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교사를 위한 개념과 멘트- 3) 알림장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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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 14:39
조금은 지나친 학부모님의 요구가 있을 때, 말씀드리면 좋을 이야기.
수년 전 5학년을 맡았을 때, 알림장을 써 달라던 학부모님이 있었다.
3학년을 맡을 때도 써주지 않던 나인데, 당황스러웠다.
내 생각을 온전히 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부모의 불안
학생과 지내보니 왜 5학년인데도 알림장을 요구하는지 알게 되었다.
안내문이나 준비물을 잊고 안 갖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실 누구나 놓칠 수 있는 일이지만 좀 예민하게 반응했다.
어머님은 스스로 하지 못하는 아이를 탓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제대로 안 알려준다며 책임을 넘기기도 했다.
왠지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미움도 느껴졌다.
부모는 불안하다.
아이가 뒤쳐지면 더더욱.
그러다 보면 부모가 조급하게 된다.
물론 당장의 결과 처리가 급한 상황도 있다.
저학년이나 능력이 부족한 아이에겐 도움도 필요하다.
하나, 교육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의 방향
바쁜 아침, 아이 둘을 챙기며 나도 피부로 와 닿는다.
아이가 먹고, 입고 할 능력이 있는데도 바쁘면 내가 해준다.
부모의 마음이 급할 땐, 아이의 결과를 우선적으로 만들려 한다.
당연히 아이가 입는 속도보다 내가 입히는 게 빠르다.
5분이면 입힐 걸, 아이는 10분 넘게 끙끙대고 있으니.
하지만 이런 아침이 아이를 보는 매 순간 이어선 안 된다.
아이는 다 흘리며 숟가락질을 배웠다.
더럽다고, 치워야 된다고 빼앗으면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교육은 내 5분이 아닌, 아이의 10분의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예를 신규교사에게 들라하면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부모님의 시각을 결과보다 과정에 두도록 유도할 필요는 있다.
교육의 목표는 아이가 만든 결과가 아닌, 결과를 만드는 아이 자체이니까.
아이의 성장
때론 아이 약을 챙겨 먹여 달라는 학부모님도 있다.
부탁을 받은 이후는 교사의 책임이 된다.
아이가 안 먹으면, 못 챙긴 교사의 무관심이 되는 것이다.
"저는 아이의 약을 먹여주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약을 먹도록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OO이가 잊고 놓치더라도, 다시 적고 기억하도록 도와주겠습니다."
(정말 심각한 일로 부탁했을 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
"저는 알림장을 써주지 않습니다.
단, 공책과 연필은 아이의 손에 있을 겁니다.
필요한 내용은 스스로 적도록 키우는 것이 저와 부모님의 목표입니다."
어른의 눈에는 어설픕니다.
친구들과 비교하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아이를 키우는 동반자로서 함께 고민해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