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수업나눔] 길 묻고 답하기 수업
* [수업나눔]에서는 학교에서 진행한 수업 아이디어와 배움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려고 합니다.
1. 어떤 수업인가요?
미션을 해결하여 목적지에 도착하라
길 찾기 표현을 배우는 단원을 맞이하여 학교 전체를 무대로 하여 수업을 계획하였습니다.
수업은 다음의 미션들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학교 지도(교실배치도)를 참고하여 미션지에 나와있는 지시문을 읽고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철자가 3-4개씩 주어집니다. 최종 미션은 마지막 목적지에 도달하여 알파벳 철자를 맞춰 단어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2. 수업 준비
1) 학생들에게 배부할 것 : 첫 번째 미션지, 교실배치도(지도).
2) 미션장소에 둘 것 : 다음 미션장소로 이동할 미션지, 알파벳 철자들.
3) 미션장소에 계신 분들과 사전에 협조 구하기
4) 주요표현 : 길 묻고 안내하기
예) A : How can I get to the flower shop?
B : Go straight one block and turn left at the corner. It's behind the bank.
3. 자세한 수업 준비과정
1) 학교의 교실 배치도를 보고 미션장소를 정하기
- 미션장소의 선정 기준: 선생님 혹은 실무사님이 상주하여 미션지를 전달할 수 있는 교실
예) 교무실, 과학자료실, 학습준비물실, 도서실, 6학년 교실, 영어실(최종 목적지)
2) 미션지를 만들기
- 모둠 마다 미션과정이 겹치지 않게 합니다.
- 1학급당 6개의 모둠이 있으므로 6개의 다른 경로를 설정합니다. (모둠 수만큼 다른 미션경로가 필요함.)
- 출발지와 마지막 도착지는 영어실(혹은 수업을 하는 교실)로 설정합니다.
예) 영어실 > 교무실 > 과학자료실 > 학습준비물실 > 도서실 > 6학년 교실 > 영어실/
영어실 > 과학자료실 > 도서실 > 교무실 > 6학년 교실 > 학습준비물실 > 영어실.
-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구간의 미션지를 영어로 작성합니다.
미션문 앞에 번호를 넣습니다. 1 block은 교실 배치도의 학급 1칸으로 하였으며 화장실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몇 번째 미션장소인지, 순서대로 미션장소에 잘 가고 있는지 모둠 스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 ① Go down one floor a1nd turn right. Go straight two blocks. It’s on your right.
- 모둠별로 다른색의 A4색지에 미션지를 출력합니다.
각 모둠별로 다른 색의 종이를 썼으므로 미션장소에서 미션지를 받을 때, 모둠간에 미션지가 섞이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 미션지를 자르고 미션장소에 비치할 봉투 안에 '미션지 + 알파벳 철자'를 넣습니다.
3) 사전에 협조를 구한 담임선생님, 실무사님께 반별 미션지를 봉투에 담아 전달
4. 수업 진행
1) 주요 표현 말하기, 읽기 연습
- 길 찾기 단원의 주요 표현을 반복 연습합니다.
예) 'How can I get to ______ ? ', 'Go straight three blocks. It's on your right.' 등.
2) 미션 안내
- 오늘의 미션을 설명합니다
미션지에서 안내하는 장소 5곳을 찾아간 후, 마지막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모둠별로 합니다.
- 미션장소에 도착하여 받아야 할 2가지를 안내합니다 : 미션지(다음 장소 안내 설명문), 알파벳 철자.
- 미션장소에 도착하면 선생님께 다음문장으로 질문을 해야 미션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How can I get to the next step?'
3) 주의사항 안내
- 학교에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질서, 예절에 대해 안내합니다.
예) 다른 학급의 수업에 방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기, 미션장소에 계신 선생님께 공손히 인사하기 등.
4) 미션 시작 및 완료
- 각 모둠별 편차가 있지만 미션완료까지 15~25분 정도 걸립니다.
- 철자 만들기 미션의 답은 다음날부터 추석연휴여서 'Thanks Giving Day' 였습니다.
5. 수업마무리
이 수업이 가능했던 건, 담임선생님과 각 자료실에 계시는 실무사님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1교시에 시도해보고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다음 학급은 아쉽지만 다른 수업으로 대체하려고 했으나 학생들이 길을 잘 찾고 무엇보다 신나게 참여하여 대체 수업은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수업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충분히 나눠볼 시간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모둠마다 미션을 완료하는 시간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했고 결국 간단히 몇 몇 학생들의 소감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공통적으로 지금까지 영어수업 중 제일 재밌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수업 준비과정이 간단하지 않고 학교마다 교실배치도가 달라 다른 선생님들이 이 수업을 교실에서 쉽게 적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학교의 경우 6학년이 총 3개학급인데, 각 학급의 모둠마다 조금씩 다른 미션을 주다보니 결론적으로 총 18개의 다른 미션이 필요했습니다.
6.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영어 없이도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때문에 영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영어를 사용할 기회도 별로 없고 그나마 학교 수업 시간과 사교육시간과 같이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에만 영어를 접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여겨집니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은 더욱 영어를 접할 시간이 없습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저도 따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영어를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이렇듯 한국어가 단일언어인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가르친다는 것은 환경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영어교육의 목적은 '의사소통 능력의 신장'이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학생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그 목적은 멀게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가 필요하다고 학생들을 열심히 꼬셔보지만 정작 영어를 사용할 일이 없는 학생들을 보면 스스로 무안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단원에 들어서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길찾기 표현을 피부에 와닿게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길을 묻는 표현은 해외 여행을 나가면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 중 하나인데, 교과서의 지도만 가지고서는 그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교과서 활동은 지도의 화살표에서 시작하여 목적지를 연필로 따라가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는 학생들이 종이를 보며 머리속으로 상상하는 것에 그쳐야만 하는 활동이었습니다. 머리속으로 아무리 방향을 찾고, 길을 찾아도 한 번 몸으로 해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직접 길을 찾아보는 활동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진행해본 결과 선행학습으로 영어 수업시간이 지루하게 다가왔던 학생들과 어려워서 따라가기 힘들어했던 학생들 모두 길을 찾는 미션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영어 표현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는 것, 게임형식의 수업이 학생들의 의욕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학습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고 학습 의욕을 가져 결국 교사라는 존재 없이도 학습이 일어나도록 하는게 제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