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교사를 위한, 경력교사에게 필요한 개념- 6) 개인으로 남은 자의 변명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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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6 11:06
"전교조든 교총이든 교원단체 하나는 들어줘야 된다."
언젠가 경력 있는 선배님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첫인상
전교조에 대해 인식하게 된 건 제대 후였다.
돌아온 학교에는 전교조 선생님이 계셨다.
교장, 교감선생님과도 맞붙는, 소위 좀 센 사람이었다.
좋은 의견을 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너무 전투적이었다.
내가 볼 땐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될 상황인데도.
교장, 교감은 우선 적으로 보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위로만 거칠게 하는 건 아니었다.
"야! 가서 술 가져와!"
권위에 저항하는 분이었지만 권위적인 모습이 많이 보였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하다.
한 가지 사례로 전체를 나쁘게 말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갖는 '한국 사람'의 이미지는 그가 만나는 바로 앞의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진다.
어쩌면 '전교조'라는 단체의 이름보다 내 옆의 전교조 선생님 한 명이 피부에 와 닿는 더 큰 의미일 수 있다.
내 소리
그래서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좋은 전교조 선생님을 만나 잘된 사례도 많다.
훌륭한 멘토를 만나, 교육적인 활동에도 많이 참여하는.
또, 나는 기질상 부당한 것은 꼭 얘기하려 한다.
나를 보고 '전교조 선생님이세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가진 성향이 '전교조적'이라는 생각은 스스로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래서 또 두렵다.
부드럽고 무난한 사람 사이에서도 부딪힘은 있는데.
주관이 뚜렷하고 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충돌이 있을까.
난 전교조라는 단체에 힘 입어 권위자에게 내 목소리가 먹히길 바라기도 했다.
반대로 전교조라는 단체의 색깔에 내 목소리가 묻히진 않을까 염려도 됐다.
난 내가 나로서 살아가기 유리한 곳을 찾으려 한 것이다.
살만함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은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들었는지, 봤는지.. 마음에 남아있다.
이 글을 쓰면서 그리 떳떳하지 못한 기분도 이 탓이다.
힘든 시기엔 싸우지 않는 아군을 욕한다.
모두가 목숨 걸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 비겁한 자라고.
그러나 모두가 싸워야 한다는 건 그 사회가 비정상이라는 얘기다.
싸워야 했던 시기를 견뎌낸 선생님들의 가치를 알고 있다.
지금은 학교도 과거보다 민주적으로 바뀌었다.
백혈구가 병균을 물리치고 원래의 퍼센트로 돌아가는 건 정상이다.
물론 아직 고쳐야 할 여러 부분들이 있다.
또 미래에도 정치적인 영향력은 꼭 필요할 것이다.
하나, 그건 싸움의 방식이 아닌 대화의 방식이어야 한다.
내가 정치력이 있는 단체에 소속되어서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이 옳은 말이라면 정치력을 가질 수 있기를.
뭉쳐야 살아남았던 시대를 지나, 흩어져도 살만한 세상으로.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