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진쌤의 담임도전기] 올 겨울 학급 패션트랜드는? 롱패딩.
어느 신문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산신령 : 이 미세먼지가 너의 것이냐?
한국 : 아니옵니다, 중국의 것이옵니다.
산신령 : 이 폭염이 너의 것이냐?
한국 : 아니옵니다, 아프리카의 것이옵니다.
산신령 : 이 한파가 너의 것이냐?
한국 : 아니옵니다. 시베리아의 것이옵니다.
산신령 : 오. 정말 착하구나. 너에게 셋을 다 주마.
한국 : (....?!!)
이리하여 산신령의 은총으로(?) 이번 겨울도 유난히 추울 거라는 예보가 쏟아지는 가운데, 올 겨울 학급 패션트랜드는 뭘까요?
롱패딩(a.k.a.돕바) 이겠죠.
롱패딩이 유행하기 전부터 패딩은 10년 전에도 학창시절의 제2의 교복이라고 불렸는데,겨울용 교복이 있지만 겨울 교복의 재질의 보온성이 패딩에 비해 약하다 보니 교복 위에 걸쳐입을 수 있는 패딩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시대가 변하며서 패딩의 스타일도 달라졌는데, 예전에는 엉덩이 기장으로 팔에 필파워의 수치가 적힌 하프 패딩이 유행했다면 요즘 대세는 단연코 '롱패딩'인 것 같다. 언제부턴가 겨울이 전년도보다 조금씩 더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엉덩이를 넘어서서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걸 찾게 되었고 그 결과 롱패딩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 같다.
작년에 우리반 한 학생은 추운 날씨에 집업만 입고 다녀서 보는 이를 안타깝게 만들었는데 그 이유가 주문한 롱패딩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우리반 학생의 반 이상은 롱패딩을 입고 등교하고 있었고 롱패딩을 입지 않은 학생들을 세는 것이 더 빨랐다. 이렇듯 고학년 학생들에게 롱패딩은 인싸(신조어. 무리의 핵심인물)가 되기 위한 필수템인 것 같다. 또래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친구라면 하나씩은 다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롱패딩'을 제목으로 시리즈를 연재한 웹툰도 있을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 롱패딩은 인기이다. 네이버 웹툰 '복학왕'은 ‘롱패딩’편을 연재하였는데 검정 롱패딩을 입은 주인공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반하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학생들에게(특히, 고학년들에게) 롱패딩의 존재는 멋의 유무를 결정하는 중요한 패션 요인, 인기요인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딱히 학생들의 시선에 신경을 쓴 건 아니지만(음..정말로...?) 이번 겨울이 유독 춥다고 하니 '추위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순 없지!'라며 지난 주말 롱패딩을 사러 나갔다. 롱패딩의 소재는 크게 덕다운(오리털)과 구스다운(거위털)로 나눌 수 있는데 거위털이 더 많이 부풀어서 보온효과가 뛰어나다고 하여 따뜻한 거 사서 오래 입자는 생각에 구스다운만 찾으며 다녔다. 롱패딩을 보고 구스다운인지 확인하고 가격을 확인하고 다시 내려놓는 사이클을 반복하다 결국 마음에 드는 롱패딩을 못 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밤 뉴스를 보며 ‘어쩌면 롱패딩을 사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8TbkR7qJt0
(※마음이 약한 분 영상 시청 주의)
뉴스의 내용은 하나의 구스다운 패딩을 만들기 위해 거위 공장에서 털이 뽑히는 거위들에 대한 이야기다. 거위 공장에서는 거위들을 대량으로 사육하며 거위털을 뽑는데 이때, 죽은 거위의 털을 뽑는 것이 아니라 산채로 털을 뽑는다. 그리고 뽑힌 자리에 털이 다시 자라면 그 털을 또 뽑는다. 털이 뽑힌 거위들이 피부병에 걸리거나 더 이상 털이 잘 자라지 않으면 다른 거위들이 공급된다.
이런 구스다운으로 인한 동물학대 이슈를 알고 거위들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으로 대안적인 패딩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거위털을 대신할 보온성이 강한 신소재를 사용하거나 기존의 구스다운을 업 사이클링 제품으로 거위털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그 예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인터넷 사이트 와디즈에서 신소재를 활용한 패딩 모금, 업 사이클링 구스다운 패딩 모금이 이루어졌고 얼리버드가 마감될 정도로 큰 액수로 모금액을 달성하였다.
뉴스를 보기 전까지 롱패딩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관심이 없었다. 롱패딩이 얼마나 따뜻한지, 디자인이 이쁜지, 브랜드는 어디 것인지, 가격이 합리적인지에만 관심이 있었지 그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거쳐온 거위들의 희생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사람믈에게 그 가치가 간과되기 쉽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물론 따뜻한 이유로 구스다운 패딩을 선택할 수 있고 그건 개인의 선택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르고 입는 것과 알고 입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적어도 한 번 정도는 내가 기존에 했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롱패딩이 학생들의 패션아이템인 건 여전하다. 아이들에게 롱패딩이 패션아이템이자 에코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