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등교합니다] 입학의 관문, 입시준비 (벼락치기편)
치열한 공부 결과, '떨어졌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 필기시험에서 모르는 문제도 없었고, 답안도 거의 답안지 빽빽하게 써서 낸 것 같은데..왜지?
무엇 때문에 떨어졌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지원했던 전공의 성격과 내가 맞지 않았거나 그 전공에서 새로운 석사생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기 좋게 떨어졌지만, 그간의 입시 준비가 후회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퇴근 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무언가를 위해 준비하는 데 열정을 다한 나 자신에게 애썼다고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 입시 공부를 계기로 나는 두 번째 입시 준비를 보다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고, 벼락치기로 준비했음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다시 입시 준비를 마음먹은 과정, 그리고 (앞서 준비했던 입시 준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벼락치기 입시 준비를 했던 과정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사실 시험에 떨어지고 얼마 간은 다시 전공 책을 돌이켜보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 시험 본다고 말하지 않았길 다행이다. 말했으면 부끄러울 뻔했네...', '대학원은 도전에 의의를 두자.'
라는 생각이 들며 대학원은 다시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대신 삶에서 다른 것들을 많이 배우고, 다양한 연수도 듣고, 수업 때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교원 전문학습공동체를 만들어서 놀이시간에 쓸 수 있는 다양한 보드게임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학교의 부장선생님과 밤새워서 수업 연구대회도 준비해봤다. 이 외에 교원 연수도 다양하게 들으며 교실에서 실천해보았다. 독서교육 연수를 듣고 예산을 받아 학생 인문학동아리를 운영했다. 공문 홍보를 보고 갔던 소프트웨어 교육 연수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재미를 알게 된 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과 관련된 연수들을 들으러 여러 곳으로 찾아다녔다. 뼛속까지 문과생인 나에게 로봇활용 교육은 새롭고 어렵지만 흥미로운 주제였다. 1년 여간 소프트웨어 연수를 듣고, 그 다음 해에는 서울시교육청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소프트웨어 교육 학생동아리를 운영하였는데 학생들의 반응이나 만족도가 높았다. 대학원은 접고 학교 생활을 나의 방식대로 즐기며 살고 있던 어느 날, 오랜만에 예전에 같이 스터디를 준비했던 스터디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세진쌤, 이번에 나랑 같이 대학원 다시 준비해보지 않을래?"
네? 다시 같이 준비하자구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약간은 망설여졌지만 그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Yes"였다. 응? 분명 2년 전만해도 이제 대학원 안 가겠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랬다. 그랬지만 마음 한 켠 어딘가에서는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내내 존재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선생님의 제안은 해소되지 않았던 내 마음속 도전의 불씨를 지폈다. 그렇게 대학원은 다시 나의 인생 안으로 돌아왔다.
'다만, 이번 시험은 전공을 바꿔서 도전해야지. 떨어진 데 또 지원하고 싶지 않아.'
최근에 관심이 생긴 주제는 '소프트웨어 교육'이니, 이번엔 전공을 바꿔 교육학과 내의 '교육공학'으로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그 선생님과 나는 예전 스터디 때 합이 잘 맞기도 해서 둘이서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 달쯤 했을까. 어느 스터디 날, 선생님은 내게 주저하며 매우 놀라운 사실을 말한다.
"있잖아... 나 붙었어."
"네?? 대학원이요? 어떻게..??! 오..! 축하해요!"
"사실 지난달에 시험 봤었거든. 근데 떨어질 줄 알고 쌤이랑 같이 제대로 다시 준비하려고 했는데, 어제 보니까 붙었다고 발표 났어. 나도 안 믿겨"
그렇게 그 선생님은 생각지 못한 합격으로 내 마음에 불을 지펴놓고 홀연히 먼저 대학원으로 떠났다. 그 선생님이 둘이서 꾸려가던 스터디를 떠나며 나의 스터디도 올스탑되었다. 공부짝꿍이 없으니까 시간 지켜서 공부하게 되지도 않고, 이미 아는 내용을 다시 공부한다고 하니 손에 잘 잡히지도 않거니와 아직 시험까지 5개월이나 남았다는 것은 공부를 미루기에 너무나 좋은 핑계였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왔다. 그 해 여름 방학의 끝물이 되자 슬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이 약 두 달이 남은 시점 다시 준비를 시작했다. 남은 기간 동안 준비해야하는 것은 똑같았다. 전공을 바꾸게 되었으니 1)자기소개서도 다시 써야하며, 예전에 냈던 공인영어인증시험도 만료가 되서 2)TEPS를 다시 봐야하고, 민망하지만 교수님으로부터 3)추천서도 다시 한 편 받아야했다. 그리고 4) 필기시험 공부.
먼저 TEPS 등록부터 했다. TEPS는 기간이 지나서 점수를 받으면 제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는 방법은 어휘영역을 집중공략하라는 후기를 보고 주로 어휘영역을 공부해서 시험을 보니 커트라인을 충분히 넘기는 점수가 나왔다.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에 자기소개서를 쓰고 9월 초에는 추천서 관련하여 교수님께 연락드렸다. 교수님도 바쁜 분이셔서 추천서는 10월 초에 되어서 다행히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틈틈이 예전에 만들어뒀던 전공지식 노트를 복습하고 교수님들의 논문을 읽으며 최근 관심사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교수님들의 최근 관심사는 필기시험문제와도 관련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폭풍준비 과정 중에 예전부터 예정되어있던 추석 가족여행까지 다녀왔다. 마음이 급해서 가족여행 중간에 교수님들 논문을 들고 갔는데 노는 데 방해만 될 뿐이었다.(이래서 공부는 미리미리 ㅠㅠ)
예전엔 반년을 준비하던 것을 약 2개월만에 준비하였으니 첫 준비보다 훨씬 벼락치기였다. 그리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듯이 꼭! 이후에 시험을 볼 사람들에게 원서 접수 후 면접날과 필기시험날을 끝까지 확인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왜냐면...내가 면접날을 헷갈렸기 때문이다. 보통 필기시험날짜와 면접을 보는 날이 같은 날이어서 이번에도 그러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면접이 필기시험보다 일주일 전에 이뤄졌다. 당일 아침부터 지속적으로 면접 안내 문자가 와서 무사히 면접날에 도착하였지만 몰랐다면 엉뚱한 날에 면접을 보러 갔을지도 모른다.
다소 우왕좌왕 준비했음에도 이번엔 '합격'이라는 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왜 합격했는지 모르겠다. 준비는 지난 번이 더 열심히 했는데 지난번에는 떨어지고 이번엔 붙었다.물론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전공도 있고 높은 전공도 있고, 운에 따라 경쟁률이 높았던 전공도 어떤 해에는 덜 지원하기도 하고 낮았던 전공에 더 몰리기도 하므로 자신의 준비도와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의 합격요인은 무엇일까. 어쩌면 현장에 있는 동안 전공과 관련된 경험? 이미 한 번 공부했던 지식? 운?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하는지'라는 질문에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았기에 더 자신감있게 입시를 치룰 수 있었던 것이 합격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예전엔 '내가 될까?'와 같은 막연한 두려움과 긴장감이 많았더라면 이번엔 '내가 되겠지, 안 되도 GO!'라는 자신감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돌아돌아 대학원에 가게 되었다. 야-호-
(이 때까지가 제일 좋은 시점이었다. 딱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시점. 이제 행복 끝..고통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