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오겠습니다]눈치없이 즐겨본다. 대학축제!
사범대 주변이 시끌시끌하고 코끝에 기름 냄새, 막걸리 냄새가 스친다. 교정에서 이런 냄새가 난다는 것은?
대학축제의 시즌이 돌아왔다는 것!
개강하고 한 달쯤 지났을 때 건물 밖 창문으로 내다보니 사범대 학생회 천막이 보였다. 그리고 천막 주변으로 삼삼오오 신입생과 복학생이 어우러져 신명나게 술게임을 돌리고 있다. 사범대라고 항상 체면차리고 놀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이제 개강해서 수업도 듣고 과제도 생겨나서 학교 생활이 만만치 않아질 때쯤 밖에서 봄날씨를 즐기는 건 죄가 아니다. 학생들 덕분에 활기찬 사범대 광장을 보니 괜히 흐뭇하다. 이런 숨통트이는 일이 있기에 쳇바퀴같은 학교 생활도 더 즐거워지는 게 아닐까.
먹는 것 밖에 없던 사범대의 축제와 다르게 5월 총학생회에서 주최하는 축제는 스케일도 크고 행사도 다양했다. 겨울 코트를 벗어던지고 얇은 자켓으로 갈아입는 날씨좋은 봄날 잔디구장에서는 학교 차원의 축제가 1년에 한 번 열렸다. 나는 꼭 축제를 보려고 했던 건 아니었지만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온 김에 매해 구경해볼 수 있었다.
학교 축제 기간인지, 아닌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수업 끝나고 동기들과 도서관쪽으로 걸어가는 길, 학생회관 근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평소에는 잔디 보호차원에서인지 줄이 쳐져 들어가기 어려웠던 잔디밭이 각종 부스들의 천막으로 마치 시골 오일장이 열린 것 같은 활기를 띄고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동아리와 초대가수의 무대로 쓰일 큰 무대가 있다. 오호.. 재미없기로 소문난 줄 알았던 서울대 축제지만 학교에서 이보다 재밌는 일도 없으니 모든 부스에 참여해보고 싶고 다 재밌어 보인다.
구경만 하다 가기 아쉬워서 무대 앞에 널려있는 에어쇼파에 자리잡아 햇살을 쬤다. 공강시간에 학교밖으로 나가지 못하니 미세먼지 나쁨이어도 햇살을 쬐며 대학원생의 처지를 한탄한다. '후. 금방 오후에 또 팀플가야 하는데...'하면서 말이다. 뒷편의 '어른이 보호구역'이 우릴 위한 거구나. (수업과 과제에 찌든)어른이 (심신안정)보호구역, 사시사철 필요하다.
외국학생들이 꾸리는 세계 음식도 맛볼 수 있었는데 다 먹어보지 않더라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실컷 부스 구경하고서는 결국 고른 건 푸드트럭 핫도그였다. 검증된 맛있는 맛을 먹기 위한 안정적인 선택이었다.
요즘의 인스타 감성의 시대에 발맞추듯 소풍느낌의 포토존도 있어서 이왕 해볼 거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사진도 찍었는데 당시에는 민망했으나 지금 돌아보니 추억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두 시간이 내일 등교하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학생으로 학교 축제를 체험하면서 우리 아이들도 얼마나 이런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 이런 하루가 학교 생활에 얼마나 힘이 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학교 학예회를 위해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그저 일상의 학교 생활의 틈을 만들어 줄 수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