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극>프로젝트 03. 공연하기(우리반 공연에서 타학년 공연까지)
#8 그림자극 공연하기
드디어 대망의 공연이다!! 아이들이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아마도 공연을 위한 길었던 준비과정이 있었고 '공연한다' 무대나 음악도 넣으면서 보다 많은것들이 갖추어지면서 '공연으로서의 연극'에 빠지게 된 것 같다.
공연은 총 두 번 한다. 처음은 우리 반 안에서 우리끼리하는 자체 공연이이고 두 번째는 다른 학년을 초청해서 하는 공연이다. 가능하면 여러 학년에 보여주고 싶었지만 학년말이다 보니 시간관계상 한 번 정도밖에 보여줄 수 가 없었다. 6학년과 3학년 중 3학년 동생들에게 보여주기로 결정을 했다. 반마다 찾아가서 공연을 하고 싶었지만 종합실에서 3학년 전체를 불러서 하게 됐다.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우리반이 엄청 조용해 진 것이다. 교실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다른 모둠이 공연하는 것을 정말 숨죽인채 관람한다. 우리 반의 1년 학급살이 중에 가장 조용했던 순간이었다. 몇몇 아이들은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을 한다.
스토리가 엉성하고 실수가 터져나와도 마냥 웃음이 터져나온다. 배경이나 인물들의 캐릭터를 계속 바꿔들어야 하기 때문에 중간 중간 캐릭터가 엉키고 우왕좌왕하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준비해 왔기 때문에 실수에도 관대하고 그런 것들 조차도 재미로 작용을 한다.
교실을 벗어나 종합실무대에 서는 것은 아이들에게 또다른 떨림으로 다가왔다. 구경하는 대상도 익숙한 '우리'가 아니라 낯선 동생들이었다. 동생들이 들어오니까 호들갑이 난리도 아니다. 나도 역시 긴장이 됐다. 그래도 반에서 한 번 공연을 해 봤기에 아이들이 큰 실수없이 공연을 마쳤다.
그림자 극의 장점은 무대에 서기 두려워 하는 친구들도 설 수가 있다는 점이다. 자기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지 않고 인형을 통해서 노출되는 점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이 안정감이 주는 매력이 공연에서는 꽤나 큰 힘을 발휘한다. 평소에 소극적이던 친구들이 돌변해서 멋진 목소리 연기를 보여주어 오히려 우리 모두를 놀래키기도 했다.
한 모둠이 공연을 하는 동안 다른 모둠은 친구들이 실수하진 않을까 숨죽여 지켜보며 응원을 보냈다. 혹시나 실수를 하면 자기의 일인것처럼 안타까워하였다. 함께 준비를 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연대감에서 나오는 진심어린 감정이다. 이런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인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아이들의 후기를 보니 힘들었지만 뿌듯했다는 글과 동생들 앞에서 공연해서 좋았다는 글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것들을 시작은 해 보지만, 시작하는 경험에 비해 제대로 끝을 맺는 경험을 가지는 것이 참 어렵다. 때문에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끝을 경험해 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움과 갈등이 생기긴 하지만 긴 프로젝트를 스스로의 힘으로 끝맺음을 했다는 느낌은 아이들 각자에게 보람으로 다가 왔고 이는 곧 스스로의 자존감으로도 연결이 될 수 있다.
평소 여러분이 하는 일에서 끝을 맺어본 경험이 자주 있었나요? 우리의 이번 그림자극 프로젝트는 준비부터 시작해서 공연까지 모두 여러분들의 힘으로 이루어 냈습니다.
그동안의 흐름을 눈을 감고 한번 생각해 볼까요?
처음 그림자극이 무엇인지 검색하는 날부터 친구들과 시나리오를 짜고 무대와 캐릭터를 만들고 함께 연습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웃기도 했고 크고 작은 갈등과 문제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교실에서 우리끼리 공연을 했고 마침내 종합실에서는 3학년 동생들을 초청해서 공연을 했습니다.
3주간의 시간동안 '그림자 극'이라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낸 여러분들이 선생님은 자랑스럽습니다.
눈을 뜨고 그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쓰다듬으며 말해주세요. 그리고 함께한 모둠원들에게도 고생했고 고마웠다고 말해주세요.
다음에 또 한다면 팀을 나눠서 각 반마다 찾아가서 공연을 하나씩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는 부스를 만들어서 공연 시간에 맞춰서 다른 아이들이 부스에 찾아와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번 그림자극만들기는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