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아- 3) 손 전에 생각하라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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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8 09:42
1. 손에서 놓은 게 입에서 될 리 없다
1. 손에서 놓은 게 입에서 될 리 없다
2. 입으로 말고 손으로 하라
3. 손 전에 생각하라
이 글이 시리즈가 될 줄 몰랐다.
이렇게 글감을 제공해주는 아내에게 뜨거운(!) 감사를 느낀다.
그래도 이렇게 내 말을 믿고 따라와 주는, 변해가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문제 상황
우린 주말이면 카페에 간다.
둘째의 낮잠 타임은 우리에게 힐링타임이다.
그동안 아내와 나는 책을 보고, 첫째는 찰흙놀이를 한다.
간혹 첫째는 찍는 도구를 떨어뜨린다.
아내는 잘 주워준다.
친절하고 착하다.
하지만 과연..
이제 첫째는 떨어뜨릴 때마다 엄마를 시킨다.
엄마는 이제 싫다고 말해도 떼를 쓴다.
엄마의 손은 첫째의 것이다.
난 이게 싫다.
내가 떨어뜨린 것도 아닌데 해줄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자기껀 스스로 해야 한다.
자기 역량 안에서.
물론 주워줄 수는 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하지만 아이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면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걸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영원히 주워줘야 할 것이다.
문제 인식
철학자 강신주는 말한다.
우리의 삶 대부분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매일 문을 열며 우린 생각하지 않는다고.
문이 열리지 않을 때만 우린 생각한다고.
즉, 우린 문제라고 인식해야만 생각한다는 말이다.
육아를 하면 정말 많은 것들을 한다.
먹이고 씻기고 입히는 모든 것들.
혹시 그중에 문제로 인식되는 것이 있는가.
당신 손이 무의식 중에 움직여 버리는 그런 것 말고, 의식적으로 고치고 싶은 것 말이다.
아내도 힘든 건 안다.
계속 떼쓰고 징징거리면 지친다.
하지만 힘든 건 감각의 느낌일 뿐이다.
'난 왜 힘든가,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이것이 생각이다.
당신에게 반복되는 고통이 있는가.
그걸 정말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가.
혹시 그 고통을 희생과 노력이란 말로 위안하지는 않는가.
철학자 강신주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벽으로 느껴진다고.
절벽이 풍경이 아닌, 올라야 하는 암벽으로 느껴진다고.
문제를 보지 못하거나, 보고도 두고 있다면, 벽은 점차 쌓여갈 것이다.
문제를 키우는 노력
주말 아침엔 한두 시간 나 혼자 육아를 한다.
약간 해야 할 것은 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어차피 난 불량 아빠라 나 할거 하면서 육아를 한다.
첫째가 화장실에서 부른다.
"아빠, 쉬 다 했어요."
언제 했는지, 암튼 난 가서 닦아주면 끝이다.
있다가는 또 응가도 마렵단다.
"가서 다 싸면 아빠 불러~"
난 별로 해줄 게 없다.
냉장고에 식빵이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난 접시에 첫째, 둘째 반반 나눠주면 끝이다.
하지만 엄마만 깨면 힘들어진다.
잘 하다가도 왜 삐뚤어질까.
엄마가 오면 신분이 상승하나 보다.
변기에 들어다 옮겨 드려야 하고, 먹여줘야 한다.
난 줄 수 있는 게 바나나, 빵 밖에 없는데, 엄마는 다 만들어 받쳐야 한다.
물론 엄마한테 기대고 싶은 아이 마음을 안다.
엄마의 순수한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선한 의도에 반대되는 악한 결과를 우리는 많이 알고 있지 않은가.
노력의 방향
아이를 위한 마음이었다고, 난 최대한 노력한 것이라고 끝이 아니다.
노력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노력했다는 말로 자신을 위안하지 말라.
자기 관성에 의한 투입은 언제나 같은 결과의 되새김이다.
잘못된 방향의 노력은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 세상 모든 독재자와 악인들도 최선의 노력을 했다.
거지에게 돈을 줘서 거지가 된 건 아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데도 돈을 주면 거지가 될 수 있다.
거지에게 돈을 주려고 할 것인가, 직업을 찾아주려 할 것인가.
당신 아이에게 해 줄 것인가, 할 수 있게 할 것인가.
모든 교육 목표는 '~를 할 수 있다.'이다.
절대 해준다가 아니다.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