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슬로리딩클럽] 19.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
슬로리딩 클럽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는데 그동안 풀어놓지 못했네요.
슬로리딩, 온작품 읽기, 천천히 깊게 읽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교과서 속의 토막난 글 대신 온전한 한 권의 책으로 수업을 나누는 선생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아! 나도 책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해야겠다!"
"근데 무슨 책으로 하지?"
그래서 오늘은 제가 읽은 책들 중에서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그리고 깊게 나누어 볼 수 있는 작품들을 몇 권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최대한 최신작품들 위주로 골랐습니다.
일명 유쌤이 추천하는 어린이책 리스트!(여기서에 소개하는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 저학년(1-2학년)과 나누어 볼 도서
사실 저학년 아니 초등학교 모든 단계에서 아이들에게는 읽기보다 듣기가 더 익숙합니다. 2학년이 끝나갈 무렵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어휘가 4,000개 정도라면 읽을 수 있는 어휘는 600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많은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읽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책 한 권을 함께 천천히 깊게 온전히 읽고 작품을 누리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책 읽는 기쁨'이라는 선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책을 함께 읽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책, 책을 함께 읽고 마음껏 놀 수 있는 책, 책을 함께 읽고 교과서 속의 지식을 세상속으로 투영해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을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① 나도 편식할꺼야_유은실
급식지도를 유쾌하게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정이라는 아이는 편식을 하는 아이와는 반대로 너무 식성이 뛰어난 아이입니다. 먹기 싫은 반찬을 친구가 주면 자기를 좋아해서 그런 줄 알고 기뻐하는 아이, 그런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아이들과 정이에 대해 이야기 하며 자연스럽게 식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입니다. 후속작으로 '나도 예민할 거야' 가 있습니다.
- 유쌤의 서평 - http://freecliff.blog.me/220922925855
② 콩이네 옆집이 수상하다_천효정
편견과 선입견에 관한 이야기, 콩이네 옆집에 누군가가 이사를 오게 됩니다. 하지만 부분적인 모습들과 마을 친구들의 소문만 듣고 두려워서 집안에만 있게 됩니다.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고 열린마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천효정 작가만의 유쾌한 문체로 풀어내었습니다.
-유쌤의 서평 - http://freecliff.blog.me/220922376776
③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도둑_프란치스카 비어만
10년 전에 '책 먹는 여우' 라는 작품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2탄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도둑'이 출간되었습니다. 탐정소설을 쓰는 여우아저씨와 작가가 되고 싶었던 몽털씨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책에 대해서 글쓰기에 대해서 저중고학년 상관없이 나누면 좋은 책입니다.
④ 짜장면 로켓 발사_한윤섭
작년 2학년 아이들과 재미있게 나누었던 책입니다. 할아버지의 유언으로 풍선로켓발사대를 만들어 아프리카에 음식을 배달해주는 성호의 멋진이야기입니다. 가족의 역할, 마을 사람들, 이웃, 아프리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통합교과 가을에 이웃 관련하여 나누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⑤ 쿵푸 아니고 똥푸_차영아
올해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똥을 힘차게 싸면 변기에서 뛰쳐나오는 똥푸맨! 아이들은 일단 똥이라는 소재를 좋아합니다. 똥푸맨이 주인공을 위기상황에서 구해주고 병원에 있는 엄마까지 도와주는 유쾌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 외에도 단편 작품이 총 2편 더 실려있어서 집중력이 요구되는 저학년들과 책 한 권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습니다.
- 중학년(3-4학년)과 나누어 볼 도서
중학년 시기는 다양한 소재의 어린이책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즐기고 나누어 볼 수 있는 시기입니다. 읽기수준의 향상과 함께 상상력이 가득한 작품들을 교육연극, 노래, 그림 등으로 표현하고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과학 교과와 연계하여 식물, 곤충, 동물과 관련된 많은 어린이책을 함께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⑥ 엄마사용법_김성진
시작하는 페미니즘, 엄마가 없던 주인공은 아빠를 졸라 '생명장난감' 회사에서 엄마로봇을 구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립하던 중에 문제가 생겨 주인공이 원하던 엄마가 아닌 다른 모습이 엄마로 행동합니다. 엄마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깊이 나누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⑦ 하룻밤_이금이
할아버지와 밤낚시를 갔다가 잉어공주를 따라 용궁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용궁에 가서 세 가지 소원을 다 날려버리는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중심에는 '보물보다 더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 추억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⑧ 어느날 구두에게 생긴 일_황선미
학교에서 일어나는 가장 흔한 일 중에 하나는 신발이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신발이 한 짝만 사라진 이야기, 괴롭힘을 주도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에 못 이겨 신발을 던져버린 아이,그리고 죄책감을 갖게 된 아이, 신발을 한 짝만 잃어버렸다는 소재 하나만으로도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작품입니다.
