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생존법 -장학금 편-
대학생 때부터 매 학기 몇백 만원되는 등록금은 학생으로서 삶의 큰 이슈였다.
등록금 납부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조금이라도 덜 내고 다닐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분명 그렇게 다니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 대체 다른 친구들은 어디서 장학금을 받는 거지?'
아쉬워만 하고 전액을 납부했다.
나처럼 다니는 학생들도 있었겠지만, 동기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놓고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장학금을 받아 다니고 있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다. 이름 들으면 알만한 기업의 장학생으로, 또는 어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재단의 장학금으로, 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 등. 어디서 그렇게 잘 찾아 먹는 걸까. 그들이 가진 장학금 더듬이를 나도 갖고 싶었다.
석사생이 되어서는 꼭 장학금을 받아보리다! 라고 결심하고 먼저, 학교 홈페이지 장학금 페이지를 자주 들락날락 거렸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기관의 장학금 공고가 안내되어있다. 모든 장학금이 나의 사정과 맞지 않으므로 자주 들어가 보는 게 좋다. 적극적으로 장학금을 찾아보면서 느낀 것은 장학금을 주는 곳은 여러 곳이고 많지만 '나의 상황'과 맞는 공고가 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학과는 장학금이 많은 이과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수인문학을 공부하는 분야도 아니어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학금도 비껴가곤 했다. 또한 외부 장학금은 대부분 대학원생보다 대학생을 지원한다.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대단하고 부러웠다. 어차피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공고도 별로 없을뿐더러 간혹 있어 이력서를 냈더라도 미안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라는 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의 노력에 하늘을 동한 건지 운 좋게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다. 전공 차원에서 주는 교내장학금이었다. 교내장학금은 등록금의 1/3을 지원해주었고 등록금 고지서에는 줄어든 납부금액이 찍혀 나왔다. 받을 때는 마냥 좋았는데 막상 고지서에 평소보다 줄어든 액수를 보니 매 학기 등록금이 이렇게만 되도 좋겠다는 욕심이 났다. 장학금 덕분에 그 학기는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아주 약간 숨통을 트일 수 있었다.
교내장학금은 학기가 끝나갈 무렵 신청을 받는다. 예를 들어 2학기 때 주는 교내장학금은 1학기가 끝나갈 무렵 학교 포털로 신청을 받는다. 신청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개인 인적 정보와 등록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월 얼마를 버는지 등과 같은 정보를 입력하고 신청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필수 절차가 남았는데, 교내장학금은 지도교수님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지도 교수님이 포털에서 나의 장학금 신청을 승인해주어야 최종적으로 신청이 된다. 교수님께 내 장학금 신청을 부탁하는 메일을 보내며 약간…. 쭈굴해진다.
성인이 된 대학원생이 장학금을 신청하는 일에 왜 교수님의 승인이 필요한 걸까? 내가 학교에 개인적으로 행정적 절차를 신청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런 행정적인 일은 연구에 몰두해야 할 교수님에게도 번거로운 일이다. 그리고 이 일이 교수에게 번거로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신청하는 학생 입장에서도 왠지 교수님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이런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교수님이 장학금 신청 승인을 허락한다는 메일이나 문자를 학생이 학과 사무실에 보여주면 학과에서 승인한다고 한다. 절차가 학교 포털에서 문자 메시지로 간소화해졌는지 몰라도 결론적으로 학생이 장학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교수님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다시금 대학원에서 학생과 교수 간의 힘의 차이를 느꼈다. 이러한 사소한 점들에서 교수들은 파워를 가지고 있다. 대학원 생활의 A to Z까지 학생들은 충분히 자유롭지 못하다. 등록금 걱정 없이, 장학금에 쭈굴해질 필요 없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 이번 주는 로또를 사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