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25. 내가 송몽규다! (단짝 친구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단짝 친구'란 무엇일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서로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하여 늘 함께 어울리는 사이'를 의미합니다. 아이들에게 '단짝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인 것입니다. 그런데 친구라는 것은 소유물이 아닙니다. '관계'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힘이 듭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의 고민 중에 대다수는 '나만의 단짝 친구'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그럴때 어떤 이야기들을 전해주시나요?
"왜 그 친구에게 그렇게 집착해? 다른 친구 많잖아?"
"다른 친구 만나봐! 그 애 별로더라."
"너랑 그 친구는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어!"
혹시 이런 말들을 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고민을 공감받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들의 조언을 잔소리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럼 이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줄 수 있을까요? 그렇게 황지영 작가의 《짝짝이 양말》을 만났습니다.
이 작품에는 단짝 친구 때문에 힘들어하는 5학년 강하나가 등장합니다. 4학년때 단짝 친구였던 승주가 5학년이 되자 유리와 놀기 시작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하나는 승주를 되찾기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지만 그럴수록 학급에서 점점 더 소외가 됩니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가 있으면 직접 말로 하기보다 책을 한 권 빌려줍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책을 우리반 전체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계획한 활동이 '내가 송몽규다!'입니다.
시인 윤동주에게는 사촌형이자 둘도 없는 친구였던 송몽규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현재 만나고 있는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만나고 싶은 '이상적인 친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며 《짝짝이 양말》의 주제와 연결할 수 있도록 활동을 계획했습니다.
#1. 내 친구 몽규를 소개합니다.
먼저 자신이 현재 만나고 있는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의 친구를 마음속에 떠올려 본 후, 그 친구를 설명하는 키워드를 5가지 종이에 적어봅니다. 이때 친구의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이름은 모두 '몽규'라고 썼습니다.
이때 생각하는 친구는 꼭 '동갑의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나 형제자매, 선생님도 가능합니다. 키워드를 모두 쓰고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친구를 모둠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새영의 몽규는 #혼맥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유새영의 몽규는 #대중교통 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유새영의 몽규는 #얼리어답터라서 새로나온 전자기기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유새영의 몽규는 권위의식이 없습니다.
유새영의 몽규는 #둥글게둥글게 말을 번역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활동은 '친구'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스키마를 활성화하는 것에도 목적이 있지만 '나는 친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데 초점이 있었습니다.
#2. 내가 송몽규다!
모두의 몽규(현재의 친구)를 소개하고 난 뒤에 이번에는 '우리가 원하는 몽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유쌤: "여러분 모둠에 친구가 한 명 더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정말 여러분의 마음에 쏙 드는 친구입니다. 이 친구의 특징을 모둠원 수에 맞게 4-5가지 적어보세요!"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친구의 특징을 떠올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종이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렇게 각 모둠에 가상의 친구 '송몽규'의 특징이 완성되었습니다.
"우리 모둠의 몽규는 눈치가 있어요."
"우리 모둠의 몽규는 운동을 좋아해요."
"우리 모둠의 몽규는 곤충을 좋아해요."
각 모둠의 가상의 친구 '송몽규'를 우리반에서 직접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송몽규다!' 활동 방법
① 각 모둠은 교실 앞으로 나와 순서대로 몽규의 특징을 발표한다.
② 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들은 발표를 듣는다.
③ 발표하는 몽규의 특징이 자신에게 해당되면 자리에 앉아있는다.
④ 발표하는 몽규의 특징이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뒤로 나간다.
⑤ 모든 특징을 다 발표하고 난 뒤에 남아있는 사람들(모든 특징이 다 해당되는 사람들)은 일어나며 "내가 송몽규다!" 라고 외친다.
⑥ 모든 특징을 다 발표하고 난 뒤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으면 발표자들은 "우리 몽규는 여행갔나봐!"라고 이야기한다.
모둠원1: "우리 몽규는 운동을 좋아해요."
학생1: '나는 운동을 좋아하니 앉아있어야지!'
학생2: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니 일어나서 뒤로 나가야겠다.'
모둠원2: "우리 몽규는 곤충을 좋아해요."
학생1: '나는 벌, 사슴벌레 등 곤충을 좋아하니 앉아있어야지!'
학생2: '나는 곤충에 크게 관심이 없으니 일어나서 뒤로 나가야겠다.'
모둠원들이 앞에 나와서 발표할 때에는 보편적인 특징(먹는 것을 좋아해요.)부터 특수한 특징(태권도를 잘해요.)의 순서대로 말할 수 있도록 안내하면 좋습니다. 또 앉아있는 아이들이 발표를 듣고 특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철저하게 듣는 당사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약속하면 좋습니다.
#3. 활동과 작품(짝짝이 양말) 연결하기
아이들은 가상의 친구 '송몽규'를 전부 찾을 수 있었을까요? 쉽지 않았습니다. 한 모둠을 제외하고 다른 모둠 모두 원하는 친구를 교실에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친구는 만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짝짝이 양말》의 주인공 강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강하나라는 아이가 있었어요. 하나에게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승주라는 단짝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5학년이 되자 승주가 자기보다 유리라는 친구와 더 어울리기 시작했어요. 하나는 운명의 단짝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아이들이 친구를 '소유'가 아닌 '관계'로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단짝 친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자 시야가 넓어지면 교실의 다른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던 강하나처럼 우리반 아이들도 관계에 대한 시선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현재 만나고 있는 친구와 만나고 싶은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작품의 주제로 아이들을 안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강하나와 함께 울고 웃으며 자기만의 의미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친구 많은데 꼭 그 친구한테만 집착해야 하니?"
"그만 울어! 세상에 친구 많아!"
아이들이 관계에 대해 힘들어 할 때 직접적인 말 한마디보다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는 책 한 권을 건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책을 통해 아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이야기는 힘이 셉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상으로 《짝짝이 양말 》을 읽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나누었던 '내가 송몽규다!' 활동 소개를 마칩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06. 수업 시작 전, 책을 먼저 읽은 아이가 있다면?
07. 생각과 배려를 키우는 연극놀이
08.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09.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
10. 이야기지도를 건너 감정그래프 그리기
11. 유쌤, 교육부 장관이 되다._책으로 연극적 상황 만들기
12. 미술작품을 통해 생각 나누기
13. 낭독극으로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다!
14. 학교에서 수박이 먹고 싶으면
15.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9)
16. 모나미로 말해요!(읽기 전 활동)
17. 페르소나 - 모둠친구들과 함께 가상의 인물 만들기
18. 다르게 바라보기 -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19. 주변 인물에 초점 맞추기 - "선생님, 바퀴벌레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20. 여덟 단어 - 여덟 단어로 책 한 권 요약하기
21. 연극하며 시쓰자! - 교육연극으로 함께 시쓰기
22.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23. 내 소문 들었어?(읽기 전 활동)
24. 마법사와 함께한 시간
25. 내가 송몽규다! (단짝 친구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한 학기 한 권 읽기과 교육연극을 연결지점을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를 원격연수에 담았습니다.
아이들과의 실제 수업장면이 15차시 이상이라 저와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큰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책과 교육연극 수업의 연결지점을 고민하고 계신 선생님들께 추천드립니다.
아이스크림연수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teacher.i-scream.co.kr/course/crs/creditView.do?crsCode=1128&ss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