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오겠습니다.]두근두근 개강 첫 주.
개강 첫 주 월요일.
엄마가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아버지도 나가시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 잘 다녀와!"
행여 안 들릴까 싶어 덜 깬 상태에서 목청껏 외쳤다.
"응. 다녀올게."
다행히도 들으셨다.
보통은 내가 먼저 일어나서 출근하곤 했는데 부모님을 배웅하다니. 이대로 조금만 더 눈을 붙일까.
잠이 깰 때까지 뒤척이다 제대로 일어나니 8시다. 한 달, 아니 2주 전만해도 학교에 이미 도착하였을 시간인데 아직 집이라니. 오늘은 마침 개강 첫주이기도 하고 수업이 없는 날이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한결같이 월요일에 출근하던 일상에서 약간 벗어났을 뿐인데 행복하다. 월요병은 이렇게 없어지는 거 였구나.
그러나 개강주부터 과제가 있어 오후에는 과제를 해야했다. 행복했는데 영어 원서를 읽고 요약하는 과제를 겨우 30쪽 하는데 4시간이나 걸렸다. 헥헥. 이렇게 작은 과제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려서야 내가 학교를 잘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화요일.
진짜 개강이다. 미리 어젯밤에 기숙사에 와서 짐을 풀고 오전 수업에 갔다. 정년을 앞 둔 교수님의 수업이었다. 교수님은 첫수업 ice-braking으로 'black bingo'를 하셨다. 내가 아이들이랑 했던 거를 교수님께서 하시다니. 활동을 주도하던 입장에서 참여하는 입장으로 바뀌니 수업 안 하고 이런 거 하니까 좋았다. ㅋㅋ 빙고를 먼저 완성한 순으로 교수님께서 책을 주신다고 하셔서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우리반 애들도 과자 하나에 눈에 불을 켜고 활동에 참여했었는데 이런 기분이었을까. 결국 일등으로 모든 빙고칸을 채워서 교수님의 책 하나를 상품으로 받았다. (그 책은 아직...읽어보지 못하였다.) 그리고 따로 자기 소개 시간도 주셔서 얼굴만 봤던 동기들의 다른 면들도 알게 되고, 타과 전공 선생님들의 배경도 알게 되고 서먹함을 줄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후우. 기숙사에, 수업에, 동기들에, 학교 지리에 익혀야 할 게 많은 한 주이다.
수요일.
오늘은 전공 차원에서 개강모임이 있는 날이다.
교수님들도 오시는 행사라 암묵적으로 전공생들이 왠만하면 참석해야한다는 눈치가 보였다. 어차피 기숙사에 사는 사람인지라 저녁도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참인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대학교 때도 개강모임이라는 데 잘 가지 않았던 거 같은데 대학원에서도 그런 걸 한다니 어떤 행사일지 궁금했다. 개강모임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고기집에서 교수님들의 한 마디씩 들으며 교수님의 말씀도 듣고 다른 기수에게 학교다니는 팁을 물어보고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교수님께서 "대학원 오니 재미있거나 새로운 거 없나요?"라고 물어보셨는데,
아이들이 없는 점심시간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ㅎㅎ 얘들아, 선생님 없어도 밥 잘 먹고 학교 잘 댕기고 있지?
목요일.
다른 전공에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 때 친구가 서프라이즈로 '동문 축!'카드를 전해줬다. 친구의 축하에 고마워지며~ 주변의 축하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학교를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학의 다짐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축하 카드를 전해준 것 같다. 새 학교에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낯선 땅에 발을 디뎠는데 아는 이가 있다는 것만큼 마음을 안정되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마치 화성으로 이민을 갔는데 이미 정착한 화성인 친구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친구와 헤어지고, 기숙사 짐을 더 가져올 겸 집으로 향했다.
고작 삼일 밖에서 학식먹었다고 집밥이 그리워졌다. 나물반찬에 김치찌개지만 같이 먹을 가족도 있고. 기대했던 기숙사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삼일만에 집이 그리워지다니. 집이 최고다.
한 주를 돌아보며.
5년 만에 다시 들어간 학교도 이렇게 두근거렸는데,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학교에 다니게 된 1학년 아이들은 얼마나 설렐까. 얼마나 학교 생활을 기대하고 한 편으론 두렵고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을까. 같은 반에서 유치원 친구를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
3월 한달 간 코피가 3번 났다. 기대하고 설렜지만 한편으로, 나는 얼마나 긴장했던 걸까. 그리고 작지만 큰 환경의 변화가 얼마나 긴장될까. 그래서 1학년 아이들도 첫 학기동안 많이 아프고 열이 나는 게 아닐까 싶다. 또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교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현실의 학교로 무너지고 적응하는 건 얼마나 걸릴까.
완전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면서 정말 다시 학생의 입장이 되어봄으로써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학교에 입학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