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나선생의 학교 바로보기- 13) 책임을 느끼는 자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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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08:35
당신과는 무엇이든 함께해도 좋겠어요."
'애미야 국이 짜다.'
단지 맛만 보는 사람은 말이 쉽다.
내 곁에서 말만 하는 사람은 그리 오래 두고 싶진 않다.
상황과 사정
학교엔 '친화회'라는 게 있다.
직원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하지만 웃긴 게 친화회를 하다가 싸우는 경우가 많다.
이 행사는 누구 맘대로 정한 거냐.
난 오후에 남아있어야 돼서 가지도 못한다.
애기가 어린데 1박 2일을 어떻게 가냐.
어떤 행사를 진행하든 다 입장차가 있다.
걔 중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들도 있다.
운전주무관, 돌봄, 유치원 등은 정해진 시간을 빼기도 힘들다.
개인적인 사정들은 이해할 수 있다.
부서별 상황이 다르다면 함께 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맞추려 노력해도 불만만 뱉는 사람이 있더라.
불평과 불만
날이 화창해서, 날이 흐려서, 너와 함께 한 모든 날들이 좋았다
도깨비는 날이 화창해도 흐려도 좋다는데.
화창하면 얼굴 탄다고, 흐리면 우울하다고.
어느 장단에 맞춰도 당신을 만족시키긴 어려운 사람.
누구나 기호가 있고, 좋고 싫음은 있을진대.
함께 하는 자리에 개인적인 요구를 너무 드러내면.
이건 거의 급식을 자신의 입맛대로 맞춰달라는 말과 다름없을 정도라.
물론, 기호가 있다는 말은 누구나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개개인의 욕구가 잘 충족되어야 좋은 모임이 된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불평을 외부로 해결하지 못하고 내부로만 터트리는 건 보기 좋지 않다.
남편이 해준 밥이 맛이 덜해도 맛있게 먹는 건 그 수고의 고마움을 알아서다.
책임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은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어떤 고생의 손들이 거쳐 일이 진행되는지 알기에.
책임 그리고 함께
물을 가져다주면 시원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물을 함께 옮겨주는 사람.
그러진 못해도 고생한다 말해주는 사람.
이젠 나이가 들어 대신 들어주는 후배가 있다고 해도.
일은 누군가 하더라도 고맙다 한 마디 건넬 수 있는 사람.
누군가는 불만을 터뜨릴 때, 그 불만을 해결할 길을 찾는 사람.
'일 안 해본 사람이 교장 되면 더 부려먹는다'는 말이 있다.
운동회고 학예회고 그냥 시키면 됐지, 그걸 만드는 사람의 수고를 모른다.
이제 안 하는 입장이 되었다고 해도, 그 고생을 안다면 적어도 그런 태도는 아닐 텐데.
"저는 지금 일 해야 하는 자리에 있어요.
내 일이니까 당연히 제 책임이지요.
그래도 곁엔 그 책임을 같이 지어 주는 사람이 있어요.
당신과는 무엇이든 함께해도 좋겠어요."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