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나선생의 학교 바로보기- 16) 너무 애써 올라가지마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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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1 08:55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왜 꼭 올라가는 걸 전제로 말하는 걸까.
난 아래에 있는 게 훨씬 행복한데.
제도
교원 승진제도의 변화에 대한 목소리는 계속 있었다.
능력 없이 인맥, 라인을 타서 간다는 비판.
점수만 채웠지, 일은 모른다는 비판.
제도는 계속 변하고 있고, 일부 반영도 된다.
과도한, 편중된 점수가 조정되거나 사라지는 등.
교장공모제 등 인정받는 교사가 교장으로 바로 가는 등.
정말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교장이 되는 데엔 동의한다.
리더다운 리더를 보는 게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진 제도'의 일부가 바뀐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제도를 바꾸자는 말엔 왜 '나도 올라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비쳐 보일까.
교장이란 자리는 여전히 권력을 가진, 탐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의 '승진 문화'는 아직 멀지 않았나.
능력
난 교장의 능력을 교사의 능력과 다르게 본다.
교사는 혼자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되고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교장이 한 분야에만 몰두해버리면 균형을 깨뜨리기 쉽다.
사업 예산을 왕창 따와 학교를 공사판으로 만드는 경우.
음악이든 체육이든 그쪽으로 모든 교육과정이 치우치는 경우.
너무 자기 주관만으로 학교를 운영하면 내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반대로 너무 생각 없는 리더도 좋지 않다.
여기저기 분쟁이 생겨도 이렇다 할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차라리 평교사일 땐, 말을 줄이고 듣는 게 '착한 교사'일진 몰라도 말이다.
위로 간다는 건 제도가 허용해 주는 것으론 부족하다.
능력을 갖춘, 최소한 욕먹을 각오는 한 용기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떠나, 그 자리를 행복하게 만들 사람이 가야 한다.
너의 자리
승진점수가 없는 큰 학교엔 자리가 많이 빈다.
신규, 젊은 교사가 몰리고, 어떤 지역엔 30대 초반이 교무를 한단다.
어떤 인센티브 없이 그 많은 수고를 겪는 건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반면, 난 오히려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하고 상상해봤다.
젊은 사람들과 의견을 모으고, 좀 더 우리의 의견이 반영된 학사운영.
물론 현실은 상상의 반도 채 이루기 힘들다.
그래도 교무 다음이라는 연구는 4년 동안 했다.
일방적인 연수, 지시보단 함께 의논하고 결정했다.
이건 작은 학교에, 내가 막내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 자리가 너무 좋았다.
더 많은 권력도, 더 편한 업무도 필요 없었다.
내 의견이 무시당하지 않았고, 내가 즐거워 움직였다.
난 이런 상상도 해 본다.
그냥 모두가 교사라는 자리가 너무 행복해서.
마치 친화회장을 뽑듯이, 교장은 누구나 꺼려하고 어려워서.
"제발 교장 좀 해주세요."하고 부탁해야 하는 미래는.. 단지 나만의 망상일까.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좋은 거고, 때론 필사적으로 매달릴 일도 있겠지만.
네가 애써 올라간 그 자리가 괴롭다면.
넌 너와 그 아래에 있는 모두를 힘들게 할 테니.
중요한 것은 네가 행복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것.
그곳이 너의 자리일 테니.
꼭 위가 아니어도, 어떤 자리여도 행복한 그런 세상이 되도록.
아빠도 조금은 힘을 보태어 볼게."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