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읽어요] 내가 알던 북한이 아냐
여기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북한의 현실을 그린 두 책이 있다.
북한 평양과기대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한국계 미국인 수키 김의 <평양의 영어선생님>과 본업은 저널리스트지만 맥주 덕후로 유명한 다니엘 튜더와 북한 전문 기자 제임스 피어슨의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다.
<평양의 영어선생님>은 작가가 북한의 아이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생활속으로 침투하여 관찰하며 직접 듣고 말한 발화들 중심으로 에세이와 소설의 중간에 있는 책이다. 작가는 평양과기대에 여름, 가을학기에 영어의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교수로 채용이 된다. 교수로 채용이 되었지만 학교로부터 봉급을 받지 않고 오히려 그곳에서 참여하는 투어에 돈을 지불하거나 학교에 기부하면서 생활을 한다. 여기에 북한 당국으로부터의 감시는 일상이다. 책에 묘사된 북한 과기대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소년들과 다름없다. 티없이 맑고 순수하며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녀는 그 아이들을 처음 본 순간 여느 교사가 그러하듯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북한 정부의 감시와 촘촘히 잘 짜여진 독재 시스템안에서 학생들과 절대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가 있음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그녀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상황이 허락하는 한 학생들에게 인터넷이라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북한의 밖에는 더 넓은 세계가 있음을 가르쳐주기 위해 노력하고 그녀의 진심은 학생에게도 전달된다. 여름학기가 끝나는 마지막 수업날 그들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가을학기가 끝나는 마지막 수업날 영어밖에 허락되지 않았던 규칙을 어기고 한국어로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책은 마치 드라마처럼 그녀의 학교생활이 끝나는 쯔음, 김정일이 죽으며 끝난다. 그녀가 젠틀맨이라고 불러준 학생들은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들에게 미래가 있기를,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삶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은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북한'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공산주의'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에서는 공산주의가 들어가야하는 자리에 그 대척점에 있는 '자본주의'를 넣었다. 북한은 아이러니하게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묘하게 얽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내에서 더 나은 생활을 위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와 같은 뒷거래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 부정청탁을 위한 돈의 마련은 암시장이나 중국과의 밀거래를 통해 이루어진다. 즉, 당국에서 주지 않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암시장이 돌아가고 그렇게 마련된 돈은 청탁을 위해 관리의 뒷주머니로 들어가고 이를 통해 얻은 더 나은 위치로 암시장에서의 거래를 늘리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놀랐던 건 북한 돈의 가치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북한 내에서는 달러, 중국돈, 한국돈이 가장 신뢰성있게 취급되고 북한의 '원'이 제대로 취급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그리고 이런 돈벌이 중 하나로 중국인들의 북한 당일 관광도 있는데 평양을 방문하거나 몇 가지 일정대로 움직이는 패키지 투어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 달러나 위안화를 번다. 북한의 경제 구조는 소수 고위층은 이런 자본주의 경제원리로 자산을 쌓아가고, 다수의 주민은 정부에서 배급하는 것에 기대자니 살 수가 없어 각자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극한의 불평등 구조이다. 또한 다수의 주민들은 여전히 필수적으로 협동농장에서 일을 해야한다. 공산주의 체제 내에서 심한 사회적 불평등이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평양의 영어선생님>에서는 북한 고위층의 생활을, <조선자본주의공화국>에서는 평균적인 북한 주민의 생활 모습과 사회에 부는 변화를 보여주어 두 책에서 나타나는 북한 주민의 생활을 비교하며 볼 수 있다. 또한 <평양의 영어선생님>에서 왜 그렇게 대학 관계자들이 외국인 교수들에게 달러 기부를 은근히 종용했는지 알 수 있다. <조선자본주의공화국>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 달러는 높은 가치로 취급받고 그들 삶에 뇌물은 일상이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두 책을 함께 읽으면 머릿속에서 이어지지 않았던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평양의 학생들을 향한 인간애에 나를 새벽 2시까지 잠못들게 하였던 책 '평양의 영어선생님'
지구에 존재하지 않은 것 같은 세계를 보여준 '조선자본주의공화국'.
북한의 일상을 엿보고 싶은 그대에게 같이 읽어보기를 강력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