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교실 이야기 3] 몰입하는 환경 만들기
학생들은 언제 몰입할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러한 몰입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이 면대면으로 상호작용하며 수업의 목표와 피드백을 명확히 해야 하고, 학생을 전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며, 선택의 다양성을 통해 자율성을 부여하고, 내가 공부하는 이 교실이 안전한 공간이며 어떤 새로운 것에도 도전할 수 있는 실패해도 괜찮은 문화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 그 이야기 나누어보자.
학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실 공간이 긍정적 감정으로 가득 찬 공간일 필요가 있다.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감정에는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든 알고 있다. 그렇다면 긍정적 감정은 어떤 효과를 보일까? 퍼듀대학교에서 진행되었던 골프퍼팅 실험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동일한 골프 선수들에게 퍼팅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런데 한쪽에는 홀 구멍보다 더 큰 원을 홀 주변에 투사하여 홀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보이게 하고 다른 홀은 홀 구멍보다 작은 원을 홀 주변에 투사하여 홀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커 보이게 하는 실험을 통해 성공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본 것이다. 역시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홀의 성공률이 훨씬 높았다. 즉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긍정적 감정이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학교에 도착하여 느끼는 감정들은 어떨까?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자. 선생님이 내어주신 과제를 다 하지 못해 걱정하고 있는 아이, 오늘 시간표를 보며 ‘아.. 오늘 수학, 영어 들어있네...’ 라며 한숨 쉬고 있을 아이 등등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어 주어 불안감을 해소 해 줄 순 없을까?
전국에 있는 선생님들 중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선생님은 단 한명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나는 정말 사랑받고 있어 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 생각 해 보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오늘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나의 사랑을 표현 해 주었을까? 100% 확신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과거의 저 또한 대답은 항상 No 였다. 나의 수업을 잘 따라와 주는 고마운 친구들, 선생님 기분 좋아지게 하려고 열심히 반응 해주는 그런 친구들에게만 사랑을 표현하고 주었던 것이다. 작은 변명을 해 보자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르쳐야 할 내용도 너무 많고 그리고 아침부터 쏟아지는 업무들 때문에 다른 아이들을 쳐다볼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정말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때부터 꾸준히 하루의 루틴으로실천하고 있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3E(eye contact – emotion – encourage) 라고 부른다. 아침에 출근해서 교실에 가면 우리는 보통 “안녕 0학년!” 이라고 아침인사를 하고 바로 컴퓨터를 켜고 그날 공부할 내용들 그리고 처리해야 할 업무를 확인하곤 한다. 하지만 아침의 그 짧은 시간이 아이들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우선 교실에 입장과 동시에 아이들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며 아침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오늘의 감정을 묻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00이 안녕? 오늘 기분은 어때?”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 괜찮은 거 같아요.” 그리고 나면 서로 미리 정해놓은 방법으로 서로를 격려한다. 어떤 아이들은 하이파이브를 하자는 아이들도 있고 어떤 아이들은 유행하는 인싸 인사법을 사용하는 아이들도 있다. 물론 따뜻하게 안아달라고 요청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주 사소한 아침활동이 학생들로 하여금 하루의 시작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그리고 교실공간이 안전한 공간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을 뽑으면 바로 꾸준함을 들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루틴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런 아침루틴을 통해 성공적인 교실의 시작을 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실패해도 괜찮은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믿음에 관한 것이다. 학생들은 미래에 나아질 자신의 모습에 대한 기대를 통해 스스로를 믿게 된다. 하지만 현재 학생들의 대부분은 학습된 무기력 때문에 이런 자신의 대한 믿음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목해 보아야 할 점은 무기력이 학습되듯이 성공에 대한 경험과 자신에 대한 긍정적 믿음과 기대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작은 성공의 경험들과 자신의 강점에 주목해주는 환경들이 스스로가 더 나은 나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기실현적 예언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권위 있는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믿어줄 때 그때 바로 자기 효능감이 성장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실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실패해도 괜찮은 문화를 만들기 위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관계의 언어이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수학이 너무나 싫어하던 평균 50점 맞던 친구가 짝사랑하는 수학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 학기말에는 90점을 맞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진심을 다해 중간고사에서 90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와 우리 00이가 90점 받았어? 