸댕이와 함께 한 일 : 레고 만들기 |
이 활동을 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고양이 인형을 집으로 가져가게 되는 아이는 다른 아이들의 관심을 무척 받게 됩니다.
친구1: "상민아! 너 고양이 이름 무엇으로 정할꺼야?"
친구2: "고양이랑은 무엇을 할거야?"
상민: 너희들 평상시에는 나에게 한번도 먼저 말 걸어준 적이 없는데 무슨일이야?
고양이를 하루 돌보게 되었다는 자격 하나로 학급에서 다소 소극적이던 아이들도 친구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 장면, 그리고 그 중심에서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보였습니다.
케이티 하네트의 그림책에서도 고양이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집에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이 모두가 찾아올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만들어 줍니다. 블로섬거리처럼 우리반 고양이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하루만큼의 시간을 허락하고, 또 모두가 친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저 작은 이벤트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활동을 진행하며 그림책의 주제의식처럼 우리반 아이들 곳곳에 햇살이 들어오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또 아이들 각자의 집에서 고양이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교실은 어느새 꽃향기로 가득합니다.
책 한 권을 함께 읽으며 그 문화를 누리고 이야기꽃을 피워가는 것, 학급을 독서공동체로 만드는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원으로 시작하는 고양이 여행, 선생님들께도 추천합니다.
P.S. 아이들의 이야기를 엮어 그림책으로 제작하려 합니다. 그 이야기도 나중에 이 공간에 남겨놓겠습니다.
약속한 대로 아이들의 글을 책으로 엮어 만들어 낸 이야기를 이 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freecliff.blog.me/221174423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