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교사를 위한, 경력교사에게 필요한 개념- 5) 내 일이 되기까지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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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09:11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하고 싶다'는 요즘 '하고 싶은 일'을 말하는 건 너무 사치인지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의 지시에만 따르는 부품처럼 산다면 그건 너무 괴롭지 않은가.
있던 것
'갤러리'라는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다.
학교 안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전시하는 일이다.
매달 작가와 연락하여 작품을 받고 돌려줘야 한다.
비중 있는 업무도 아니지만 손 가는 일이 많았다.
학생들에게 편히 개방되다 보니 훼손의 염려가 컸다.
포장을 뜯고, 다시 붙이고, 옮기다 내가 망가뜨릴지도 몰랐다.
나도 학교를 떠날 때가 되었고, 갤러리를 없애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한 번 만들어진 건 쉽게 없애지 못하더라.
누군가 뒤를 이어 물건을 옮기고 있다 들었다.
큰 학교의 체육부장이 되면 이혼 서류를 써 놓으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주말에도 출장에, 한 번 나가면 몇 박 며칠을 못 들어간다.
너무 커져 괴물이 된 일들이 학교 곳곳에 있다.
생긴 것
한 선생님은 학교에 논을 만들고 싶어 하셨다.
수확의 기쁨, 떡을 만들어 나누는 즐거움.
의미는 좋으나 감당하는 것이 문제다.
분명 논이 만들어지면 수업 몇 시간은 빠져야 할 것이다.
그건 자기 집 앞마당에 밭을 일구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원한 일이 모두의 업무가 되는 것이다.
밴드를 만들자고, 원어민을 데려오자고.
윗사람이 열심이면 아랫사람이 죽어난다.
시키는 사람은 쉽게 말해도 하는 사람은 힘들다.
물론 무조건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좋지 않다.
발전하고 확장하려는 사람들의 성과가 있음을 안다.
그러나 내 의지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함을 잊지 않길 바란다.
하고 싶은 것
갤러리 업무를 맡고 처음엔 일만 했다.
그러다 걸어만 두고 휙휙 보고 지나는 게 아쉬웠다.
작품에 관해 퀴즈를 만들어 응모하고 상품도 주니 자세히 보았다.
어떤 일이든 흐름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 후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지 등등 더 나은 방향을 찾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긴 어려워도, 일을 하고 싶은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다.
게임에서도 너무 큰 몬스터는 협동해서 잡는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린 일을 개인에게 던지지 않길 바란다.
어떻게 나누고 쪼개어, 괴물이 아닌 먹기 좋은 고기로 만들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새로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부디 동의를 얻어 함께 가길 바란다.
공감대 없이 혼자만 너무 앞서가면 내 일로 느끼지 못한다.
남의 일을 하는 사람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리 없다.
어쩌면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가 대화하고 소통한다면 나아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미 있던 것 말고, 남이 만들어서 준 것도 말고, 비울 수 있어서 나를 채울 수 있도록.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