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강의실까지 3분거리?!(기숙사편)
스무살 이후 나의 주된 활동반경은 서울이었지만 그 중 서울에서 산 날은 한 달남짓이 되려나. 그럼 그동안 학교는 어떻게 다니고, 출근은 어떻게 했을까? 경기도민에게는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빨간 버스가 있다. 빨간 버스를 타고 매일 집-서울을 왕복하며 다녔다. 운 좋으면 짧게는 2시간, 배차가 길면 3시간까지 걸리는 시간을 매일 서울을 오가는데 쓴 것이다. 그래서 내 소원 중 하나는 학교 근처에서 살아보는 것이었다. ‘나도 걸어서 학교 좀 가보자!’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대학원은 대학교랑 다를 거란 생각에, 왠지 학교에서 날 자주 부를 것 같아서, 수업 외에 학교에 있어야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늦게 끝나는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등등이 이유를 대며 기숙사를 신청하였다.
물론 신청한다고 모두 되는 것이 아니며 1인 1실은 경쟁률이 높다고 해서 룸메이트가 있는 2인 1실의 신축기숙사를 신청하였다. 경기도에 오래살았으니 당여히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기숙사 신청 결과는 예비였다. 그런데 주변에서 2인 1실은 금방 예비가 빠진다고 격려해줬고, 그들의 예견대로 2주쯤 지났을 때 추가로 신청이 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입주를 위해서 건강검진결과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예상치 못했을 때 발표가 나버리는 바람에 급히 개인병원에서 건강검진서를 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학교 보건소에서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2인 1실의 기숙사는 안에 화장실이 있고, 방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침대, 옷장이 거의 똑같이 나뉘어 있었고 천장에는 블라인드가 있어서 생활을 분리하고 싶을 때는 블라인드를 내리면 되는 구조다. 에어컨과 난방시설도 완비되어있고 이 정도면 살기에 쾌적하다 싶었다. 꺄하하. 게다가 마침 기숙사와 가장 가까운 단과대학은 사범대학이라 마음만 먹으면 방에서 강의실까지 3분이면 갈수 있다는 최대 장점까지. 여러모로 보아도 기숙사 신청하길 잘한 거 같았다.
무엇보다 학교 바로 옆에사는 소원을 이루었다! 이십대 후반에서야 비로소 집에서 1년 간 나와서 살 생각을 하니 입학보다 더 기대되고 설렜다. 누군가 나보고 집에서 나와서 사려고 대학원 간 거 아니야? 하면 씩-웃어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