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1) 극강의 워라밸
*해당 내용은 현타가 온 제가 셀프위안을 얻기 위해 쓴 글로써, '워라밸'만 고려한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본 교직의 장단점을 이어 연재할 예정입니다.
[워라밸]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줄여 이르는 말로, 직장을 구할 때 중요한 조건으로 여기는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이르는 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네이버 국어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될 정도로 이제는 모르는 이가 없는 낱말, 바로 ‘워라밸’이다. 사전적 정의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이는 ‘직장을 구할 때 중요한 조건’이 되는데, 가장 강력한 워라밸을 가진 직업군으로 ‘초등교사’를 쉽게 손꼽을 수 있다.
초등교사 직군의 워라밸만 고려한 것일 뿐, 고충이나 여타 힘든 점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답변이다. 그러나 ‘워라밸 직업’만 쳐도 카페 글 중 가장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는 점은 초등교사가 워라밸이 높다는 사회의 인식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1.
그렇다. 초등교사가 워라밸이 유난히 높은 직업이라는 것은 다른 힘든 점들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년에 80일에 육박하는 방학, 칼같이 지켜지는 주5일 근무제, 어김없이 쉬는 공휴일과 학교 자율휴업일. 나같은 경우만 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학교에 출근하기 싫은 날이면 방학이 얼마 남았는지 세어보거나 가까운 단기방학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곤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올해 수업일수는 192일. 물론 수업하지 않는 날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수업하지 않는 일수는 173일로, 1년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날을 교사 개인적인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이미지는 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 교사의 행정업무시간이 높다는 통계를 보여주는 자료이다. 그러나 첫 번째 자료인 ‘전체 주당 근무시간’을 보면 우리나라 교사가 OECD 평균에 비해서도 적게 근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
그렇다면 근무강도는 어떤가 양적으로 살펴보니, 교사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8시간, 주 40시간을 근무한다. 8시 30분에 출근하여 4시 30분에 퇴근하는 양상이다.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사기업의 경우, 이 근무제가 잘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9시에 출근하여 11시간 가량 근무 후 8시에 퇴근하는 루틴을 갖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식사시간이 근무시간에 산정되지 않기 때문에 이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사실상, 다른 직업군에 비해 근무일수와 근무시간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업무가 남았지만 칼퇴를 한다고 하여 눈치 줄 상사가 사무실에 없으니, 퇴근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하다.
타 직업군보다 한 시간을 적게 근무하는 이유는 점심시간 또한 근무시간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식사지도, 생활지도 등 교사들은 점심시간에도 쉴 새 없이 학생지도 업무를 하기 때문인데, 우리야 점심시간 근무시간 인정에 대해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이지만, 번외로 사회적으로는 이런 시각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겠다.
http://www.polinews.co.kr/news/article.html?no=424525
기사, [교원만의 근거 없는 특혜 ‘점심시간 근무’]
3.
극단적으로 나와 남편을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욱 심해진다. 남편은 사기업 전략팀 소속으로, 프로젝트성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프로젝트가 생기면 정해진 퇴근시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평균 근무시간은 주 70시간. 8시에 출근해 10시 경 퇴근한다. 그렇게 해도 정해진 업무량을 채우지 못하면 주말에 재택근무를 하거나 다시 회사에 출근한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었는데 어떻게 가능하냐고? 주요 요직이나 핵심 부서의 경우 약간의 초과 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이것이 초과될 경우에는 개인 노트북으로 업무를 본다. 결국 일터의 최전선에서는 유명무실한 법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편에게 개인시간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퇴근한 후에 집안을 돌보고 밥을 해먹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 후에도 남편은 퇴근하지 않는다. 요가에 다녀오거나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놀고 들어온 후에도 남편은 집에 없다. 퇴근 후 쓰러져 자고, 그나마도 충분한 수면 시간을 채우지 못한 채 다음 날 다시 출근하는 것이다.
4.
물론 남편과 나의 비교는 아주 극단적이다. 어떤 사기업은 워라밸이 교사보다 좋을 수도 있고, 어떤 교사는 사기업보다 좋지 않은 워라밸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위에 서술한 것은 대체적인 경향성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적다 보니 ‘엄살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두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지만, 이 일을 그만두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다른 직업에서 나는 나의 ‘워라밸’에 얼마나 만족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씁쓸하지만, 나는 여기에서 나의 첫 번째 위안을 얻는다.
5.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보고자 '나 토닥토닥’으로 시작된 글쓰기인데, 어째 남편에 대한 짠함이 가중된다. 오늘 퇴근길에 좋아하는 곱창볶음을 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