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교실 이야기 2.] 몰입과 두 가지 키워드
어떻게 아이들이 교실 속에서 행복할까? 어떻게 수업에 몰입할 수 있을까? 함께 몰입교실을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연구의 철학으로 세웠던 두 가지 키워드가 바로 자존감과 공감능력 이었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힘을 자존감이라고 한다. 이렇게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이해하고 알아보는 사람은 타인의 능력과 가치 또한 알아볼 수 있고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 수없이 관계맺음으로 진행되는 수업 속에서 나의 가치에 대해 알고 또 타인의 가치에 대해 인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몰입교실을 연구하는 첫 번째 키워드였다. 이 자존감이라는 것은 교실 속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할 뿐만 아니라 수업을 연구하고 준비하는 우리에게도 너무 중요한 키워드였다. 그 이유는 ‘내가 왜 이런 일을 하지?’ 에 대한 질문과 성찰을 끊임없이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었고 우리를 더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몰두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몰입교실을 연구하면서 우리들이 스스로 믿고 있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수업의 성패는 관찰한 시간에 비례한다’는 말과 ‘꾸준함을 이길 자는 없다’ 라는 말이다. 이런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나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고 내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자존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자존감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 누구하나 똑같은 얼굴로 태어나지 않는 것처럼 이 세상 누구도 같을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 환경, 교육방식 그리고 대중의 시선으로 판단하며 모두 비슷한 인생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타인과 비교하게 되고 진짜 나에게 집중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추고 그들의 칭찬에 목마르게 되면서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칭찬받을 수 있는 또는 타인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가면을 쓰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보니 12년간의 교육을 다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그런 어른 아이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줘야 할까? 아이가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바로 그 아이의 강점에 집중해 주는 것이다. 한 척의 돛단배가 있다고 가정 해보자. 그 돛단배에는 아주 작은 구멍이 나 있었고 배의 주인은 그 구멍을 어떻게 메울지만 고민하며 한참을 구멍을 매우는 일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배는 언제 앞으로 나아갈까? 바로 돛을 펼칠 때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약점을 가리거나 메우려고만 노력한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강점을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나의 강점은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또 그런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이 없는 것이었다. 이런 나의 강점을 알아보신 부모님은 나에게 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도전했던 과정 그리고 그런 도전을 펼친 나 스스로에게 집중 해 주셨다. 그것이 나를 성장하게 했고 이렇게 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도 나 스스로를 잘 모르는데 어떻게 우리 아이의 강점을 찾을 수 있을까? 방법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이다. 아이 스스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그 새로운 경험 속에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간의 이런 메타인지를 자극할 수 있는 좋은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질문하기와 성찰하기이다. 아주 작은 질문의 관점 변화로도 우리는 성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과학관 체험학습을 다녀오는 길에 오늘 과학관 어땠어? 좋았어? 라는 질문 대신에 오늘 과학관에 다녀오면서 너는 너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되었어? 라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공감능력이다. 요즘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지역이 바로 북유럽이다. 특히 덴마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유명하다. 이 덴마크를 가장 행복한 나라로 만든 가장 큰 이유가 이 공감능력이라고 한다. 심지어 학교에서 서로 감정카드를 선택하고 서로의 감정을 맞혀보고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경청해주는 공감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공감능력을 핵심 키워드로 뽑았을까? 바로 공감능력이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혁신을 이끄는 핵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사회가 워낙 급격히 변하고 있어서 그 변화에 적응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 직업이 아니라 삶을 살면서 몇 번이고 자신의 직업을 바꾸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사회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현장도 새롭게 변화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육의 핵심 본질과 가치이다. 봄이 되면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길을 걸으며 봄을 느끼고 이런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고 자연에 감사할 줄 하는 그런 가치를 심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본질과 가치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공감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중에 맘시터라는 아이 돌봄 플랫폼이 있다. 이 플랫폼을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는 대표 또한 아이를 둔 직장맘이었다. 그런데 회사 쉬는 시간에 그리고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갑자기 잡힌 회사 회식 때문에 또는 갑자기 생긴 야근으로 인해 몰래 화장실에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느냐고 고생하는 자신의 모습과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육아와 자신의 직장생활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여 탄생한 플랫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공감능력은 이 플랫폼이 우리나라 직장맘들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공감능력은 타인의 처지에서 그들의 관점과 감정을 느껴보게 하고 저 사람 입장은 어떨까? 그들은 어떻게 느낄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같은 다양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런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필요한 부분은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다. 많은 연구에서도 이야기 하듯이 부모와 또는 어른과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면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세상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부모님과 웃으며 함께 밥 먹을 시간조차 부족한 요즘,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서로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에서부터 공감능력은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