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하기 게임] 교실에서 아이들이 말을 하지 않는 아름다운 상상(3)
오후 공개수업시간, 아이들은 체육시간 이후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공개수업이 시작되고, 나는 PPT화면을 띄웠다.
‘말 안하기 게임에 참여한 소감을 생각공책에 써 주세요. 구체적이고 자세한 상황에서의 내 감정을 씁니다.’
사각사각, 연필 움직이는 소리만 교실에 가득했다. 아이들은 쓸 말이 많았을 것이다. 짜증도 나고, 답답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자, 이제 게임에서 빠져나오겠습니다. 하나, 둘, 셋.’
“후아~!”
“푸!!”
아이들의 긴 한숨과 탄성이 터져나왔다. 몇 시간 되지 않았지만, 꽤나 답답했나보다. 나는 내가 지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약 두 배의 점수 차로 이겨버렸다. 아이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활동 1로 넘어갔다.
* 연차시입니다. 수업지도안은 https://www.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MinJiye&wr_id=12에 탑재되어있습니다.
[활동 1 : 장면 타블로 퀴즈]
모둠별로 인상깊은 장면을 정해 타블로로 구성합니다.
‘얼음!’ 하면 멈추고 ‘땡!’ 하면 움직이며 대사를 합니다.
다른 모둠의 타블로를 보고 어떤 장면인지 모둠 칠판에 적습니다.
아이들이 주로 꼽은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교장선생님과 데이브의 언쟁씬이었다. 타블로는 전에도 교실에서 몇 차례 해본 경험이 있어 아이들에게 익숙했다. 타블로를 통해 책의 내용을 표현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움이 될까 하여 링크를 공유합니다. 혹시 문제가 되면 알려주세요!)
흥부쌤의 교육연극 2탄_타블로기법 https://www.youtube.com/watch?v=VyT7d1CqTtU
[활동 2 : 세 마디 릴레이 이야기 만들기]
p.82-84 “내가 너희를 차례로 가리키면 각자 세 마디로 이루어진 문장으로 말하는 거야. 이야기를 이어 나가려면 친구의 말을 잘 들어야 해. 그럼 해 볼까?”
한 문장이 세 마디 이하로 이루어진 릴레이 이야기를 모둠 내에서 만듭니다.
첫 제시 문장은 “한 여자가 소리쳤다.”입니다. 제시 문장은 바꿀 수 있습니다.
[활동 3 : 짝 토론하기]
p.140-145“두 아이가 주고받은 말은 많지 않았지만,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 갖가지 생각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점차 언성이 높아졌다. 세 마디로만 말하기는 확실히 어려웠다. 하지만 두 아이는 아주 짧은 말에 많은 뜻을 담아냈다. 마치 짧은 시로 말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한 문장이 세 마디 이하로 이루어진 짝 토론을 합니다.
주제는 ‘교실에서 동물을 키우자.’입니다. (짹짹이 에피소드가 있었기에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링크>
‘세 마디 이하 토론’의 문제점을 확인한 후 다섯 문장 이하로 이루어진 자신의 논리를 씁니다.
전체토론으로 진행합니다.
책에서는 세 마디 이하로만 토론을 하였지만, 많은 고민을 거듭하니 토론이 세 마디 이하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을 구성하는 마디 수에 제한을 두는 것보다, 전체 논리를 구성하는 문장 수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없는 문장을 걸러내는 데에 더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다섯 문장 안쪽으로 정리한 아이들의 논리는 꽤 훌륭했다. 이후 찬반이 팽팽히 맞서며 핑퐁처럼 전체발표를 진행했다.
차시 정리는 생각공책에 ‘책 읽고 난 감상 정리하기’로 진행하였다. 진지하게 쓰는 모습이 흐뭇했다. 책 한 권에 깊이 빠졌다가 나온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했다.
아이들은 말을 할 때 마디 수에 제한이 있는 것에 대부분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유의미한 배움이나 느낀 점을 서술한 아이들도 많았다. 수업을 참관하신 분들께서는 감사하게도 좋은 피드백을 주셨다.
나 역시 이번 수업에서 배우고 얻은 것이 많았다.
1. 한책읽기는 종합예술이다.
- 듣고 맞추기, 읽고 이해하기, 생각하며 글짓기, 조건에 맞추어 말하기, 교육연극으로 표현하기 등 여러 활동의 총체로써 유의미한 국어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는 국어과교육의 목표에 부합한다.
2. 책 속에서 제시된 활동을 실제로 해보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혹시 이 긴 글을 보셨다면! 놓치지 않고 한 책 읽기를 진행해보시기를 꼭 추천드립니다.)