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교사를 위한 개념과 멘트- 7) 열심히 '하지 않을' 권리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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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13:34
교실이 지저분했다.
한 선생님은 좀 치워야겠다고 했고.
난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학생의 결과
교실이 더러운 게 자랑은 아니다.
학생이 정리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결국 학생이 해야 할 일이다.
"정리를 시켰어야 했는데 저도 정신이 없었나 봐요.
그렇다고 제가 치워버리면 아이들은 자기가 어지른지도 모르더라고요.
내일 아이들이 오면 이 상태를 같이 보고 치우자고 할게요."
학생을 성장시키는 것.
교사가 해야 할 본분이다.
그래도 숙제를 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진 않다.
방치하는 교사보다는 나을 것이다.
친절한 도움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열심히 일하는 교사'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건 씁쓸하다.
교사의 노력
정말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있다.
자상하게 하나하나 챙겨주는 선생님.
누가 봐도 '참교사'라고 여길만한 그런 선생님.
대단하다고 여기는 한편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난 왜 그렇게 하지 않고 있을까.
움직이는 그와 가만히 있는 나를 어떻게 볼지 알면서.
난 가능한 내가 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해보고 안 되면 친구에게 부탁하라 한다.
내가 하면 1밖에 안 되지만, 너희가 하면 1*학생수이다.
난 교육의 목표를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학생이 움직이는 거라고.
교사를 보는 눈도 교사의 바쁨이 아닌, 학생의 지도에 있어야 한다고.
'나'라는 교사
물론 저학년은 내 1이 열 번은 필요한 걸 안다.
열일하는 선생님들을 폄하할 생각도 없다.
단지 난 그런 교사가 아닐 뿐이다.
난 내 아이가 넘어져도 일으켜주지 않는다.
아이는 스스로 일어나 손을 탁탁 턴다.
그리고 그 손으로 날 다시 잡는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인간이 교사가 되었다.
내 손이 많이 안 보인다고 날 나쁘게 보진 않았으면 한다.
필요할 땐 내 손을 잡을 관계는 되어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 않음에 대한 내 변명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남에게 보여야 하는 열정에 주눅 들지 않기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함'을 하고 있다고.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