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어떻게 변할까? - part4] 교실은 재미와 의미의 교차점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공자는 앎의 단계인 지호락을 제시하면서 최고의 경지를 ‘락’, 즐거움에 두었다. 그는 진정한 배움의 경지는 단순히 그것을 이해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좋아하는 것이며 결국 즐길 수 있을 때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하였다. 공자의 말에 따르면 교육의 목표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배움을 즐기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배움의 힘은 지식을 아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에서부터 나온다면 우리는 교실의 패러다임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다.지금까지 우리는 교실이라는 공간이 배움을 위해 즐거움을 희생시켜야 했고 학생들에게 엄청난 노력과 희생을 강조했다. 그래서 더 높은 점수, 더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없는 공부로 가득 찬 교실을 바꾸어야 할 당위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교실은 재미와 의미의 교차점이라고 생각한다. 즉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경험과 연결된 실제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그 경험 자체가 유의미한 경험이 되도록 해야한다. 다시 말해 재미추구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배우는 것 자체가 목적이며 그것 자체가 재미로 이어지면 사람의 심리상태는 언제나 행복할 수 밖에 없다. 재미는 우리에게 학습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노력과 희생을 통해 많은 지식을 머리속에 집어넣은 자만을 찍어내는 학교 그리고 학생들의 꿈과 끼 대신 사회와 부모, 교사가 요구하는 목적들로만 가득 채워진 교육환경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사람에겐 누구나 재미를 추구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지니고 있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많은 갈등 중 대부분이 개인의 재미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이유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님과 재미있게 놀고 싶은 아이들이 벌이는 갈등이 그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공부라는 것이 재미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공부가 아이들의 재미욕구를 제대로 채워줄 수 있다면 상황은 완전히 바뀔것이다. 물론 재미는 상대적이며 추상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 ‘재미는 000이다’ 라고 이야기 할 순 없지만 교실 속의 변화는 학생들의 표정을 통해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교실이 재미와 의미의 교차점이 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Just do it! 실천이다.
학생참여중심 수업을 하는 동안 매일매일 수업의 주도권을 그리고 교실의 주도권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넘겨 줄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교실에서 내가 주인공이던 주입식 수업 대신 디딤영상을 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채워나가는 활동을 넣었다고 해서 학생들이 교실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 순간에는 매우 만족한 수업이었지만 다시 한번 교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학생들은 그저 선생님이 시키는 활동만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수업의 계획단계부터 그리고 디딤영상을 만드는 단계부터 학생들을 참여시켰다. 학생들은 점점 수업의 주인이 되어갔고 진정으로 교실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넘겨줄 수 있었다. 이전까지 학생들이 교사가 만들어주는 활동을 받아먹기만 하는 교실의 소비자였다면, 이제는 교실의 생산자가 된 것이다. 교사가 디자인 한 활동만을 수동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수업시간에 할 활동들을 계획하고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매 시간 만족하며 수업이 진행되었고 이제는 학생들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는 생태계가 교실에 구축되기 시작했다. 물론 성적도 많이 오르고 학생들이 학교를 대하는 태도도 정말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나의 가슴속에는 무엇인지 모를 의문이 점점 커져만 갔다.
“그래서... 뭐?”
나의 교실은 정말 잘 진행되어 갔다. 학생들의 성적도 많이 좋아졌고, 학생들의 학교를 대하는 태도, 수업에 임하는 자세, 그리고 자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졌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라는 질문들이 교실 수업이 잘 진행될 수록 내 머리속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내가 다녔던 예전의 많은 교실들 아니 지금의 교실들에서도 학생들에게 성공한 삶, 시험 성적이 높은 학생, 많은 것을 잘 기억하는 방법,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수업은 왜 하지? 학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그리고 나의 결론은 학생 한명 한명이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잘 살리는 방법을 알기 위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학교는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진보주의 교육철학자 존 듀이는 교사가 말로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는 교육적 상황과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고 배우는 교육을 이야기 하였다. 듀이의 따르면 우리 머리 속에 있는 사고 또는 개념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로 전달될 수 없다. 우리의 사고와 개념을 말로 전달하려고 하면, 그것은 이미 말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필터를 통해 걸러진 주관적인 표현일 뿐이고 본래의 사고나 개념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말에 의한 전달은 상대방이 나와 비슷한 사고와 개념을 생각해내도록 자극할 수 있지만, 오히려 배우는 사람의 호기심과 스스로 사고하려는 과정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 상황에 직접 부딪혀 해결책을 찾아갈 때 스스로 사고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사고를 자극하는 진짜 문제상황을 제공하고, 학생들과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 함께 참여하여 공감 해주고 경청 해주며, 학습의 상대자로서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게 해주면 된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교사도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학생이고, 학생이 교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이 진짜 문제인지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친구, 선생님 그리고 주변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과 의사소통, 협업을 통해서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그것이 21세기를 사는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수업이고 학생들의 진짜 미래를 대비하게 해 주는 학교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프로젝트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ps - 그동안 국가의 중대한 문제 때문에 토요일마다 행사에 참여하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헤어짐 때문에 글을 너무 늦게 올렸습니다. 올해는 저의 디자인씽킹 기반의 프로젝트 수업 경험들을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며 단 한분에게라도 도움이 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