-유쌤의 서평 - http://freecliff.blog.me/220579969732
⑨ 기호3번 안석뽕_진형민
선거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시장과 마트에 관해서도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작품입니다. 친구 조조(조지호)와 기무라(김을하)의 즉흥적인 떠밀림에 전교 회장 선거에 나가게 된 안석뽕(안석진)의 모험기가 펼쳐집니다. 선거와 공약에 대해서 그리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 대해 나누어 볼 이야기가 많은 작품입니다. 4-6학년 모두와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백발마녀(보리)의 흐느낌이 정말 슬프게 느껴져 가슴이 아려왔습니다.진형민 작가님 특유의 유쾌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⑩ 푸른사자 와니니_이현
여름에 3-5학년 아이들과 나누면 좋은 책입니다. 아기 암사자의 성장 이야기, 암컷에 의해 무리가 규정되는 동물들의 세계를 살펴봄으로서 남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성장'에 초점을 둘 수도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넓은 초원의 세계를 떠올리며 함께 읽으면 좋을 작품입니다.
-유쌤의 서평-http://freecliff.blog.me/220780864332
⑪ 악당의 무게_이현
이 세상은 사람들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 몸에 상처가 난 야생동물과 유기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골목마다 돌아다니는 고양이들, 공원에 숨어사는 너구리들, 고라니들, 길가에 피어난 이름모를 풀꽃들, 환경친화적인 것은 없습니다. 자연 안에 함께 사는 우리들만 있을 뿐이지요. 자동차 본넷이 따뜻해 들어가 있던 고양이를 생각하며 시동걸기 전에 본넷을 두드리는 마음, 도로를 계획할 때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을 한번이라도 고려해보려는 작은 마음을 이 작품을 읽으며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유쌤의 서평-http://freecliff.blog.me/220780580895
- 고학년(5-6학년)과 나누어 볼 도서
고학년 시기에는 조금 더 작품을 깊게 살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 읽는 기쁨' 이라는 본질을 항상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또 심적으로 변화가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아이들 마음에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 건강하게 실패하는 작품, 실패해도 괜찮아 라고 다독여 주는 작품을 함께 나누면 좋습니다.
⑫ 불량한 자전거 여행_김남중
'자전거 덕후'인 김남중 작가님 그 자체가 이야기가 된 작품, 아버지와 엄마가 다투자 삼촌이 있는 광주로 밤10시 무궁화를 타고 무작정 가게 된 호진이의 이야기입니다. 하동, 부산, 울산, 대구를 거쳐 강원도 고성 전망대를 자전거로 함께 여행하는 동안 땀을 흘리며 성장하는 건강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제가 처음으로 아이들과 슬로리딩 수업을 진행했던 책이기도 하고 슬로리딩이나 온작품읽기수업을 시작하는 고학년 선생님들께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김남중 작가님과의 이야기:http://freecliff.blog.me/220582195730
⑬ 속좁은 아빠_김남중
읽어 줄 때마다 아이들이 펑펑 우는 작품입니다. 매일 술마시는 알콜중독 아빠의 술을 끊게 하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거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뿌리는 가족이라고 말하는 이 작품은 변화하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이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현주와 병원에서 만난 선우의 로맨스 읽으며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생각났던 작품입니다.
-유쌤의 서평 - http://freecliff.blog.me/220573591730
⑭ 마지막 이벤트_유은실
장례식을 소재로 한 어린이책입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장례식의 모습과 유쾌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유머와 함께 녹아있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장례식은 우리 삶의 마지막 이벤트라고 말하는 이 작품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장레식에 가보았던 경험에 대해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유쌤의 서평 - http://freecliff.blog.me/220532805777
⑮ 꼴뚜기_진형민
꼴뚜기와 연관되기만 하면 놀림받는 꼴뚜기가 되버리는 규칙이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 꼴뚜기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수업시간에 나오자 꼴뚜기가 될까봐 아무도 노래를 부르지 않고 급기야 담임선생님이 꼴뚜기로 불리게 되는 이야기, 6편의 단편이 같은 반 아이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같은 인물들이 6편의 이야기에 등장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읽어도 단편작품 한 편마다 시간을 두고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호흡이 긴 장편에 비해 부담이 적습니다.
⑯ 돌 씹어 먹는 아이_송미경
감각적인 서술과 묘사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송미경 작가의 작품집입니다. 자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눌린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아이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들어있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못해서 혀를 사는 아이, 부모님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아 진짜 부모는 고양이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아이까지 재미있지만 어른들에게 던져주는 메세지가 날카로운 작품입니다. 장편이 아닌 작품집이기에 호흡이 짧아 아이들과 부담없이 나누기에 좋지만 서사나 묘사가 수준이 높아 고학년들의 경우에 2학기에 나누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른들이 읽으면 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유쌤의 서평: http://freecliff.blog.me/220921590640
제가 지금까지 아이들과 나누었거나 직접 읽어보았던 작품들 중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작품들을 골라보았습니다. 위의 작품 외에도 더 많은 좋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좋은 메세지'를 가진 작품보다 교사가 읽었을 때 '재미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작품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다 보면 선생님이 아이들보다 더 책을 재미있게 즐기게 되고 그러한 모습을 보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에 빠져듭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어른들과 선생님들이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을 아이들과 더 많이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나온 신간 동화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또 작가님들이 좋은 어린이책을 많이 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P.S.
그래서 '초등교사 어린이책 읽기 운동'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함께 어린이책을 읽고 나누었으면 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책가방(어린이책이가득한방)' 그룹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어린이책 읽는 기쁨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책가방 그룹 - https://goo.gl/n1Z1q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