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실 이야기] back to the basic-3
초등학교 최고 학년인 6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정말 다양한 변화를 겪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우선 배움의 속도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고학년이 되면서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아무래도 자신과 타인의 능력차이를 인정하는 시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인정의 욕구와 독립의 욕구가 강하게 드러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자기 스스로를 벌써 어른이 된 것처럼 생각해주기를 바라기도 하다가도 성공한 것은 자랑하고 싶어하고 실패한 것은 위로받고 싶어하는 걸 보면 말이죠. 하지만 점점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고 서로 소통하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매우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런 공감능력의 부족 현상은 교실에서 여러가지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받는 것 같으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화를 내며 친구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소한 장난이었다고 정당화하죠. 그러고는 영혼없는미안해 한마디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합니다. 특히 작은학교에 근무하면서 가족의 케어를 받지 못하고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이런 문제들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도대체 어떻게 하면 공감의 능력을 길러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이런저런 책도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감은 자신의 감정과 정서를 정확히 이해하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매주 첫 시간은 도덕시간으로 정하고 친구들과 공감, 자기존중감, 감정조절, 의사소통, 문제해결 등을 주제로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백 투더 베이직!!! 기본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이 온전히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까지 공감하는 그런 아주 기본적인 것 부터 시작해 보려는 저의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죠. 오늘은 공감시간에 다루었던 프로그램들을 하나씩 소개 해 보려고 합니다.
가장 첫시간에는 감정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다양한 감정의 종류를 알고 그것을 표현 해 보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우선 A4 용지를 8등분 한 후 비주얼씽킹 카드를 가지고 감정카드 그려보기 활동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비주얼씽킹 카드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신기하게 아이들이 비주얼씽킹을 할때 매우 차분하고 집중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에요. 물론 교사인 저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요. 그리고 나서 비주얼씽킹 카드를 보며 떠오르는 감정들을 적어보라고 했습니다. 또한 그런 감정들이 언제 주로 발생하는지 자유롭게 적어보라고 했어요. 고학년 아이들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것을 어려워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수용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감정카드를 우리반 감정카드라는 제목으로 칠판에 마인드맵으로 제시하였어요. 우리에게 이렇게 다양한 감정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친구들과 감정나누기를 시작해 보았어요. 자신이 평소에 긍정적인 감정을 주로 느끼는 경우가 언제인지 포스트 잇에 적어보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을 전부 만난 친구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속상한 기분을 느꼈던 경우를 포스트 잇에 적은 후 자유롭게 친구들을 만나게 하였어요.
마지막으로 우리반 모두 원으로 둘러앉아 오늘 수업하면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다음수업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 하면서 수업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나와 친구의 감정을 알고 이해하려는 활동을 통해 어떤 점들을 느끼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런 과정들이 어떤 좋은 효과를 가져오게 될 지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한번의 수업으로 아이들의 공감 능력이 확 변하는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꾸준히 진행하다보면 교실에서 소리치고 화내고 욱해서 친구를 다치게 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거라고 믿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