선생님이 이렇게 좋은데 우리 00이는 얼마나 좋을까? ” 라고 이야기 해주면 좋겠지만 대한민국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조금만 더해! 바로 100점이야. 이제 다왔어” 라는 말이라고 한다. ‘그래 좋아 이번 기회에 내가 100점 맞아봐야지’ 하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서 학기말 시험에 100점을 맞아 선생님께 자랑하러 온 00이에게 “선생님이 너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잖아.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너의 그 과정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멋지다. 선생님이 정말 많이 배우네” 라고 이야기 하면 좋지만 “방심하지마! 긴장 놓치말고..” 라고 이야기 하는 현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1등을 하고 있어도 100점을 받고 있어도 불안하고 남에게 의지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관계의 언어이다. 함께 연구하는 모임의 동료 중에 이 관계의 언어를 정말 잘 하는 친구가 있다. 한 여학생이 새 학기를 맞이하여 머리를 짧게 자르고 온 날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친구들의 미지근한 반응에 결국 선생님을 찾아 온 아이가 선생님께 물어보았다고 한다. “ 선생님 제 머리 어때요?” 그 순간 교사에게 진실은 없는거다. “와우 너무 이쁘다! 완전 서울사람 같아” 이 말 한마디가 그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를 맺어주는 매직워드가 된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찾아갈 때는 정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의 언어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우선 긍정의 단어를 사용하고 언제나 과정에 집중하며 교실에서 감시자나 평가자가 아닌 협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우리반 00이는 체육에만 관심이 있다. 중간놀이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무조건 우리반 아이들을 전부 몰고 나가서 축구를 하고 온다. 그렇다보니 항상 시간에 늦을 뿐더러 수업이 시작되어도 준비는 물론이고 부채질만 하고 있다. 이런 아이를 지켜보던 선생님이 어느 날 하루는 버릇을 고쳐주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5교시는 국어시간. 다 같이 책을 읽어 보자며 책 읽을 사람을 찾고 있었다. “00이 책 읽어볼래?” 역시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고 들어와서 부채질을 하고 있던 00이는 어디를 읽는지도 모르고 있다. 옆에 앉은 친구들에게 아주 낮고 다급한 목소리로 “야 몇 페이지냐?” 라고 물어보지만 유유상종 모여 있는 친구들 역시 부채질하기 급한 친구들이다. 그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선생님은 소리를 꽥 지르며 “00이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 그럴려면 뭐하러 학교 다녀? 축구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던가?” 라고 비수를 꽂는다. 물론 각색된 이야기지만 흔하게 교실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학생에게도 그리고 선생님에게도 더 나아가 우리 반 전체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 학생에게 앞으로 국어시간은 국자만 들어도 짜증나는 시간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그렇다면 어떤 관계의 언어가 필요할까? “00이 축구하고 와서 더운데 선생님이 선풍기 시원하게 틀어 줄테니까 90쪽 3번째 줄부터 멋지게 읽어줄래?” 바로 이런 관계의 언어가 학생으로 하여금 선생님을 자신을 도와주는 협력자로 인식하게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들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관계의 언어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긍정적 감정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학생들이 몰입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이 면대면으로 수없이 상호작용하며 수업의 목표와 피드백을 명확히 해야 하고 선택의 다양성을 통해 자율성을 부여하여 스스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급변하는 현대 사회는 예측할 수 없는 수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미래 사회에 발생할 많은 문제들 또한 현재의 단편적 암기 위주와 문제풀이 중심 지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일방적 지식 전달 수업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는 적극적 문제해결자로서의 역량을 신장하는 수업에 대해 고민하여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방적 지식 전달인 강의식 수업에 익숙해져버린 수동적인 학생들은 사회현상과 문제에 대한 학습 의욕이 낮고 그런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질문하려고 하지 않고 심지어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할 미래사회의 주인공인 우리 학생들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주변의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는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의 교육과정을 바라보면 국가가 정해놓은 전달해야 하는 내용이 너무 많고 평가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보니 이런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교사가 스스로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다시 말해 할 것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학생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교사가 구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점이 에듀테크를 수업에 적용해야하는 필요성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수업에서 내용을 전달하고 전달된 내용을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에듀테크를 통해 더욱 쉽고 재미있고 간단하게 해결되고 그에 따라 확보된 시간에는 교사와 학생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또한 교사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몰입교실 이야기에서 다양한 에듀테크 이야기도 다루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