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4)경험은 스펙이 된다
펭수 사진을 너무나도 넣고 싶지만... 혹시 모를 저작권 문제로 인하여 펭수 친구로 대신합니다.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교육자로서의 지평을 넓혀준다.
나는 요즘 펭수를 좋아한다.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를 구독해 알림설정을 해놓고 새로운 영상이 뜨면 두 번씩은 본다. 한 번은 경건한 자세로 흐뭇하게 영상을 시청하고, 두 번째는 댓글을 보며 공감버튼을 마구 누르는 것이다. 펭수는 내게 활력과 힐링을 주는 영양제와 비슷하다. 이 행복한, 펭수에 대한 ‘덕질’은 취미로만 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운좋게도 초등교사이기 때문이다.
나는 펭수를 얼마든지 수업상황으로 데려올 수 있다.
가볍게는 선생님의 취미를 공유하면서 펭수 채널을 소개할 수도 있고, 쉬는 시간에 함께 영상을 보며 웃음을 나눌 수도 있다. 미술 시간에 ‘펭수에게 입힐 옷 디자인하기’나 ‘새로운 캐릭터 그리기’ 등을 할 수도 있고, 수업 시간 PPT의 템플릿을 펭수로 사용할 수도 있다.
조금 더 깊이있게는 방송 컨텐츠를 활용해 진로교육을 할 수도 있는데, 이는 펭수가 EBS연습생 출신이라 가능한 것 같다. 이 영상에서 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한 정보습득이 가능하다.
[펭수 진로교육 컨텐츠]
‘[EP.27] 예술천재 펭수, 고양예고 테스트 도전! 음악과 미술과 뿌셔!’
https://www.youtube.com/watch?v=NjS52lUjHDU
‘[EP.25] 펭수X쓰복만! 피, 땀, 눈물의 성우 수업 현장’
https://www.youtube.com/watch?v=OBObGmcxnno
(심지어 ep.25의 경우 교육연극 수업도 가능하다.)
더 깊이있게들어가면 ‘펭수 유행현상’에 대한 탐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펭귄인형 탈을 쓰고 컨텐츠를 만드는 게 왜 이렇게까지 인기있게 되었는가?’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고, 자료를 찾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도 있다. (사실 교사가 이 연구주제에 매우 관심이 많다. 왜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이 펭귄 한 마리에 이렇게도 열광하는가?)
내가 좋아하는 펭수 캐릭터를 수업상황으로 데려오는 예만 들었지만, 사실 교사는 거의 대부분의 컨텐츠를 수업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인상깊게 본 영화, 드라마, 연예인은 물론이고 책, 사회현상, 여행까지 무궁무진하게 교실에 데리고 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가 겪는 모든 경험이 교육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삶의 모든 경험이 직업에 도움이 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들여온 교과서 밖 수업자료들이 훨씬 생생하고 살아있는 교육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우선 학생의 흥미도가 상당하고, 교육소재가 시의성을 띄고 있으며, 확산적 사고의 촉진을 돕는다. 따라서 문화적 백그라운드가 다양하고 풍부한 교사의 수업이 그렇지 못한 수업보다 상대적으로 양질일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여건이 허락되는 한 많은 교사들이 방학을 자유롭게 쓴다.
자기계발을 위한 연수 참가, 다양한 영역의 독서, 오랜만의 고향 방문, 국내나 해외로의 휴가 등. 놀랍게도 교사는 시간을 자유롭게 쓰며 교사로서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중인 것이다. 방학, 교사에겐 비움이자 충전인 이 시기를 질투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이야기하자.
“내가 노는 것처럼 보여? 나 지금 교사 스펙업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